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는 18일 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한미FTA야당공동정책협의회가 주최한 `한미FTA가 부동산 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ISD 분쟁 가능성`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한미FTA 협정문에 `수용 및 보상 규정은 과세 조치에 적용된다`고 한 규정을 들어 "과세 조치가 간접수용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정부분쟁(ISD) 논란의 핵심인 간접수용은 정부 규제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김 변호사는 "예컨대 양도소득세에 대해 미국 투자자가 소득세율이 너무 높다는 등 자신의 기대이익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간접수용이라고 주장하며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ICSID)에 중재를 요청할 경우, 정부는 중재 회부를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에서 세계 최고 밀도로 모여 살고 있는 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보다 강화된 세제가 정립되는 게 당연한 이치"라면서 "그런데도 간접수용으로서 보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정부가 현실적 필요에 의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앗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적인 세목의 신설이나 세율의 인상이 사실상 봉쇄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협정문은 한편으로 `그 목적 또는 효과에 비춰 극히 심하거나 불균형적인 때와 같은 드문 상황`을 제시하며 또 다른 예외 조항을 달아 국제 분쟁으로 갈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놨다.
김 변호사는 "엄격하게 봤을 때 양도세의 경우 매매로 인한 소득의 일부를 세금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어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로 보지 않을 수 있다"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는, 보다 직접적인 정책이 아니라면 중재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국제 분쟁으로 가면 `올 오아 낫싱(all or nothing)` 보다는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가 예외 조항만을 들어 분쟁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건 안일한 생각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