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칼럼]꽃피는 춘 삼월

  • 등록 2013-03-11 오전 11:29:41

    수정 2013-03-12 오전 7:48:35

[신델라 소프라노] 어른들이 이맘 때면 자주 쓰는 말이 ‘꽃피는 춘 삼월’ 이다. 나도 삼월이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대학교 때 첫 미팅 이다. ‘ 첫’ 이란 단어는 누구에게나 설레임을 준다. 미팅도 설레는데 첫 미팅, 그것도 입시공부의 억압에서 막 벗어난 미팅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캠퍼스 커플에 대한 환상이 현실이 될것 기분을 들게 한다.

뮤지컬 배우 신델라
대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에겐 3월 첫 미팅은 설레임과 흥분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7대 7의 첫 미팅이 선배 언니에 의해 만들어졌다. 어려서부터 친했던 우리 7명은 한 번도 서로에게 보여준 적 없는 가장 예쁜 모습으로 서로의 미모에 감탄(?)하며 미팅 장소로 공주처럼 나갔다.

이미 우리들의 머릿속은 제각기 이상형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환상으로 우리의 기분은 최고조에 달해있었다. 이 기분이라면 다시 수능시험을 보라고 해도 기분 좋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부푼 기대로 잔뜩 멋을 부리고 들어선 카페에서 우리를 맞아준 남자들이란 새하얀 피부의 세련된 대학생 오빠들이 아니라 한결같이 아직 여드름 조차 가라앉지 않고, 앉아서 공부만 했는지 뒤룩뒤룩 살찌고,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오빠들이었다. 아니면 정체불명의 헤어 스타일과 옷차림에 고등학생의 티를 채 벗지 못한, 촌스럽기 그지없는 아저씨 같은 남학생들이었다.

우리들은 서로 복화술로 “폭탄이다. 폭탄!!”얘기 하면서도 애써 그렇지 않은 것처럼 추억의 사다리게임, 남학생 소지품 고르기, 맘에 드는 이성 이름적기 등으로 시간을 죽였다. 하지만 이미 땅 까지 떨어진 우리들의 기분을 끌어 올리기는 역부족이었고 돌아올 때 심정이란 춘 3월 봄바람이 그렇게 쌀쌀한 줄은 예전엔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갓 입학한 남학생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그때는 그 모습을 어찌나 용서 할 수 없었던지. 거울에 비친 우리 친구들의 모습도 남학생들과 별반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7명 여자들의 춘 3월 미팅은 봄바람을 타고 계속됐다. ‘미팅이라 그런가? 그럼 일대 일로 하는 소개팅은 다르겠지’ 는 위안과 희망을 갖고 실망과 기대를 몇 번씩 반복하면서 카페와 극장을 학교보다 더 많이 나갔다.

그런 사이 우리 7명중 한두명이 남자친구를 사귀기 시작했고, 눈에 콩 깍지가 쓰인 것도 모르고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다. 솔직히 우리들 눈에는 첫 미팅 때 만난 남자 애나 별 반 다를 게 없어 보이는 남자 애가 멋있다며 하나, 둘씩 닭살 커플들이 탄생했다. 그렇게 시작된 캠퍼스 커플들의 연애 스토리는 여자 친구들이 모였을 때 늘 함께 공유하는, 그녀와 그의 둘만의 스토리를 넘어 여자 친구들과 캠퍼스 전체가 다 아는 공개 러브 스토리가 됐다.

십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친구들과 만나면 첫 미팅의 악몽, 미팅에서 함께 만났던 폭탄들과 그 험난했던 연애 과정, 혹은 마음에 든 첫 남자친구와의 연애스토리 등등 나 혼자만의 추억이 아닌 우리 공동의 추억담을 얘기하면서 몇 시간동안 지치지도 않고, 깔깔거리고 웃으며 수다를 떨곤 한다. 동네 여고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 ‘써니’의 여 주인공들처럼.

벌써 춘 3월 열흘이 지났다.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은 가고 어김없이 따뜻한 봄은 찾아왔다. 추위로 한없이 웅크러져 있던 몸과 마음을 저 마다 갖고 있는 추억속 춘삼월의 첫 미팅, 첫 소개팅, 첫 사랑 등을 떠올리며 이 따뜻한 봄을 맞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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