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글로벌경영⑧)앨라배마, 톱5 약속의 땅

美공장, 글로벌비전의 마지막 시험대..성공의욕 불타
품질·브랜드로 정면 승부, "제 2도약 꿈꾼다"
  • 등록 2004-03-26 오후 12:03:38

    수정 2004-03-26 오후 12:03:38

[edaily 지영한기자] 현대자동차는 지난 80년대 후반 캐나다 부르몽에 연산 10만대의 북미공장을 설립했다. 그러나 모험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현대차는 90년대 중반 북미에서 철수해야만 했다.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주(州)에 북미공장을 다시 짓고 있다. 이미 실패를 맛 본 까닭일까. 현대차는 새로운 북미공장의 성공을 확신하면서도 애써 신중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덩커크를 통해 유럽대륙에서 철수했던 연합군 장병들이 4년뒤 노르망디에 상륙할 때 느껴봄직한 비장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북미공장 재도전에 나선 의욕만큼은 불타고 있다. 지난 2월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현대차(005380)의 기업설명회장. 박황호 현대차 사장은 북미공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말했다. "인도에선 성공했습니다. 중국에선 성공할 예정입니다. 미국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이 반드시 성공해야만 합니다." 굳이 설명이 없더라도 앨라배마공장에 대한 현대차의 남다른 각오를 엿볼 수 있다. 현대차는 부르몽공장이 문을 닫자 이 곳에서 뜯어낸 생산설비를 인도공장인 현대모터인디아(HMI)로 옮겼다. 인도 첸나이공장에선 캐나다에서 가져왔다는 대형 압축 프레스가 굉음을 울리며 힘차게 강판을 찍어내고 있었다. 물론 부르몽의 설비를 뜯어내던 당시만해도 현대차의 분위기는 너무도 참담했을 것이다. 그러나 98년 쌍트로(국내명 비스토)의 양산을 시작으로 본격 가동에 들어간 HMI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자 상황은 반전됐다. 현대차는 HMI의 성공에 힘입어 부르몽에서 잃었던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했다. 2001년 4월엔 북미공장 프로젝트에도 다시 착수했다. 현재 8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의 북미공장은 미국 남동부 앨라배마주(州) 인구 25만의 몽고메리시(市)에 자리잡고 있다. 당초 50곳에 달하는 후보지 가운데 캔터키(州) 글렌데이가 끝까지 경합했으나 몽고메리가 최종 낙점 받았다. 앨라배마공장은 여의도의 2배가 넘는 210만평의 부지 위에 연간 완성차 생산능력 30만대 규모로 건설되고 있다. 현대차는 총 10억달러를 투입하고 있으며, 앨라배마주와 몽고메리시는 공장을 유치대가로 2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직·간접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올 6월부터 시험생산을 시작해 내년 3월1일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EF쏘나타의 후속인 NF(프로젝트명)쏘나타를 앨라배마공장의 첫 양산차량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NF는 쏘나타의 후속이라지만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기존의 쏘나타보다 사이즈가 길고 엔진 마력도 대폭 강화됐다. 외관은 철저히 미국인 취향에 맞도록 디자인됐다. 현대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모델인 CM도 2006년 출시를 목표로 앨라배마에서 양산한다. 이 차량은 미국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싼타페의 후속 모델이다. 결국 한국에서 양산돼 수출되는 차종들과 더불어 앨라배마산 NF와 CM을 전면에 내세워 북미에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미국시장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이다. 해마다 창출되는 신규수요는 한국의 10배인 1700만대 안팎에 달한다. 이와 걸맞게 미국은 글로벌 메이커간 경쟁도 살벌하게 전개되는 곳이다. 르노나 푸조 등 유럽의 내노라하는 메이커들조차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곳도 바로 미국이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시장 점유율(승용 및 소형상용기준)은 미국의 빅3가 62%를 차지한 가운데 일본계가 28.7%를 점유했다. 반면 유럽계의 전체 점유율은 7.2%에 그쳤으며 한국업체는 현대차가 2.4%, 기아차가 1.4%를 기록했다. 이러한 시장상황을 반영하듯 미국에 직접 공장을 두고 있는 메이커는 빅3를 제외하면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부 일본계와 벤츠·BMW·폭스바겐 등 극소수 유럽계에 그치고 있다. 현대모터앨라배마(HMMA)의 김양수 법인장은 "현대차의 가장 큰 경쟁력은 품질"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경쟁 차종중에서 최고 품질의 차를 개발해 이를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법인장은 또한 "브랜드 이미지의 상승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JD 파워의 품질 평가 등급과 소비자 만족도 향상에 노력을 계속해왔는데 이제 그 효과가 판매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과거와 너무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86년 엑셀신화를 창조하며 미국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바 있다. 그러나 몇년뒤 `품질이 형편없는 싸구려 차`라는 오명을 안게됐고, 엑셀 론칭 후 승승장구하던 기세도 3년을 넘기지 못했다. 현대차는 더욱이 89년 캐나다 부르몽에 연산 10만대의 북미공장을 건설하고 그 해 론칭한 쏘나타를 현지에서 생산해 북미시장에 내놓는 등 의욕적인 행보도 보였지만 부르몽공장은 93년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열악한 품질수준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현대차의 북미 생산기지는 일대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반 비용이 높은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 한국내 생산의 강점인 가격경쟁력을 포기하고 품질과 브랜드로 정면 승부를 걸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자신감이 없이는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더욱이 현대차가 북미공장을 확보하는데 있어 비용측면만을 고려했다면 관세가 면제되는 멕시코로 들어가는 편이 옳았다. 현대차가 굳이 앨라배마를 선택한 이유는 최근 수년간의 눈부신 품질향상에 따른 자신감 이외에는 달리 해석할 것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현대차는 북미 생산기지 확보를 계기로 제2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02년 이후 신모델이 없어 시장점유율이 정체되고 있으나 앨라배마공장의 본격 가동을 전후로 2006년까지 북미시장에서 새로운 모델을 집중적으로 쏟아낼 계획이다. 우선 앨라배마공장이 2005년 쏘나타 후속인 `NF쏘나타`를, 2006년 싼타페 후속 SUV인 `CM`을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공장에선 최근 론칭한 콤팩트(소형) SUV `투싼`을 오는 9월부터 미국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공장에서 만들어진 그랜저XG의 후속 신형 모델인 `TG`가 내년중엔 미국에서 선보일 예정이며, 내년 5월께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카니발(기아차)의 후속 모델을 베이스로 신형 미니밴을 생산, 2006년께 미국에 수출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현대차는 이처럼 북미공장 가동을 즈음해 미국시장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0년 9월 그랜저 XG와 산타페가 출시됐을 때도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에서 이듬해 2%로 2배나 증가한 경험도 갖고 있다. 앨라배마공장의 경우엔 2005년 NF만 9만3000대를 생산하고, ▲2006년 23만대(NF·CM 각각 11만5000대) ▲2007년 25만대(NF·CM 각각 12만5000대) ▲2008년 26만5000대(NF 13만대, CM 13만5000대) ▲2009년 27만5000대(NF 13만5000대, CM 14만대) ▲2010년 28만5000대(NF 14만대, CM 14만5000대) 등으로 생산목표가 잡혀져 있다. 현대차는 앨라배마공장이 15만~18만대 사이에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글로벌 경영의 마지막 시험대가 될 북미 생산기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박황호 현대차 사장은 "미국공장을 세웠으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며, 미국공장의 성공은 글로벌 메이커로 가는 길에 있어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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