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이슈)통신산업 버블의 장본인

  • 등록 2002-07-29 오후 3:06:55

    수정 2002-07-29 오후 3:06:55

[edaily 김홍기기자] 미국 씨티그룹 투자은행 부문인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애널리스트인 잭 그룹먼(Jack B. Grubman)이 최근호 비즈니스 위크에 의해 통신산업 버블을 일으킨 장본인 격으로 공격을 받았다. 이번에 공격을 받은 그룹먼은 통신업체 하나쯤은 망하게 할 수도 흥하게 할 수도 있는 힘있는 애널리스트로 평가받았던 거물이었다. 연봉만 해도 2000만 달러로 애널리스트 중에서는 최상위에 랭크된 스타였다. 그러나 이제 그가 통신 버블이 꺼지면서 ‘공공의 적’으로 변했다. 다음은 비즈니스 위크가 독자에게 제출한 ‘공소장’이다.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스의 창립자인 필립 안슈츠, 전 최고경영자(CEO)인 조셉 나치오, 글로벌 크로싱의 창립자인 게리 윈닉, 월드컴의 전 CEO인 베르나르 에베르의 공통점은 몇가지가 있다. 우선 이들은 회사가 망하기 전에 주식을 내다팔아 각각 19억 달러, 2억 5000만 달러, 7억 3000만 달러를 챙겼다. 에베르는 회사에서 4억 달러를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았다.

두번째 공통점은 이들이 지난 5년간 통신산업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있다. 이들은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통신 애널리스트인 잭 그룹먼과 이러저러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룹먼은 퀘스트, 글로벌 크로싱, 월드컴의 자본 유치에 도움을 줬고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사라고 추천했으며 이사회에 참석했으며 전략을 수립하는데 참여했다.

그룹먼의 영향력은 대단해서, 전성기에는 그가 통신산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1980년대의 정크 본드 투자자인 마이클 밀켄에 비견될 만했다. 예를 들면 2000년 3월14일 그는 메트로미디어 파이버 네트워크의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는데 주가는 이날 16%나 상승했다. 그 회사는 두 달 뒤 파산했다.

물론 이는 투자자들이 그룹먼이 사심이 끼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추천했다고 믿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호황기에 리서치 부문과 투자은행 부문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 인물이었다. 어떠한 통신 애널리스트보다 더 자신이 맡은 업체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애널리스트였다. 많은 비판자들은 그룹먼이 회사에 대한 전망을 하는데 있어 객관성을 유지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례로 그는 안슈츠가 나치오를 CEO로 영입하는데 도움을 줬으며 글로벌 크로싱이 프론티어 커뮤니케이션스를 110억 달러에 인수하는데 관여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그룹먼이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인지 그룹먼은 통신 버블이 꺼지기 시작한 2000년과 2001년에 다른 애널리스트들이 경고를 보내고 있던 와중에도 호의적 리포트를 냈다. 2001년 3월에는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본 딴 ‘연두교서(The State of Union)’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우리는 네트워크에 기반한 서비스에 대한 기본적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고 믿는다. 사실 우리는 통신 서비스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앞으로 7~8년 내에 두 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러한 리포트가 그의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다.

그룹먼은 어떠한 애널리스트도 넘지 않았던 선을 넘은 애널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역할을 강하게 옹호했다. 비즈니스 위크의 2000년 프로파일에 따르면 그는 자신을 현대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의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 “과거에 갈등을 일으켰던 것이 이제는 시너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씨티그룹의 회장인 샌포드 와일도 그러한 역할에 대해 옹호하고 나섰었다. 애널리스트가 리포트만 내는 것이 아니라 투자은행 부문에도 일정 부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는 신뢰성에 있어 문제가 될 만한 일이었다. 미국의 금융 전문가 윤리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일을 해서는 안되게 돼 있다. 그리고 그룹먼에 대한 신뢰성은 이미 2000년부터 문제가 되고 있었다. 비즈니스 위크의 2000년 보도에 따르면 그는 실제로는 보스턴 대학을 우등 졸업했으면서도 MIT를 졸업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리고 필라델피아의 남부에서 자랐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북동부에서 살았다. 필라델피아 남부나 북동부나 모두 블루컬러 지역이기는 하다. 필라델피아 남부는 영화 록키의 록키 발보아의 무대가 되었을 만큼 역사가 긴 지역이다. 그리고 보스턴대학 출신이 MIT 출신보다 못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이러한 사소한 점까지 속였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의 위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위력은 이너 서클에 의해 더욱 공고해졌다. 예를 들어서 2001년 1월에 카우프만 브라더스의 애널리스트인 빅 그로버가 윈스타의 실적 전망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을 때, 그룹먼은 이날 호우에 리서치 노트를 내면서 그로버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윈스타를 담당하지도 않고 고위 경영진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는 사람이 이러한 리포트를 낸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라고 공박했다. 그리고 2월1일의 윈스타 컨퍼런스 콜에서 다시금 그로버를 비난했다. 물론 윈스타의 주가는 상승했다. 그러나 두 달 뒤인 그 해 4월에 윈스타는 파산했다.

그룹먼이 가장 충성했던 회사는 월드컴이다. CSFB의 다니엘 라인골드를 포함한 애널리스트들이 월드컴에 대한 추천을 중단했던 작년에도 그룹먼은 정기적으로 ‘강력 매수’를 추천했다. 그는 월드컴에 대해 통신산업에서 가장 자산이 좋은 업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추천은 올 4월22일 월드컴이 매출 전망을 하향조정할 때까지 계속됐다. 그 때까지 월드컴의 주가는 90%나 폭락했다.

그룹먼이 관련 회사의 경영진으로부터 받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직 살로먼의 브로커였던 데이비드 차콘은 그룹먼이 에베르와 나치오 등에게 기업공개(IPO) 회사 주식을 나눠졌다고 주장했다. 에베르는 그룹먼이 배정해준 주식 덕택에 하룻만에 1600만 달러를 챙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차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살로먼은 증권규정을 어긴 것이 된다.

현재 그룹먼에 대한 조사는 전방위적으로 진행중이다. 미 증권딜러협회(NASD), 뉴욕주 검찰총장 엘리어트 스피처, 미 하원 금융서비스 소위원회 등에서 조사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까지 소신에 따라서 주식을 추천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일의 하원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그룹먼은 “퀘스트, 글로벌 크로싱, 월드컴 등의 자본 유치에 도움을 줬는데 이것은 통신산업의 밝은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미 전역에 기업 및 개인 브로드밴드 커넥션 망을 깔게 되면 이것이 인터넷 트래픽을 높일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의 추천에는 이해상충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그룹먼과 일부 통신산업 경영진에 의해 야기된 피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우선 통신산업의 건전성이 훼손될 위험에 처했다. 수십억 달러의 투자자금이 날아갔다. 새로운 장거리 네트워크의 3%만이 사용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이 때문에 미국이 통신산업에 있어서 2류 국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과 일본이 통신산업에서 앞서가고 있는 와중에 통신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게 되면 앞으로 따라잡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통신산업 투자자는 이미 2조 달러를 날렸다. 이는 인터넷 버블의 피해규모의 두 배가 되며 1980년대 후반의 저축대부기관(Savings & Loans) 부실 때의 규모와 같다.

그룹먼이 인터넷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던 메릴린치의 헨리 블로젯처럼 소송의 대상이 될 지 안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룹먼이 통신 버블을 키운 장본인중 한 명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그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 할 것임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물론 그룹먼에 대한 법적인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애널리스트가 애널리스트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투자은행가는 투자은행 일에 충실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래야만 미국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인 신뢰가 다시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인간이란 항상 탐욕에 의해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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