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끝낸 김정은, 식량난 극복 의지 피력…'광폭' 경제 행보 주목

20일만의 공개행보, 첫 현대식 비료공장 찾아
건강 이상설 잠재우려 광폭 행보 가능성
김정은 복귀, 남북·북미관계 개선 기대감 '솔솔'
靑 "정부 정보 믿어달라…金, 수술·시술 없었다"
  • 등록 2020-05-03 오후 6:29:00

    수정 2020-05-03 오후 9:27:49

[이데일리 김관용·김정현 기자] 사망설까지 제기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행’ 20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순천 린(인)비료 공장 준공식을 통해서다. 이곳은 북한이 경제난 정면 돌파전을 선언한 뒤 김 위원장이 1월 초 올해 첫 현지지도에 나섰던 곳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이후 경제 관련 광폭 행보를 보였다. 이번에도 경제난 극복을 위한 공개 활동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 대응을 계기로 남북 협력에 속도를 내는가 하면, 미국 대선 국면에서의 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식 비료공장 찾아…식량난 해결 의지

김 위원장은 전날인 2일 북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달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를 끝으로 20일 만의 공개행보다. 같은 달 15일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현장에 불참하면서 그에 대한 신변이상설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이 태양절 참배를 하지 않은 것은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한 사진이다. [출처=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릴 자신의 복귀무대로 순천 인비료 공장을 선택했다. 평안남도 순천시에 위치한 이곳은 북한의 첫 현대식 비료 공장이다. 농업생산을 늘려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2017년 7월 16일 착공했다.

이번 방문을 두고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의 민생문제에 보다 집중하고 경제행보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비료의 질은 농업 생산량과 직결된다. 그러나 북한은 장기화한 대북제재로 화학비료 수입이 어려운 데다 가축 수가 한정된 탓에 가축 분뇨를 원료로 한 퇴비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우려로 일찌감치 국경을 봉쇄하면서 식량 수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비료공장 완공 선언은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적잖은 심리적 위로가 될 수 있다.

2014년 신변이상설 때도 공개활동 집중

김 위원장은 외부에서 제기된 건강이상설을 불식하기 위해 향후 공개행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집권 이후 20일 이상 공개 행보를 하지 않은 것은 이번을 포함해 총 여섯 번이다.

그러나 건강이상설과 맞물려 장기 잠적한 것은 발목 수술을 받은 2014년 9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41일간의 잠행을 끝낸 뒤 10월 14일 위성과학자주택지구 및 국가과학원 자연에너지연구소를 시찰한 것을 시작으로 12월 31일까지 이틀에 한 번 꼴로 40차례 공개활동에 나섰다. 그가 건강에 이상이 없음을 집중적인 공개활동으로 과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한 사진이다. 활짝 웃는 김 위원장의 손에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광폭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이 올해 정면 돌파전에서 농업을 ‘주 타격전방’으로 규정한 바 있어 김 위원장이 농업 관련 경제 행보를 추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지연시 건설 3단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평양종합병원 등 주요 건설 사업으로 규정한 건설 대상들을 찾을 가능성도 높다. 정면 돌파전을 추동하기 위한 상징적 장소들이기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비료공장 준공식 참석은 경제 행보로는 거의 5개월 만으로 농업을 중시하는 정면돌파전과 연관성이 크다”면서 “(공개된 김 위원장)사진을 보면 건강이나 코로나19에 큰 문제가 없어보여 활동이 계속되리라 본다”고 했다.

김정은 복귀, 남북·북미 관계 전환점 될까

이와 함께 건강이상설을 잠재우기 위해 남북 관계 개선에도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코로나19에 대한 남북 공동대처 △남북철도 연결 △실향민 상호방문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 “해당 제안들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아직 없다”면서도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측의 호응이 있으면 문 대통령의 제안을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재가 확인된 데 대해 사진을 함께 게재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기쁘다고 말했다. [출처=연합뉴스]
북미간 비핵화 협상 테이블 복귀 여부도 관심사다. ‘국제적 이슈메이커’인 김 위원장을 자신의 선거 국면에 끌어들이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애’가 본격화 된 모양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복귀 소식에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그가 건강하게 돌아온 것이 기쁘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트윗글을 올리기 50여분 전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악수하는 장면이 담긴 59초 분량의 재선 캠프 홍보 동영상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이 영상에서 외국 정상이 등장하는 것은 김 위원장이 유일하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외교 성과로 홍보해 온 그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는 김 위원장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를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 등 궤도이탈 가능성을 차단하고 대선 국면에서 상황 관리를 하려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 신변 관련 의혹을 제기한 태영호 통합당·지성호 미래한국당 당선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른바 대북 소식통 보다는 한국 정보당국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등의 보도에 대해서도 “수술을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를 판단하는 근거는 있지만, 이를 밝히기는 어렵다”며 “수술 뿐 아니라 간단한 시술도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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