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유가에 알래스카 야생보호지 손댄다

  • 등록 2005-11-04 오후 1:31:28

    수정 2005-11-04 오후 1:31:28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올해 두차례에 걸친 강력한 허리케인 타격 이후 에너지 안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미국 정부가 마침내 지난 44년 동안 개발을 제한해온 `알래스카 야생동물 보호지역` 유전에까지 손을 댈 작정이다.

3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미 상원은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마련한 `종합 에너지 법안`에서 `북극국립생태계보존지역(ANWR)에서의 석유시추 허용` 부분을 제외시켜야 한다는 민주당 의원의 수정안을 51대 48로 기각했다.

종합 에너지 법안은 지출 계획에 대한 승인이 통과되는 대로 다음주 하원 표결을 거쳐 입법화될 전망이다. 이 경우 미 내무부는 ANWR 연안 지역의 `유전 개발 허용권(24억달러 규모)`을 2년 동안에 걸쳐 미 기업들에 매각하게 된다.

◇야생동물 보호 vs 해외 원유 의존도 완화

미국 석유개발업자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알래스카주 북부 ANWR에서의 석유 탐사를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환경보호 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실패했었다. 북극곰과 순록 등 45종의 포유류와 180족의 조류가 살고 있는 ANWR는 알래스카의 `세렌게티 초원`으로 불릴 만큼 중요한 생태계 보호 구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가 미 석유보고인 멕시코만을 마비시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8월말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로 폭등했고 휘발유값은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섰다. 소비 석유의 60%를 수입해온 미 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는 일밖에 없었다.

자국의 높은 석유 의존도에 대한 미국인들은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자 조지 부시 대통령은 결국 ANWR 석유탐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은 ANWR에서의 석유 시추를 허용할 경우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면서 가중되는 석유수입 의존도를 대폭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환경단체들은 그러나 이번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하원을 상대로 한 압박과 더불어 소송 제기까지 검토하고 있다. ANWR에서의 석유시추에 강력히 반대해온 마리아 캔트웰 민주당 상원의원은 "알래스카에서의 석유시추가 마지막 남은 미국의 야생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 20년 생산분..유가안정 효과는 `글쎄`

미 지질조사국(USGS)은 ANWR에 최대 160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북미 대륙 유전 가운데 최대 규모로 이라크(하루 약 200만배럴 생산)에서 20년 동안 생산하는 원유와 맞먹는다.

하지만 충분한 생산시설을 가동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석유개발업자들은 7~10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5년부터는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미국인들의 하루 원유 소비량인 2000만럴의 약 5% 수준으로 그동안 미 원유 공급의 30%를 담당해온 멕시코만에 비해 크게 못미치는 규모다.

이에 따라 환경주의자들은 ANWR에서의 석유시추가 유가 안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알래스카에서 100만배럴의 원유가 공급되기 시작할 경우 원유 가격은 배럴당 30~50센트, 휘발유 값은 갤런당 1센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원유와 휘발유 가격이 각각 60달러와 3달러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가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캔트웰 상원의원은 알래스카에서의 석유시추는 `주의를 끌기 위한 속임수(backdoor tactics)`에 불과하며 "미 휘발유 가격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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