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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방미 속 북미 모두 신중 모드
김 부위원장의 방미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5월 제1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서도 김 부위원장은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 성사에 주춧돌을 깔았다. 이번 방미를 통해서도 유사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은 예상보다는 진척이 더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약 90여분의 면담을 마치고 “북한 측과 매우 좋은 만남을 가졌다”며 “많은 진전을 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변함 없는 신뢰를 보인 것이지만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 협상이 여전히 교착 국면에 머무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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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역시 김 부위원장의 방미 사실마저도 보도하지 않은 채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김 부위원장의 방미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매체들의 침묵 속 북한의 신중함이 엿보인다.
북미가 김영철-폼페이오 라인을 가동하고도 조심스러운 대응을 하는 배경으로 스웨덴 실무접촉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된 지난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이후 실무협상은 정상들의 합의 만큼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실무협상에서 양측이 이견을 좁혀 1차 회담보다는 진전된 성과를 내야한다는 데 양측이 뜻을 같이 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김 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 모두 ‘만나자’는 큰 틀에는 이견이 없지만 세부 안건을 조율하는 스웨덴 실무 접촉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략적 침묵을 선택한 셈이다.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나 ‘상응 조치’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이에 논의될 전망이다. 그간 성김 주필리핀 미 대사를 카운터파트로 삼고 협상을 진행해왔던 최 부상은 이번 회동을 통해 처음으로 비건 대표를 만난다. 협상의 주체가 달라진 만큼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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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발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지를 놓고 ‘베트남 대세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최 시기에 대해서는 “2월 말”이라고 공개했고 “개최지도 확정했다”고 했지만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종 조율이 남은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지로 각광을 받는 것은 싱가포르와 유사하게 북미 양국 모두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아시아를 벗어나기 다소 어려운 김 위원장의 물리적 어려움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호’는 항속거리가 멀지 않아 장거리 이동이 부담이다.
무엇보다 베트남이 미국과 교전국이다가 문호를 개방한 이후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에서 매력적인 장소로 꼽힌다. 경제개발을 최우선 기치로 뽑아든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방문하면 베트남이 채택한 ‘도이모이’(개혁·개방)의 성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싱가포르 방문 때도 야경 투어에 나서며 경제 발전 모델을 간접적으로 내부에 제시한 바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베트남은 의미가 남다르다. 60~70년대 총부리를 겨눴지만 1995년 국교 정상화를 통해 역사적으로 화해를 했고 현재 베트남의 가장 큰 교역국 중 하나로 미국이 떠오르는 등 좋은 선례가 되고 있다. 유력한 후보지로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가 양국의 대사관이 있다는 점으로, 휴양도시 다낭은 경호가 용이하다는 점을 앞세워 경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