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마약사범만큼 수사도 고도화…관세국경 최일선 지킨다"

관세청 인천본부세관, 국경 최전선에서 마약 차단
마약 밀반입 99% 공항 화물·여행객 통해 이뤄져
코로나 후 특송화물·국제우편 통한 밀반입 급증
고도화하는 범죄수법 만큼 수사 기법도 진화해
"마약중독 자만 말아야…아예 하지 않는 게 중요"
  • 등록 2022-03-01 오후 4:46:52

    수정 2022-03-01 오후 7:18:17

[인천=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마약을 구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마약 소비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약은 사는 것만으로도 범죄에 가담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국내로 유입되는 마약의 99%가 공항을 통해 들어온다. 밀반입을 위해 기상천외한 수법이 동원되고 방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이는 세관 당국의 마약 조사망이 그만큼 촘촘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영진 관세청 인천세관본부 특송통관1과 관세행정관은 “누군가 단속하지 않으면 마약이 무분별하게 유통될 것”이라며“최일선에서 방어한다는 각오로 마약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마약범에 대적해 관세 국경 최전선에서 국내에 반입되는 마약을 차단하고 적발하는 관세청 인천본부세관 실무자 2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통 전 차단”…마약범과 두뇌싸움 하는 특송통관과

인천본부세관 특송통관과가 하는 일은 해외직구 등 특송으로 물건이 국내에 들어오면 마약이 있다고 의심되는 물건을 선별하고 정보 분석을 통해 판별하는 것이다. 마약은 불법이다 보니 은밀하게 감춰져 있기 마련이다. 마약을 유통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 간에 보이지 않는 두뇌 싸움이 팽팽하게 벌어진다.

신영진 인천본부세관 특송통관1과 관세행정관은 “마약이 탐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데 어디에 들어 있는지 찾기 힘들 때가 있다”며 “의심이 되는 물품을 엑스레이, 촉수검사 등을 통해 마약이 적발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22년차인 신 행정관은 마약분석을 전담으로 하는 특송통관과가 처음으로 생긴 지난 2019년 이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특송통관과에 오기 전에는 마약을 본 적이 없고 접하기 어려운 흥미로 여겼다”며 “MDMA나 대마 등 여러 종류의 마약을 보고 나니까 마약이 흥미가 아닌 범죄의 형태로 다가왔다”고 회고했다.

첫 해엔 1월부터 9월까지 실적이 한 건도 없었다. 신 행정관은 “막막하고 힘들었는데 하나를 잡기 시작하니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됐다”며 “성과가 나기 시작하면서 4명으로 시작해서 지금 7명까지 인력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특송통관과는 더 바빠졌다. 해외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마약 운송이 우편이나 특송으로 몰려서다. 그는 “2019년 이전부터 해외직구 물량은 매년 20~30%씩 증가했는데 마약 적발량도 중량으로 봤을 때 30% 이상 급증했다”고 전했다. 밀봉된 상자 안에 교묘하게 숨겨진 마약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특송을 통해 하루에 들어오는 물량만 16만~17만건에 달해 모든 물건을 검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수많은 박스 중에서 범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신 행정관의 업무다. 보내는 사람 및 받는 사람 이름, 주소, 전화번호, 중량 정보가 담긴 적재화물목록을 보고 우선 선별한다. 작은 모니터에 촘촘하게 적인 엑셀 파일을 띄워놓고 영어로 적힌 글씨를 하나하나 분석해야 한다. 이 때문에 ‘특송통관과 직원들이 마약을 찾아내고 시력을 포기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신 행정관은 “분석업무를 하다 보면 특정인의 패턴을 파악하게 된다”며 “1개월 추적을 하다가 실제로 우범한 것으로 확인되면 짜릿하다”고 말했다. 이어 “분석하는 데 있어 전산 다루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파고드는 끈기가 없으면 무의미할 정도로 집념이 중요하다”며 “이런 이유에서 하고 싶다는 열정과 끈기만 있으면 누구나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했다.

신 행정관은 마약을 소비하는 것 자체가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마약을 분석해 찾아내는 일을 하다 보니 어떤 사람들이 마약을 할까 궁금해 알아봤더니 ‘마약이 바로 중독되는 것도 아니고 나는 바로 끊을 수 있어’라고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약 구매는 하나의 소비 행위에 불과하지만 마약 생산과 거래·유통 등 모든 과정이 범죄와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다”며 “국내에 마약이 유통된 후 단속하는 건 이미 늦은 것이기 때문에 최일선에서 방어한다는 각오로 마약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끝까지 잡는다”…뛰는 마약범 위에 나는 마약조사과

특송통관과 등에서 마약류가 포함된 물건을 발견한 이후부터는 인천본부세관 마약조사과가 나선다. 마약조사과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로 구성됐다. 검찰청법 개정으로 지난해 1월1일부터 마약류 수출입 범죄에 대한 세관 단독수사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마약사건은 사람을 잡는 것이 관건이다. 요즘 추세가 주소지를 폐가나 남의 주소로 적는 경우가 많다. 본인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일은 다반사다. 마약 수취인이 외국인이면 수사는 한층 더 난해해진다. 외국인은 신원 조회가 어렵고 현장에서 사람을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특정해서 수사하기 어려워서다.

고민수 관세청 인천세관본부 마약조사과 주무관은 “마약 수법이 고도화하고 있지만 그만큼 수사 기법도 발전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경각심을 갖고 마약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고민수 인천세관본부 마약조사과 주무관은 “범인을 잡으려면 현장에 가서 물건을 배송하고 이게 내 물건이라고 나타나는 사람을 잡을 때까지 계속 추적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힘들다”며 “마약을 주문한 사람이 물건을 직접 받으면 좋은데 문 앞에 놓고 가라고 하거나 수취인이 부재 중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물건을 둔 후 새벽까지 잠복근무를 하게 된다”며 “폭염이나 한파 때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몸은 힘들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 고 주무관은 “큰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집에 가기 어렵고 힘들지만 보람 있다”며 “사건을 완료했을 때 동료들과 그 느낌을 공유하며 끈끈한 유대감도 생긴다”고 귀띔했다.

고 주무관이 마약조사과에서 일한 지 어느덧 3년이 넘었다. 보통 3년 주기로 순환보직이 이뤄지지만 그는 마약조사과에서 추가 근무를 희망했다. 고 주무관은 “해외 여행객이나 화물 등에 대한 정보를 분석 결과 마약류로 추정되면 마약조사과에서 검사해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한다”며 “밀수 물품을 중간에서 적발하지 않고 감시 통제 속에서 유통되도록 한 후 최종 유통 단계에서 적발하는 통제배달 조사를 하고 신문 조서 받은 후 검찰 송치 단계까지 담당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재미있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마약 수사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세관에서 일하다 보니까 마약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걸 알게 됐고 다양한 종류의 마약이 존재하는 것도 인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 주무관은 “예전에는 마약을 구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비트코인이나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쉽게 사고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일이 많다”며 “심지어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도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대마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마약 중 하나인데 대마가 ‘게이트 마약’ 역할을 해서 다른 마약을 확대하는 계기가 된다”며 “이렇게 하다 보면 더 많은 마약사범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 주무관은 “수사를 하다 보면 마약을 한 번 한 사람이 또 해서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기 때문에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또 “추적이 어려운 비트코인을 활용하는 등 수법이 고도화하고 있지만 그만큼 수사 기법도 발전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경각심을 갖고 마약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 "폐 끼쳐 죄송"
  • '아따, 고놈들 힘 좋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