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Cafe)있으나 마나한 정부?

  • 등록 2005-09-23 오후 1:46:29

    수정 2005-09-23 오후 1:46:29

[이데일리 김대환 칼럼니스트] 수 년 전 모스크바에 처음 갔을 때의 일이다. 모스크바를 처음 방문한 사람은 누구나 그러하듯, 필자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붉은 광장이었다. 붉은 광장 한 가운데에는 레닌의 시신이 있는 모잘레움이 있고, 그 뒤쪽에는 세계 2차 대전 전몰자를 추모하는 ‘영원한 불꽃’이 있다.

특별히 일정이 바쁜 것도 아니고 해서, ‘영원한 불꽃’ 옆에 앉아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그 때 경찰 두 명이 다가 와서는 “이 곳은 러시아의 상징인 곳으로 이 곳에서 담배를 피는 건 러시아에 대한 모욕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러시아를 우습게 보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하더니 벌금으로 100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상징인 곳’에서 담배를 피운 것에 대해서는 좀 미안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벌금으로 100불을 내야 한다는 데는 어이가 없었다. 벌금이 왜 하필 100불인가에 대한 설명도 좀 우스웠다. 담배를 피면 안 되는 곳에서 피웠으니 50불을 내야 하고, 성스러운 곳에서 서 있지 않고 앉아 있었으니 50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담배 피다 벌금내는 사람이 종종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벌금이 어디로 가는지는 물론 아무도 모른다.

그 이후로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담배 피다 벌금낸 적은 더 이상 없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면, ‘경찰이 없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얼마전 그루지아에서는 새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경찰의 부패를 없애기 위해 전국의 교통경찰을 전부 해고해 버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편으로는 오죽했으면 그런 극단적 방법까지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경찰을 정말 완전히 없애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실은 경찰의 역사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길지가 않다고 한다. 가령 영국의 경우 18세기 초까지도 경찰이라는 제도가 없었다고 한다. 영미 소설 속에 종종 등장하는 조나단 와일드라는 사람이 활개를 피던 시기가 18세기 초다.

실제로는 영국 최대 조직폭력배의 두목이었던 조나단 와일드는 대외적으로는 비공식 경찰의 역할을 했다.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을 도둑으로 몰고, 이들을 ‘체포’한 후, 재판정에 데려감으로써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결국 조나단 와일드가 사형을 당하기는 했지만, 당시 영국에서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제한적이었던지를 대충 짐작해 볼 수 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치안 문제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불간섭 원칙’을 고수했다. 증시에 대한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데이빗 리스의 ‘종이의 음모’라는 소설에는 당시 런던의 증권가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던지가 생생히 그려져 있다.

증권거래소라는 것은 따로 없었고, 주식브로커들은 카페를 돌아다니며 투자자들을 끌여 들였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주식거래에 대한 규제라는 것도 있을리 만무하다. 거짓과 사기가 난무했고 주식거래와 관련한 청부살인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혼란은 증시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주가 폭락으로 알려져 있는 ‘사우스 시 컴퍼니’ 주가 폭락의 배경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사우스 시 컴퍼니’ 주가 폭락을 두고 온갖 음모론이 제기되는 것도 무규제로 인한 혼란과 관련이 없지 않다.

때로는 정부가 필요 없는 듯이 보이지만, 정부의 기능이 너무 축소되면 여러가지 예측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안정과 믿음이 생명인 금융시장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미국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정부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시켜 허리케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러고 보면 밉거나 곱거나 정부가 필요하긴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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