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매출 20조원, 재계 10위권 목표"
현정은 회장 취임 이듬해인 지난 2004년 8월. 현대그룹은 `새로운 비상(飛翔)과 도약을 위한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중장기 비전을 선포했다. 2010년까지 매출액을 3.7배로, 재계순위를 9계단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작 6년이 지난 올해, 현대그룹의 성적표는 당시 꿈꿨던 `비상`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그룹 매출액은 8조원에 채 이르지 못했고, 그동안 재계순위는 7계단이나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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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해 기록한 대규모 순손실은 현대그룹을 9년여 만에 다시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에 오르게 하면서, 야심찼던 비전을 더욱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 `슈퍼싸이클` 이후 급격한 업황추락
지난 2007년 10월26일. 한 기자회견장에서 처음 본 현 회장은 자신감으로 가득해 보였다. 당시 현 회장은 금강산 방문을 통해 현대아산의 대북 관광사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음을 직접 확인하고, 현대상선의 영업이익이 운임 상승에 힘입어 전년도의 세배로 급등할 것이라는 내부보고를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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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8년 하반기 본격화된 금융위기는 모든 상황을 바꿔놨다.
발틱운임지수(BDI)는 2008년 5월 사상 최고인 1만1793에서 불과 7개월 만에 663까지 90% 넘게 하락했고, 같은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을 시작으로 악화일로였던 대북 관계는 현대아산을 애물단지로 전락시켰다.
완만한 감소 추세를 나타내던 현대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97.3%로 현 회장 취임 직후인 2003년의 286.4%를 뛰어넘었고, 순이익은 9190억원 적자를 내면서 취임후 최대였던 2008년의 8920억원의 이익을 모두 잠식해버렸다.
주가도 함께 곤두박질쳤다. 지난 3년 동안 현대상선과 현대증권(003450) 주가는 약 20% 하락했고, 현대엘리베이터(017800)는 60% 급락했다.
◇ 선박도입·업황악화가 `발목`..실적은 회복추세
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현대상선의 급격한 외부차입금 증가와 대규모 영업손실은 지난 2007년 이후 그룹 전반의 재무부담을 키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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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08년 9척의 선박 도입은 현대상선 총차입금를 단숨에 50% 급증하게 만들었다. 당시 선박·기기 투자비용은 총 1조1581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2009년 기록한 5654억원의 영업손실은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 악화에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실적은 올들어 뚜렷한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향후 꾸준한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은 현대그룹이 지난 6월15일, 6월25일, 7월7일 세 차례에 걸쳐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거부에 나선 핵심 밑바탕이 되고 있다.
올 1분기에 다섯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현대상선은 2분기에도 시장 예상을 웃도는 1조9885억원의 매출액과 153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같은 실적개선 추세에 힘입어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선박 확보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차입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해운산업 특성을 무시하고 있다"며 거듭되는 약정 체결 압력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 채권단 "만기연장도 끊겠다"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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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이행하지 않거나 불응하는 경우 해당 기업에 대해 여신 회수, 신규 여신 취급 중지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52조와 55조 등에 의거한 조치라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또 계속해서 약정 체결을 거부하면, 채권은행 협의회를 통해 오는 29일 기존대출의 만기연장까지 중단하는 `초강수`로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 5월18일 이미 "주거래은행을 바꾸겠다"고 밝힌 현대그룹은 주채권은행 변경을 통해 재무구조 재평가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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