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리스크관리의 주역들)SK글로벌 이명석팀장(하)

  • 등록 2001-11-14 오후 12:15:50

    수정 2001-11-14 오후 12:15:50

[edaily] 이번주 대상자는 SK글로벌 이명석 팀장입니다.
(중편에서 이어집니다)
◇"마지막 버스"는 없다 -요즘 시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다쳐서 시장분위기가 많이 죽었지만 저는 자승자박이라고 봅니다. 모든 사람이 매번의 거래마다 수익을 내려고 하는게 문제에요. 물론 그 사람들의 말대로 한국은행이나 재경부가 시장을 인위적으로 뒤흔들었기 때문일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명색이 시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언제까지 그 타령만 할 겁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한국은행이 절대자가 아닙니다. 시장의 힘이 뭉치면 얼마든지 한은을 누를 수 있습니다. 시장은 늘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죽어있을 때도 시장이에요. 주식시장이 매일매일 급등, 급락합니까? 주가지수 1000에서 500으로 떨어질 때 살아남는 자가 최후에도 살아남는 겁니다. 버스가 올 때 이미 놓쳤다면 굳이 뒤쫓아갈 필요없어요. 다른 버스를 타면 됩니다. 시장에 "마지막 버스"는 없습니다. -4월초 1365원 고점을 찍고 환율이 계속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외환거래 규모가 많이 줄고 유동성이 급감한 건 사실입니다만. 업체 쪽에서는 환 위험관리가 필요없으니 환율정체기를 더 반긴다는 의견도 있던데요. 사실입니까. ▲다른 기업들은 모르겠고 저희는 별로 반갑지 않습니다. 수익낼 기회가 없으니까요(웃음). 작년 여름에는 이거보다 더 심했어요. 그 반작용이 환율급등 아닙니까. 그 시절에 불평하던 딜러들이 환율상승기에 돈 벌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대비를 안했으니까요. 대부분 시장참가자들이 대비를 안했기때문에 반등폭도 더 커졌을 거라고 봅니다. 지금 어렵죠. 물론 어렵습니다. 한은의 개입도 충분한 개연성이 있어요. 하지만 확인되지 않는 사실에 왜 일희일비합니까. 앞날에 대비할 시간도 부족한데. 저는 지난번에도 1314원에 팔았어요. 안 움직인다지만 1314원 찍고 1280원까지 내려갔잖아요. 대한민국에서 환율 40원 움직였으면 큰 겁니다. 그 때 과연 몇 명이나 수익을 냈겠습니까. 언제든 환율 급변동 시기는 옵니다. 그게 안 온다면 대한민국이 망하는 거죠. 언젠가 올 시장을 대비하면 됩니다. 매 거래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간단한 의사결정 구조가 고수익의 비결 -다른 기업에 비해 의사결정 구조가 간단한 것 같습니다. 수익을 내는데 도움이 되는 구조인가요. ▲물론입니다. 저희는 권한이양이 확실하게 돼 있습니다. 부회장님이 준 리미트 안에서는 그 분 조차도 저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어요. 한도 내에 있는 제 권한을 뺏으려면 품의서 쓰고 다시 윗선 결제를 받아야 하니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죠. CFO도 제가 그 한도를 지키는지를 감시하실 뿐 거래내역 자체를 가지고 뭐라하시진 않아요. 100% 헤지하는 기업도 저희밖에 없다고 자부합니다. 자신의 노출 포지션에 대해 100% 헤지하고 치프딜러가 각 인터뱅크 딜러에게 포지션을 적당량 배분해서 개별로 수익이 나게 만드는 겁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시스템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체 포지션이 1억달러라면 치프딜러가 5천만달러를, 나머지 5천만달러를 10명의 시니어딜러에게 5백만달러씩 나눠주는 형식입니다. 그럼 그 시니어딜러는 스스로는 250만달러를, 자기가 데리고 있는 주니어딜러에게 250만달러를 알아서 나눠줍니다. 선진금융기관이 사용하고 있는 구조이고 저희도 똑같습니다. 제가 환율상승 전망을 가지고 달러를 사들이고 있는데 주니어딜러가 팔고 있다고 가정해보죠. 그래도 그대로 놔두고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게 위험배분의 또다른 방법이죠. 포지션 리미트 하에서는 누가 무얼해도 간섭하면 안됩니다. 다만 제가 원래 500만달러를 사려고 계획했는데 이 친구가 200만달러를 팔고있다면 700만달러를 사들이면 되거든요. 저는 기업들 환리스크 관리실태를 점검하겠다고 하는 말이 무척 우습게 들립니다. 사실 많은 기업의 외환담당자들이 회사전체 포지션을 잘 모릅니다. 회사 전체로는 롱인지 숏인지 알지도 못하고 거래만 하니까요. 자기 것만 보고 거래하니까 회사의 다른 팀에서 1억달러 차입이 들어온다해도 롱만 고집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저희가 이때까지 완벽하게 해 왔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저희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어가며 이 시스템이 최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거에요. 것도 외환위기가 지나서였습니다. 저희 내부에서도 100% 헤지 시스템에 대해 반대가 많았어요. 특히 원화절상기에 추심자매입을 통한 네고로 달러를 팔았던 부서에서 반대를 많이했죠. 부서 이익이 줄어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왜 100% 헤지해야하냐고 강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환 전문가가 있으니 예상을 잘 해주면 될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올 정도였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향후 환율이 얼마인지 정확히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 우리 회사직원들에게 전부 연봉 1억씩을 지급할 수 있는 초능력자입니다. 전 1초 후의 환율이 어떻게 될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렇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만 말씀드립니다"라고요. 그런 얘기를 하면서 꾸준히 설득작업에 나섰고 최고경영자께서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셨죠. 말씀드린 "환차손은 책임을 묻고 환차익을 통한 이익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씀 말입니다. 그래서 "영업팀도 100% 헤지하고 환율전망은 딜링팀에게 맡긴다"라는 원칙이 성립됐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우선 이 정도까지는 손실을 봐도 회사존립에 문제가 없다"는 선에서 연간 손절매 한도를 정합니다. 거기에 맞춰서 월간, 주간 손절매 한도를 조정하고요. 물론 데일리 리미트가 1억원이라고 해서 주간 리미트가 5억원은 아니고 일간이 1억이라면 주간과 월간은 각각 2억, 3억 정도입니다. 연초에는 지난해 데이터를 가지고 통계치를 냅니다. CFO가 저희에게 "환거래 이익을 얼마내라"고 수치를 정해주시면 거기에 맞춰 "이 정도 수익을 내려면 거래볼륨이 이 정도는 돼야겠다"고 뽑아내죠. 천만달러는 치고받아야 몇 억원 이익이 나온다는 걸 계산하는 겁니다. 이 때 매일 천만달러씩 거래할 순 없으니까 거래범위 한도는 1500만달러로 받고 거래는 1000만달러 안에서 합니다. 딜링팀은 거래만하고 컨펌은 회계팀만 합니다. 자금이체는 또 자금팀만 해요. 많은 회사들이 이렇지 않더군요. 내가 거래하고 은행에서 사인해달라고 나한테 전화하고 자금이체도 내가 하고...이래서 무슨 관리가 됩니까. 사람이기 때문에 손실을 입으면 "조금만 더하면 먹을 것 같은데. 뒤집을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안 들수 없습니다. 그런 유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죠. -경영층의 마인드 부족을 환위험 관리가 안되는 결정적 원인으로 꼽는 보고서가 많습니다. 동의하십니까. ▲틀린 말은 아닙니다. 경영층의 의지가 부족한 곳이 많고 의지가 있어도 전문가들을 데려올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기업들이 순환보직제를 채택하고 있기때문에 "아 좀 알 만하다" 싶으면 다른 사람이 옵니다. 큰 문제죠. 최소 2년 정도 경험을 쌓아야 헤지를 할 수 있고 이후 비슷한 기간동안 제대로 배워야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은 물론이고요. -매년 말 "내년에는 얼마 벌어라"는 목표치를 할당 받으십니까. ▲물론입니다. 올해는 다행히 상반기에 이미 그 수준을 뛰어넘었어요. 솔직히 잘 돼도 문제긴 해요. 만약 어느해 목표치가 100원이었는데 제가 1000원을 벌었다 치죠. 그럼 분명히 다음해에는 500원 벌어들이라는 압력이 들어옵니다. 그럼 조르고 졸라서 300원으로 낮추곤 합니다.(웃음) -기업체에서 이익을 위한 환거래를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적극적으로 하진 않습니다. 제가 거래하는 규모는 전체 포지션 중 10분의 1정도 규모인걸요. 회사규모가 크니까 눈에 좀 띄긴 하겠죠. ◇위험관리는 안정적 수익을 "꾸준히" 내는 것 -위험관리의 개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안정적인 수익을 꾸준히 내는 것. 간단합니다. 어떤 물건을 100원에 사서 110원에 되파는 장사가 환관리 측면에서는 가장 적절한 장사에요. 달러를 돈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안정적인 영업수익을 낼 수 있는 도구로 생각해야죠. 옛날에 저희가 캐논 카메라 수입을 했는데 환위험 비용, 마진 등을 종합하니 총 가격이 1100원이 나왔어요. 그런데 영업 쪽에서 그러면 수익을 못낸다고 위험관리를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관두시라고 했죠. 차라리 그냥 돈 장사를 하겠다고. 달러는 안 팔릴 위험이나 없지 캐논은 소비자가 안 사면 그만 아닙니까. 기업체 딜러들은 금융상품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개별 부서의 사소한 업무까지 일일이 컨설팅을 해줘야합니다. 옛날에 저희가 신발을 들여온 적도 있는데 그것도 위험관리 비용을 추가하니 남는 장사가 아닌거에요.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려면 상당한 배경지식이 뒷받침돼야 할 것 같은데요. 독학으로 상당한 공부도 해야할 것 같고. ▲그거야 월급받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 아닙니까. 이 분야에서 그 정도 안하고 살아남을 수 있겠어요. 제가 승진을 발리하고 전문직으로 발령난 건 어느 순간 딜링을 잘해서 이뤄진 건 아닙니다. 과거부터 꾸준히 공부하고 대비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죠. 이젠 대우받는만큼 회사에 이익을 되돌려줘야할 의무가 생긴 거구요. -기억나는 상사가 있다면. ▲남 부장님이죠 뭐. 그 분이 토론을 너무너무 좋아하십니다. 격렬한 토론이 끝나고 나면 내가 한단계 진보했구나 하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분께 정말 많이 배웠고 아직 제게서 배워갈 사람이 없다는게 아쉽습니다. (웃음)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불만.."고객요구를 파악해야" -시장 주변여건이 이렇게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계십니까. ▲많습니다. 대한민국은 고스톱 사회입니다. 참여해야 이익을 얻든 손실을 얻는다는 의미죠. 우리 외환시장은 이상한 장외시장(OTC)입니다. 분명히 장외시장인데 금융결제원이라는 장내시장이 버젓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상당히 불리합니다. 시장에 직접적으로 참여는 못하고 통행세마저 지불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니까요. 제가 은행딜러보다 자신감을 가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은행들의 거래비용은 100만달러당 4000원이지만 저희는 20만원을 냅니다. 장외시장이라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또한 아쉬운 것은 시중은행들의 내부 문제로 인한 원가 상승입니다. 제가 시중은행 코퍼레이트 딜러랑 거래할 때 어떻게 하는지 아십니까. 1000원에 달러를 사려고 코퍼레이트 딜러랑 거래하면 시중은행 코퍼레이트 딜러는 같은 은행의 인터뱅크 딜러에게 1000원에 10전을 준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저는 여기에 다시 20전를 더한 가격을 내는 겁니다. 30전이 시장가격보다 추가되는 거죠. 물론 모든 경우가 이렇진않지만 한 단면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제가 그 은행 인터뱅크 딜러하고 거래하는 것도 아닌데 왜 수수료를 이중으로 내야하냔 말이죠. 그나마 외국계는 이렇지않기 때문에 외국계은행과 주로 거래합니다. 내부문제를 가지고 고객들에게 왜 비용부담을 전가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규모가 작고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은 국내은행이랑 거래하거든요. 외국계에서 거부하니까. 모 시중은행은 이런 수익만 일년에 50억 넘게 냈다고 들었습니다. 외환위기때는 1000억을 넘게 벌었구요. 대기업에게 10전씩 초과수수료를 매겼으니 중소기업들은 40전, 50전 부과했다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스왑을 할 때 제가 sell&buy 를 하고싶다고 가정해보세요. 그럼 은행 쪽은 buy&sell 이 되겠죠. 시중은행은 원화는 넘쳐나니까 달러를 라이보+150bp로 차입해옵니다. 원화금리가 7%라고 가정하면 스왑레이트는 0.5% 정도 밖에 안돼요. 시중은행이 상당히 유리하잖습니까. 그런데도 시중은행들은 고객들에게 3~4%를 요구합니다. 자기들 내부 구조상 여기저기 떼줘야하는데 3~4%를 받아야 남는다는 거죠. 외국계은행은 달러는 LIBOR(런던은행간 금리)에 빌리고 원화를 금리 8% 정도에 빌리니까 국내은행보다 불리합니다. 그래도 고객들에겐 2%를 요구하니 외국계은행과 거래하는 겁니다. 예전 모 시중은행과 제가 buy&sell, 그 쪽이 sell&buy 스왑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호가가 0.20-0.30였구요. 스프레드가 0.010인데도 0.0을 제시하는거에요. 0.3이나 마진을 먹겠다고요. 이러니 무슨 거래를 하겠습니까.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의 그런 차이는 어떻게해서 나타나는 걸까요. ▲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 차이라고 봅니다. 시중은행 딜러들은 국제금융부 직책을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보직" 이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왔으니 인정받았고 이걸 밑천삼아 다른 데로 간다는 생각이죠. 외국계는 이걸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니 다를 수 밖에요. 접대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해요. 국내영업에선 시중은행들이 외국계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벗어나지 못하니 안타깝습니다. -경영학 전공하셨는데 학부 때도 이런 일을 원하셨습니까. ▲전혀요. 개인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결혼은 언제 하셨나요. ▲95년 9월에..연애를 좀 오래해서 취직하자마자 바로 했죠. 대학때 첫 소개팅에서 만나 지금까지 지내왔으니 같이 자란 친구나 마찬가지에요. 아내는 건강보험의료공단에 다니고 있습니다. -꿈이 있다면. ▲기업체들에게 각자 처한 현실에서 최적의 환리스크 솔루션을 제공해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명석 팀장 약력 -1967년 출생(본적 경기 부천) -1986년 인천 송도고 졸 -1991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 -1995년 SK글로벌 자금팀 입사 -1996년 SK글로벌 국제금융팀 -2000년 1월 SK글로벌 딜링팀 과장 -2001년 9월 SK글로벌 딜링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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