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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점유하고 있고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매출액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하지만 반도체 장비, 소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고 반도체 관련 인력은 중국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설비투자 규모도 1위이지만 정작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는 미흡하다.
1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반도체 산업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와 시사점’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작년 1295억달러로 10년 전보다 약 2.5배 증가했고 반도체 관련 무역수지는 679억달러 흑자로 3.4배 이상 뛰었다.
세계 1위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 덕분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842억달러로 2.8배 늘어났고 시스템 반도체는 402억달러로 2.4배 증가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 공급망 구조가 형성됐다면 지금은 외연을 확장, 미국, 대만, 아세안으로 글로벌 공급망 거점이 구축돼가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장비·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호무역 주의와 공급망 병목으로 반도체 장비, 소재에 대한 수입이 제한될 경우 반도체 자체를 제대로 생산해내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전체 반도체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반도체 장비 부분만 떼어놓고 보면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일본에 대한 장비 수입의존도는 25.7%, 25.0%이고 네덜란드에 대한 의존도는 25.0%에 달했다. 반도체 18개 소재 부문도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과 중국 의존도는 각각 35.2%, 24.2%에 달한다.
이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은 연구개발(R&D) 및 선제적 설비투자 확대를 지속하고 있지만 투자 효율성, 혁신성은 글로벌 기업 대비 미흡하다. 예컨대
삼성전자(005930)의 R&D 투자액은 작년 197억달러 규모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지만 주요 경쟁사인 인텔(151억달러), 퀄컴(71억달러)에 비해 높은 수준이지만 삼성전자의 R&D 집중도(R&D Intensity)는 8.1%로 인텔의 19.2%보다 낮다.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2019년 기준 중국은 반도체 제조 관련 R&D 인력은 22만명, 일본은 14만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11만명에 불과하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매년 약 1500명의 신규 인력 확보가 필요하지만 매년 배출되는 인원은 고작 650명으로 격차가 크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고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며 “핵심장비 및 소재 개발 기술력 제고, R&D 인력 양성과 핵심인력 유출 방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