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힐링`에 빠졌다

삶이 팍팍하니 힐링 산업 뜬다
자연을 수혈 받아 몸도 마음도 힐링
템플스테이 9년만에 170만명 다녀가
심리치료사 동행하는 여행상품도 등장
  • 등록 2012-08-02 오후 12:10:00

    수정 2012-08-02 오후 1:20:05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S사에 다니는 강 과장(41)은 이번 휴가 때 나홀로 떠나는 템플스테이를 계획하고 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최근 위염수술을 받았던 그는 “직장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혼자서 푹 쉬다 올 작정”이라고 말했다.

주부 안성미씨(38)는 우울증에 빠졌다. 4년전 출산 후부터 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무력감이 크게늘었다. 그런데 지난 달 말께 산림 치유여행을 다녀온 뒤로 주위로부터 밝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웰빙(Wellbeing)`이 지고 `힐링(Healing)`이 뜨고 있다. 몇 년 전까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화두였다면 이젠 `바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관심사다.

힐링을 모티브로 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엔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는 정치인들도 못나가서 안달이다. 잘난 점만 부각할 것이 아니라 아픈 과거나 `정치인으로서의 삶의 고단함`을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대중들과 공감대를 얻고자 해서다.

방송뿐 아니다. 출판계도, 산업계도 `힐링`은 회사 경영에 중요한 정책이 된다. 이런 변화에 맞춰 여행업계도 `힐링`을 테마로 한 여행·휴양 프로그램이 성업 중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힐링을 전면에 내세운 여행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숲 센터나 산사체험이 가능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학업 스트레스가 심한 학생, 취업난에 시달리는 구직자, 피로에 지친 직장인, 은퇴를 눈앞에 둔 베이비 부머 등 모든 세대에게 `마음의 위로`가 먹혀 드는 것이다.

실제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측은 2002년 첫 사업 시작 이후 매년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크게 늘고 있다. 템플스테이 내국인 참가현황 자료를 보면 2002년 1299명에 불과했던 것이 2004년 3만3695명, 2006년 6만1417명, 2008년 9만2694명, 2010년 15만2909명, 작년에는 총 18만8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관계자는 “현재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 수는 총 109개로 2011년 기준으로 누적 인원만 약 170만명에 달한다”면서 “과거 참선, 다도 등 사찰문화 프로그램에 집중됐다면 최근 몇 년 간 ‘힐링’을 화두로 휴식형, 여가문화에 맞춘 취미형 등 나를 찾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치유의 숲도 3곳이나 조성돼 있다. 강원도 횡성 숲체원, 경기 양평 산음휴양림, 전남 장성 축령산편백숲이 그것이다.

치유센터도 곳곳에 생긴다. 강원도 평창군에는 `정관장 힐링센터(가칭)`가, 충북 청원군에는 `초정베데스타스파텔`이라는 대규모 힐링센터가 조성될 예정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힐링을 지역 콘셉트로 종합 단지 조성을 추진하기도 하는 데 경북 경주시는 휴양과 건강 회복을 위한 종합리조트인 `힐링 랜드`를 2017년까지 설립키로 했다.

제천의 리솜포레스트는 힐링을 콘셉트로 문을 연 국내 첫 힐링리조트다. 해발고도 490~690m에 자리한 리솜포레스트는 약 21만㎡부지 중 70%가 숲으로 덮여 있다. 총 6개의 코스를 숲 전문가와 함께 거닐며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롯데호텔제주도 힐링을 전면에 내세운 캠핑상품을 최근 내놨다.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제주도 중문 색달해변 위 언덕에 캠핑존을 만들었다.

작년에는 국내 최초 힐링전문 여행사도 등장했다. 노매드 힐링 트래블은 말 그대로 관광 중심여행이 아니라 심신치유 프로그램 중심의 여행상품을 판다. 이 여행에는 `심리치유사`가 동행한다.

노매드 힐링트래블 측은 “직장과 인간관계에서의 스트레스와 이에 대한 `치유`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며 “힐링여행은 명상, 걷기, 동행, 글쓰기 여행을 통해 마음 챙김과 자신을 알아가는 방법을 연습하는 행위로 무엇을 당장 고치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 것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노매드 힐링트래블 홈페이지 내 관련 여행상품 사진캡쳐
이처럼 힐링여행에 몰리는 이유는 그 만큼 대한민국이 확실히 아프고, 피곤하다는 반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힐링컨설팅업체 한 관계자는 “힐링이 뜨는 건 마음이 헛헛한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라며 “힐링여행도 이 같은 맥락에서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매일 접하는 현대인들이 마음의 평화를 찾아 떠나려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정신질환실태조사`를 보더라도 18세 이상 성인 중 `최근 1년간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은 519만명이나 됐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행복지수 26위, 자살률 1위라는 성적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신과를 찾아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이들이 자연스럽게 힐링카페나 힐링여행, 관련 서적을 찾게 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국내 힐링 산업은 태동기지만 피로와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여러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농촌으로 다시 돌아가는 귀농자나 걷기 열풍 등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며 “기업 차원에서도 힐링 관련 캠페인을 펼치고 있어 힐링산업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본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이 같은 개념의 릴렉세이션(relaxation)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해 현재 일본 인구 5명중 1명꼴로 힐링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시장이 성숙했다. 일본 관광산업미래백서 2011년판에 따르면 힐링을 테마로 하는 산업은 2020년까지 12조~16조 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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