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⑨박성진 삼성투신 차장(하)

  • 등록 2001-05-04 오후 2:16:13

    수정 2001-05-04 오후 2:16:13

[edaily]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삼성투신운용의 스트레티지스트인 박성진 차장입니다.
(인터뷰 중편에서 이어짐)
<본격적인 스트레티지스트의 길로> -삼성투신으로 옮기게 된 얘기 좀 들려주시죠. ▲처음에 삼성투신에 오게 됐을 때 그때는 약간 자만했는지도 몰라요. 채권시장에 그런 분석가가 전혀 없었을 때니까 채권분석가라고 하면 제 이름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도 모르게 “나밖에 없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매일같이 시황을 쓰면서도 “이건 아닌데. 난 더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데. 퇴보하고 있다. 하루하루 말장난에 연연할 때는 아닌데” 라는 생각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채안기금이 처음 설립되고 나서 제가 채안기금 등장 후 채권시장 변화에 대해 게임이론을 제기한 것 생각나세요? 그것도 전형적인 말장난의 한 형태죠. 그런데 그게 신기하게도 다 맞아떨어졌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더 자만했나봐요. 무슨 세미나에서 지금 김 상무를 만나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어요. 처음에는 고사했죠. 하여간 4번째 만남에서 김 상무께서 “요즘 네 글을 보면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것이 분명히 느껴진다. 너도 알지 않느냐.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거다” 라고 일침을 놓더라구요. 그래서 “저런 분 밑에서 일한다면 배울 점이 많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옮긴 거에요. -삼성투신으로 와서 변화가 좀 있습니까. ▲많이 달라졌죠. 일단 제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시는 분들이 있구요. 투자전략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성격의 채권에는 어떤 전략이 적절한 지를 명확하게 해 줍니다. 맞던 틀리던 나름대로의 그림이 구체적으로 그려진다는 것이 좋았어요. 삼성투신으로 와서 제일 큰 변화가 생겼다면 바로 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결국 저 같은 사람이 이전보다 시장을 조금 더 잘 보게 됐다면 그건 전적으로 주위의 도움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주위에 도와주는 분들 중에 너무나 훌륭한 분들이 많아요. 제 의견을 놓고 내부에서 공격을 많이 당하지만 “네가 이것을 이겨내지 못하면 넌 강자가 되지 못한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상관없다. 네가 어떤 부분이 틀렸고 어떤 부분이 맞았는지를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춰라. 그것을 이기지 못하고 감정의 동요를 일으켜서 투자전략에 왜곡을 가져오는 것은 용납 못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스트레티지스트로서의 싹이 피기도 전에 끝나고 말거다” 라고 충고해 주십니다.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것이 제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사실 신영에 있으면서 “말을 어쩜 그렇게 재미있게 쓰냐? 타이틀을 어떻게 이리도 절묘하게 달았냐? 광고회사 출신도 아닌데” 라는 말을 들으면서 회사 다닐 때와 지금은 스트레스의 강도가 엄청나게 다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지금이 더 좋은 기회죠. 조직적으로 고민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 외에도 다른 펀드매니저들한테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운용역들이 모두 시장에서 일차적으로 검증받은 분들이라 저보다 채권을 더 많이 알고 있어요. 주워듣는 말들 중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또하나 고마운 분이 우리 이코노미스트에요. 정용택씨. 제가 삼성으로 옮길 때 그분은 한누리살로먼 이코노미스트로 계셨습니다. 이코노미스트라는 역할 자체가 애매할 당시에 유일한 이코노미스트셨죠. 사실 저랑은 학번도 같은데도 불구하고 정말 똑똑하고 제가 헷갈려하는 부분에 대해서 딱딱 짚어주더라구요. 아주 감명을 많이 받았죠.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시기는 신영에서 시황을 쓰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트레티지스트를 이코노미스트와 딜러의 중간자 역할이라고 정의하면 그 원시적인 형태를 구현했다는 의미에서죠.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저는 스트레티지스트, 이코노미스트, 펀드매니저의 차이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웃음) <펀드매니저, 이코노미스트, 스트레티지스트의 차이> -지금은 그 차이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간단해요. 이코노미스트에게 “내일 금리가 어떻게 되냐? 이번주 금리는 어떻게 될 것 같냐? 무슨 채권을 사야하냐?”고 물어보면 바보입니다. 하지만 거시적인 변수에 대한 분석이 없이 누가 채권을 사고 팔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 꼭 필요하죠. 이코노미스트가 매크로한 부분을 담당하고 딜러가 직접적인 운용을 맡을 때 저는 그 중간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물론 실무적인 쪽에 비중을 많이 두는 스트레티지스트와 경제전망 쪽에 집중하는 스트레티지스트 등의 차이가 생길 수는 있습니다. 결국 스트레티지스트는 중간자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금리가 이렇게 변화하면 다음과 같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최적이다” 라는 문제는 이코노미스트와 아주 거리가 멀어요. 그러한 뷰는 시장과 접한 사람이 아니라면 힘들겠죠. 실무적인 투자전략은 시장 내부구조를 알아야하니까 그 때의 역할을 스트레티지스트가 담당해야 합니다. -펀드매니저,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는 전례가 있잖아요. 모델로 삼을만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벤치마크한 사람이 있습니까? ▲모건스탠리딘위터의 스테판 로취. 스테판 로취의 글을 많이 읽었어요. 로취는 항상 거꾸로만 얘기해요. 금리가 올라갈 때 내려간다고 주장하죠. 사실 이코노미스트는 자기 나름대로는 형이상학을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금융시장에 있는 이상 돈은 벌어야하고 중장기적인 방향은 맞아야해요. 본인 스스로도 최대한 정확하려고 노력해야하고. 다른 사람들은 이 사람의 논리를 참고해서 자기자신만의 뷰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울 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 논리를 제공했다는 것만으로는 이코노미스트, 스트레티지스트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장기적으로 시장 효율성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마켓에 나타나는 하루하루 현상들을 긴 안목으로 받쳐줘야하지 않을까요. 스테판 로취는 자기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해요. 그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리포트에게다가 실수를 인정하거든요. 그런데 이 쪽은 그렇지않아요. 시장을 폄하하자는 의도는 아니지만 너무 애매한 구석이 많습니다. 주식시장의 애널리스트들은 나중에 지나고 나서 다 자기가 맞았다고 주장하거든요. 많이 틀리지만 자신의 잘못을 복기하고 잘못에 대해 분명한 시인을 해주는 것. 이거 사실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콜금리 전망에 관한 아픈 기억> -제 기억으로는 작년에 콜 금리와 관련해 직접적인 코멘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제가 실수한 거에요. 삼성투신으로 옮겨왔다는 것은 제가 신영증권때처럼 채권중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을 직접 사는 기관으로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특정기관에 속하게 된 거죠. 기관의 사람으로서 제가 취해야 할 행동과 규범을 완전히 망각한 겁니다. 분명히 차이가 있는데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어요. 아니 알긴 알았지만 시장에 그토록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겁니다. -콜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했었죠? ▲네. 전후좌우 맥락과 제가 그 당시 만난 사람들의 멘트를 종합했을 때 금리가 오르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이유로 한은의 의사가 바뀐 것같습니다. 당시 진념 장관이 재경부로 온지가 얼마 안됐죠. 사실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맥락을 설명해줄 수도 없는 상태에서 비난을 들어야했으니까요.제가 어떠한 경로로 인해 금리상승 전망을 했는지 자료를 읽어보지도 않고 결론만 딱 읽어보고 “이 자식 뭐야” 이런 식으로 됐으니까요. 제가 그 자료를 딜링에 이용했다는 식의 비방까지 들을 때는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 신조는 그거에요. 매니저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제 도움이 필요하지만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단 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하우스의 딜링 전략 상 일부러 그런 자료를 썼다는 오해를 받으니까 참 막막하더군요. “애 버렸구나” 이런 식의 평가를 많이 받았죠. 그 때 확실히 느꼈습니다. “나는 특정기관의 스트레티지스트구나. 의도하지 않고서도 노이즈를 일으킬 수 있구나” 제 글이 시장에 영향을 주지않는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한때 유명한 시장분석가였기 때문은 아니에요. 그건 단지 삼성투신의 사이즈가 큰 관계로 우리가 어떤 뷰를 가지고 있는가가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래서 저희는 더욱 시장에 노이즈를 일으킬만한 일은 피하자는 입장이에요. 사실 제가 이런 인터뷰에 응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우리의 움직임이 주목대상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죠. 채권만 15조를 들고 있으니까요.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죠. 그러다보니까 본의 아니게 시장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말조심에 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 <채권의 재미는 ‘쫀쫀함’이다> -채권을 처음부터 공부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채권의 재미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누가 그러더라구요. “인생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인생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한다.” 그런데 채권시장은 불공평하지 않아요. 제가 신영증권 신입사원 연수를 받을 때 지금 신영투신 사장이신 정용한 상무께서 이런 말을 하셨어요. “내가 지금 여러분들과 주식투자 게임을 벌이면 잘할 자신이 없다. 그러나 채권투자를 하면 여러분 전체와 상대해도 아마 내가 이길 것이다.” 그만큼 채권을 많이 보고, 노력하고, 고민하면 채권이 보인다는 뜻이죠. 정 상무는 또 “채권투자의 주된 요소는 이자 따먹기”라고 말했어요. 채권은 작지만 차근차근 무엇인가를 쌓아가는 것 같습니다. 주식처럼 한방에 대박을 노리는 것이 아니구요. 꼼지락 꼼지락해서 살림을 꾸려가는 것이죠. 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로 연명할 수 있으면 절대로 위험한 사냥에 나서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채권시장의 매격도 그런 ‘쫀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목표는 무엇입니까. ▲일단은 신뢰받는 스트레티지스트가 되서 우리회사 펀드매니저들이 “내 연봉 절반은 네가 가져도 좋다”는 말을 듣는 것입니다.(웃음) 먼 미래에는 학창시절 못했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거죠. 이태리의 어디 음악학원같은데 가서 레슨좀 받고, 모짜르트의 바이올린 소타나나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를 연주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정말입니다. (박성진 차장 약력) -68년 서울출생 -서울 장훈고 졸업 -86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입학 -90년 한양대 대학원입학 -95년12월~99년12월 신영증권 채권부 -2000년1월 삼성투신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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