국토교통부는 BMW 차량의 잇단 화재를 계기로 지난 9월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골자로 한 ‘자동차리콜 대응체계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입법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해왔다. 이 방안에는 자동차 제작사가 차량 결함을 알고도 늑장 조치해 생명과 재산상 손해를 입혔을 때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배상제를 담고 있다.
징벌적 손배제는 집단 소송이 제기됐을 때 자동차 회사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제도다. 현재 제조물책임법에 징벌적 손배제가 도입돼 있으나 이는 손해액의 3배까지만 인정하고 생명이나 신체에 끼친 피해에만 적용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또 차량 결함을 은폐한 자동차 회사에 부과하는 과징금을 현행 매출액의 1%에서 3%로 올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BMW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조 6337억원, 판매 대수는 5만 9624대였다. 국토부는 과징금 부과 기준이 강화될 경우 리콜 대상 차량(17만 2080대)을 감안하면 BMW에 약 2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국회에서도 이를 공감하고 지난 9월 의원 입법 형태로 징벌적 손배제를 반영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후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하다. 애초 당정은 9월 중에 이 법안을 긴급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지난달에서야 겨우 국토위에 상정됐고, 아직 상임위 내 법안소위원회 심사도 받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이외에도 개정안에는 자동차의 제작 결함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서 자동차 제조사로 돌리는 방안도 담겨 있다. 이번 BMW 화재 사태처럼 자동차 제작사가 당국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결함으로 인한 손해로 인정하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제작사가 스스로 안전기준을 인증하는 ‘자기인증제도’로 자동차 리콜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 안전 및 권익보호가 부족한 점이 많다”며 “제2 BMW 화재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해당 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