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돈풀기' 80년대 거품 경제 수준 폭락한 엔화(종합)

달러·엔 149엔 돌파 '엔화값 32년래 최저'
달러인덱스 하락에도 엔화만 유독 약세
글로벌 긴축 행보 속 나홀로 돈 풀기 여파
150엔 돌파할듯…80년대 거품경제 수준
  • 등록 2022-10-18 오전 10:40:26

    수정 2022-10-18 오후 9:16:35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일본 엔화 가치가 32년 만의 최저치로 폭락했다. 글로벌 긴축 행보 속에서 나홀로 돈 풀기를 고수하면서, 1980년대 거품 경제 수준으로 엔저(低)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엔화 방어를 위한 당국의 개입은 점점 약발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AFP 제공)


달러·엔 환율, 150엔 돌파 초읽기

17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149.08엔까지 상승했다. 달러화와 비교한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였다는 의미다. 달러·엔 환율이 149엔을 돌파한 것은 1990년 8월 이후 32년여 만에 처음이다.

엔화는 ‘킹달러’ 현상을 극명하게 상징하는 통화다. 달러·엔 환율은 1년여 전인 지난해 9월만 해도 110엔을 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 긴축이 겹치며 달러화가 초강세를 띠었고, 달러·엔 환율은 수직 상승했다. 준기축통화로 꼽히는 엔화가 불과 7개월 만에 110엔대 레벨에서 150엔대를 넘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웬만한 신흥국이면 외환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속도다.

이날 특히 주목할 것은 영국의 감세안 철회에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뛰고 상대적으로 달러화가 하락했음에도 엔화만 유독 약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111.92까지 내리며 112선이 깨졌다. 엔화의 날개 없는 추락이 얼마나 추세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은 “투기 등에 따른 (엔화의) 과도한 변동이 있다면 단호한 조처를 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추가 외환시장 개입을 시사했음에도 엔저를 막지 못했다. 몬트리올은행의 그레그 앤더슨 외환전략 책임자는 “149엔선에서 어떠한 시장의 저항도 없었다”며 “일본이 다시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달러당 150엔 돌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는 일본 경제를 장기 불황에 빠뜨린 1980년대 거품 경제 때나 볼 수 있던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엔화가 지지선 자체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나홀로 완화, 엔저 가팔라질 수도”

추세적인 엔저는 ‘경제 체력’과 직결돼 있다. 월가의 다수 기관들은 일본이 올해 연간 기준으로 42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8월 경상수지 흑자는 589억엔(약 57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6.1% 급감했다. 1985년 이후 8월 기준 사상 최소다. 과거 전자기기, 자동차 등으로 세계를 호령하며 일본 경제와 엔화 가치를 떠받친 ‘일본 주식회사’ 경상수지 흑자국의 명성에 금이 갈 위기인 것이다. 준기축통화국 지위가 흔들리면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을 등질 가능성이 높다.

이 와중에 일본은 나홀로 돈 풀기를 고수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최근 국제금융협회(IIF) 멤버십 연례 총회에 나와 “경기 회복을 위해 통화 완화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로다 총재는 엔화 초약세를 두고서는 “일부 부문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거시경제 상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와 동시에 현재 정책을 되돌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BOJ 특유의 인위적인 채권수익률곡선 통제(YCC)가 월가의 주요 관심사다. YCC는 중앙은행이 장기시장금리 목표를 달성하고자 채권을 매수 혹은 매도하는 정책이다. BOJ는 10년물 국채금리를 0.25%선에서 유지하기 위해 장기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식으로 돈을 풀고 있다. 마이너스(-) 장기시장금리는 침체 공포를 가속화할 수 있는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월가 한 고위인사는 “YCC 정책이 예상보다 길어진다면 엔화 하락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가팔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BOJ는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

아야코 후지타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 총재의 비둘기파 신호와 BOJ의 물가 상승 자체 예측은 상충하는 것”이라며 “이 정책은 본질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JP모건은 일본이 YCC 정책을 바꿀 시기를 당초 내년 중반에서 내년 3월로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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