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헐리우드를 주름 잡던 미국의 대포적인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 픽쳐스의 최근 상황이다. 저작권 침해, 영화 관객 감소 등 산업 전반이 위기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경쟁력이 극도로 약화된 파라마운트의 추락은 끝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에는 박스 오피스 매출 기준 업계 7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에 파라마운트의 모회사인 바이아콤의 톰 프레스톤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3월 특단의 대책을 취한다. 영화사를 경험한 경험이 전무한 연예인 매니지먼트의 전문가를 신임 사장으로 앉힌 것. 그가 바로 현재 파라마운트 회장 겸 CEO인 브래드 그레이(48,사진)다.
12년간 파라마운트를 이끌어온 셰리 래싱으로부터 회장직을 물려받은 그레이는 사업방법은 물론 회사의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에 나섰다.
"만약 기회가 있다면 우리는 보다 공격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 나는 결코 시간을 낭비하는 타입의 사람은 아니다"라고 공언한 그레이는 지난 8개월간 전 회장을 보좌한 모든 경영진을 퇴출시켰다. 또한 최근 인수한 드림웍스 라이브-액션 사업부의 직원도 약 10% 가량 해고할 방침이다.
일부 영화 프로듀서들은 그레이가 구조조정에만 매달려 영화 제작을 제대로 진행시키지 않아 올해 상영작 리스트를 채우는데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레이는 이러한 비난들을 `멍청한 헐리우드식 가십`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그는 현재 약 20개의 신작 제작을 계획 중이며, 올리버 스톤과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의 자레드 헤스 등 유명 감독들을 영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레이는 "무모한 전략이라느니, 보다 계산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식의 비판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내 자신만의 스타일과 전략으로 나만의 길을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이미지에 흠이 가는 것 정도는 걱정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그는 자신이 파라마운트를 회생시킬 만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 방법은 그가 연예인 매니지먼트사를 경영하며 브래드 피트와 같은 유명 배우들의 커리어를 관리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괜찮은 시나리오를 사들여 능력있는 경영진과 제작자들에게 힘을 실어준 뒤 돈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구경한다는 것.
그러나 그레이의 자신만만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레이가 이끄는 파라마운트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게다가 DVD 매출 급감, 다양한 휴대용 기기의 출현에 따른 영화 관객 감소 등 업계 주변 상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돈의 새로운 법직과 헐리우드의 파워`의 작가인 제이 엡슈타인은 "그레이는 그냥 영화가 아니라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파라마운트는 올해와 내년 상영작이 지나치게 부족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레이가 손에 쥔 개혁의 칼날이 파라마운트를 회생시키는 수술칼이 될지, 치명적인 상처만 남기는 흉기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