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소설]지금 산업혁명이 4차인지 3차인지 따져야 하는 이유

산업혁명 중간 20세기 초, '생산성 정체기'
"방어주 유틸리티, 20세기 초 엄청난 성장주"
PER 80배던 애플, 27배…"FAANG 성숙단계"
"FAANG이 만든 망 위를 달릴 메타버스 등 '기차' 나올 때"
美 외 지역서 3차혁명의 생산 증대 이끌 가능성↑
  • 등록 2021-09-10 오전 11:24:54

    수정 2021-09-11 오전 11:09:14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유독 국내에서만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반대 편에는 차수를 구분하지 않고 18세기에 시작된 산업혁명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기술의 발전 그 자체보단 기술이 실제 생산성으로 이어졌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류의 생산성 증가율이 제로(0)에서 1로 증가한 1차산업혁명만큼 더 혁명적인 건 없다고 여기는 셈입니다.

투자 측면에서 현재 진행되는 산업혁명의 위치가 어디인가는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다음의 텐 베거(Ten Bagger·10배의 수익률을 낸 주식 종목)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를 찾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어섭니다.
테슬라 봇 이미지. (출처=테슬라 유튜브)
‘솔로우 생산성 역설’과 산업혁명 생산성 정체기

4차산업혁명은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이 모임의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밥에 의해 처음 명명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 ‘4차산업혁명’를 통해 ‘3차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해 물리학, 생물학, 디지털 등 3개 분야의 융합된 기술들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 혁명’으로 이를 정의했습니다.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1차는 증기기관, 2차는 내연기관과 전기, 3차는 컴퓨터라는 확실한 발명품이 있는 반면, 4차는 슈밥의 얘기처럼 그간 만들어놓은 것들을 토대로 융합한 기술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제러미 리프킨은 “현재 제3차 산업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며 4차산업혁명을 부정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3차산업혁명도 탐탁지 않습니다. 기술이 생산성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진 생산성 증가율이 상승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우는 1980년대 말 컴퓨터의 발전에도 생산성이 오히려 낮아졌다는 사실을 포착했습니다. ‘솔로우 생산성 역설’로 불리는 이 이론은 현재도 적용되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출처=토마 피케티)
이에 비해 1차와 2차의 구분은 꽤 명확합니다. 경제 성장이 확연하게 이뤄진데다가 산업적 측면에선 섬유 제조업과 제철공업에서 중화학 공업으로, 기술 측면에선 석탄, 증기기관에서 석유와 전기, 내연기관으로의 구분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설명입니다. 이에 경제학자들은 비행기와 자동차를 예로 듭니다. 생산성으로 연결되는 기술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컴퓨터가 이 둘을 뛰어넘고 있을지를 고민해 보란 것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와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둘 중 사람들은 무엇에 더 놀랐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1·2차산업혁명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성장 정체기가 있다는 점입니다. 20세기 초엔 두 번의 세계 대전과 미국의 대공황이 있었다는 자명한 사건이 있긴 하지만, 다른 분석도 있습니다. 사람이든 기술이든 기득권의 저항이 지목됩니다. 기존의 기술이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것들이 버텨 성장을 더디게 한다는 것입니다. 인프라가 구축되는 시간과 그 인프라를 이용하는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데 시차가 발생한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내연기관이 발명됐다 해도, 철도를 깔고 그 위를 다니는 기차들이 많아지며 제품을 수출·수입해 기업이 돈을 버는 일은 다른 단계란 것입니다.

FAANG은 3차산업혁명의 ‘유틸리티’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이란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3차산업혁명도 쳐줄까 말까 한 경제학자들에겐 4차산업혁명은 어불성설일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FAANG은 분명 21세기 이후 미국 증시를 이끄는 초대형 우량주입니다. 2010년대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대비 FAANG의 시가총액 증가세와 전세계 주식시장 대비 미국시장의 증가세와 거의 일치합니다. 2004년까지만 해도 주당 1달러가 채 안 됐던 애플 주식은 최근 154달러를 기록 중입니다. 스마트폰이란 실체도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은 아니어도 의미가 없지 않은 것입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산업혁명 이후 20세기 초반의 정체기가 현재도 비슷하게 재현되고 있는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3차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지만, 기득권의 저항이든 인프라 구축과 실제 경제 활동 간의 시차든 어떤 이유에서건 이렇다 할 생산성 증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그는 “지금은 방어주에 속하는 철도 등 유틸리티 업종은 20세기 초엔 엄청난 성장주였다”며 “인터넷이란 인프라 구축의 연장이란 측면에서 FAANG 역시 21세기의 유틸리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FAANG 등 빅테크 주식은 성장주보단 가치주의 성격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긴축 우려가 겹쳐 불안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서 빅테크 주식을 대하고 있습니다. 2003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0배를 넘었던 애플은 현재 27배입니다. 21배인 S&P500과 많이 비슷해졌습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성은 여전히 돋보인다”면서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5개 기업의 매출은 올해 20.4% 늘었고 내년 21.3% 성장이 예상되지만, 2022년 매출 예상증가율은 15.2%로 다소 둔화된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아울러 빅테크와 같은 대형성장주들에 가치주의 색깔이 입혀지고 있다”며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투자의 비중이 낮아지고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과 같은 주주 환원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세기 초 유틸리티 주식들이 성장주였다가 지금 가치주로 변화된 것처럼 어쩌면 빅테크 주식 역시 성숙단계를 거치며 가치주로 굳혀질지 모릅니다. 구글이 메타버스를,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 또한 유틸리티화를 피하기 위해서일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FAANG은 역사적 소임을 다하고 있을 수 있다”며 “이젠 이들이 만들어놓은 망 위에서 달릴 수 있는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기차’들이 출연하면서 생산성 증대와 함께 3차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빛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빅테크가 만든 정보망 위를 다닐 여러 컨텐츠들이 3차산업혁명을 완성한다는 견해에 따르면, 투자 기회는 미국 밖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을 까는 3차산업 초중반 단계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국에만 있었다면, 그것들을 활용해서 돈을 벌 기업은 여러 곳에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발전과 설비·소재에서 세계 1위입니다. 글로벌 태양광 패널 업체 상위 10곳 중 8곳이 중국 기업입니다.
내연기관 시대 중저가 보급형 자동차 모델을 파는 기업인 현대차(005380)는 친환경 자율주행으로 자동차 산업이 변화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논(Non)-테슬라 진영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을 담당할 기업은 현대차가 될지 폭스바겐이 될지 아직 모릅니다. 투자 전문가들이 “지금은 잘하는 기업 5개만 골라 집중투자하는 시대가 아니라, 누가 살아남을지 모르니 유망한 테마의 상장지수펀드(ETF)를 담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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