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로 떠나자④]양양

  • 등록 2006-08-31 오후 1:56:04

    수정 2006-08-31 오후 1:56:04

[스포츠월드 제공] 사람들은 동해바다 하면 한계령을 떠올린다. 한계령을 넘어야 동해로 갈 수 있다고 여긴다. 미시령터널이 개통돼 동해로 가는 지름길이 생겼지만 아직도 ‘한계령=동해로 가는 관문’이라는 등식에는 변함이 없다. 아흔아홉 구비를 이루는 수려한 길을 지나면 마중 나오는 한계령휴게소. 이곳에서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일년에 절반은 운해에 잠긴 만물상의 신비로운 풍경을 내려다봐야 동해로 가는 길이 싱겁지 않다. 여기에 ‘저 산은 내게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하고/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하고 양은희가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한계령’의 노랫가락에 푹 젖어야 동해로 떠난 실감이 난다.

한계령이 끊겼다. 지난 7월 15일 오전.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 한 번의 집중호우로 설악산을 비롯해 인제와 양양을 잇는 한계령이 초토화됐다. 그 후 달포가 지났지만 한계령은 여전히 ‘통행불가’다. 인제∼장수대, 양양∼오색구간은 응급복구 작업을 벌여 차량 소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계령을 정점으로 한 30여㎞는 곳곳에 산사태가 나 있는 상태로 여전히 통제되고 있다.

양양읍에서 오색지구로 가는 길은 곳곳이 유실돼 있었다. 그러나 응급복구를 마친 상태라 차량 통행은 가능하다. 오색천도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오색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대부분 끊겼고, 계곡가의 소나무는 허공에 뿌리를 드러낸 채 힘겹게 서 있었다. 계곡이 옛 모습을 찾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양양군에서 이번 집중호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오색약수도 복구작업이 한창이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바위와 토사가 쌓인 계곡에서 솟는 약수가 애처롭게만 보였다. 강원도 고성에서 왔다는 관광객들은 “수해 이후 오히려 약수는 더 많이 솟는 것 같다”면서도 “예전에는 한 모금 마시면 짜르르 했는데, 지금은 조금 약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오색그린야드호텔도 재개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색그린야드호텔은 지하 4층까지 침수돼 아직까지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호텔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쏟아진 물을 막아준 방어막 구실을 했다. 오색그린야드호텔이 물과 토사를 막아주어 호텔 밑에 있는 식당과 상점들이 그나마 피해를 입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오색에서 시작하는 설악산과 점봉산의 등산로는 복구작업을 마치고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 지름길인 오색 등산로도 열렸다.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주전골도 등산로를 응급복구 해 산행이 가능하다. 다만 2004년 자연휴식년제에서 풀린 점봉산 흘림골은 피해가 심해 통행이 금지된 상태다.

양양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한계령 차량소통은 9월 말경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단풍특수’까지 놓치면 올해 양양군의 관광경기는 끝이라는 절박한 민원이 있어 가능했다.

일단 사태가 난 곳은 제껴두고 길 만이라도 응급복구를 끝내 차량 소통이 가능하도록 임시 조치를 해놓겠다는 것이다.

오색지구에서 조심스럽게 한계령으로 향했다. 흘림골 입구에는 집채만한 바위가 굴러 떨어져 계곡을 막고 있었다. 대청봉을 향해 불꽃처럼 타오르던 바위봉우리들도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계곡 위를 지나는 도로는 하나같이 유실돼 있었다.

한계령휴게소에선 사람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휴게소 직원은 “가끔 수해 피해가 궁금한 이들이나 공사 관계자들이 찾을 뿐 사람 구경하기 힘들다”며 “통행금지는 돼 있지만 경찰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차량이 오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양양군청 관계자는 ‘한계령은 양양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갯길 가운데 하나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았다”며 “빨리 도로가 다시 개통돼 한계령 휴게소가 관광객들로 북적거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을향 짙게 밴 송이 축제
외국인 체험에 500명 이상 방문예정



지난 해 열린 송이축제에서 관광객들이 캔 송이를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송이향 맡으러 오세요.’

가을의 진객 송이의 계절이 돌아왔다. 양양군은 송이가 나는 때에 맞춰 9월28일부터 10월4일까지 7일간 남대천 둔치 행사장과 송이산지에서 ‘천년의 향, 2006 송이축제’를 벌인다. 또 축제기간을 포함해 20일 동안 외국인 현장체험 행사를 진행해 송이의 맛을 세계에 알리는 노력도 함께 벌인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양양 송이축제는 현장체험·문화예술·맛체험·상설행사·부대행사 등으로 구분해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로 짜여진 것이 특징.

현장체험 행사로는 외국인 송이채취체험을 비롯해 송이생태견학, 송이보물찾기, 동호리 멸치 후리기 체험 등이 있다. 특히 외국인 송이채취체험에는 일본인을 비롯해 5000여명의 외국인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국인을 대상으로는 송이농가와 함께 송이 자생지를 찾아가 송이의 생태를 배워보는 송이생태견학이 매일 2회 무료로 진행된다.

문화예술행사로는 양양 어성전리에서 시작된 탁장사놀이를 비롯해 통나무 자르기, 평양예술단 공연, 판소리, 사생대회, 전통 혼례 재현 등의 행사가 마련됐다. 맛체험은 송이칼국수·송이파전·송이불고기·송이덮밥 등 송이로 만든 요리를 시식하는 행사를 비롯해 송천 떡 만들기 등이 있다. 또 9월20일부터 10월19일까지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는 양양 송이를 이용한 송이요리 페스티벌도 연다.

상설행사로는 송이축제 주제관 운영, 전통 민예품 전시판매관, 송이 직거래 장터, 천연 염색 전시 체험, 열기구 타기, 페이스 페인팅, 달구지 타기 등이 마련됐다. 부대행사도 다채롭다. 배드민턴대회와 양양송이 맞추기 및 낙산 배 깎기 대회, 염소싸움, 마라톤, 산악자전거 타기 등이 있다. 송이특별경매는 오전에는 가공식품을, 오후에는 생송이를 경매해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송이를 판매한다.

한편 양양군은 축제기간 동안 현북면 어성전리, 손양면 동호리 등에서 홈스테이를 적극 유치해 농촌체험 및 농가소득에도 기여할 수 있게 유도할 계획이다. 양양군청 문화관광과(033-670-2723)

●이진호 양양군수 인터뷰

몇번의 큰 재난에 신속대처 능력 생겨


지난 7월에 내린 집중호우로 양양군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군청에서 만난 이진호(사진) 양양군수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이 군수는 몇번의 큰 재난이 ‘학습효과’가 됐다고 말한다.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2005년 낙산사 산불 등 대형 재앙을 겪으면서 군민들이 신속하게 위기에 대처하는 힘이 길러졌다는 것이다.

지난 집중호우로 양양군이 입은 피해는 1850여억원. 피해는 오색지구 일대에 집중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명피해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 또 200여 가옥이 침수됐지만 큰 피해가 없어 수재민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양양군은 최근 몇번에 걸친 자연재해로 4번이나 특별재난 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공무원과 군민들이 신속하게 대처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집중호우로 오색지구에 관광객 500여명이 고립된 것을 비롯해 오색리 일대 주민들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릴 때는 군청 직원들과 함께 이 군수도 발을 동동 굴렀다. 이 군수는 비가 멈추자 군청 직원, 군인들과 함께 구호품이 담긴 배낭을 메고 5일 동안 오색지구까지 손수 걸어 다니며 수재민을 위로했다. 또 오색지구에 장비·구조 등 분야별로 8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수해 대책반을 운영하면서 피해복구 활동을 벌이게 했다.

“양양군의 피해는 오색지구에 집중됐습니다. 이제 한계령만 열리면 양양은 다시 동해로 가는 관문이 될 것입니다. 다행히 최근 제주항공이 신규 취항해 양양으로 오는 하늘길이 새롭게 열린 것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 군수는 양양군은 일년 사계절 가운데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추켜 세운다. 이 군수에 따르면 오색 주전골은 설악산에서도 단풍 곱기로 소문난 곳이다. 또 9월말에는 송이축제가 열리고, 10월 중순에는 연어축제도 벌어진다. 이 군수는 하조대와 낙산사를 비롯한 가을 바닷가의 낭만과 연어가 돌아오는 마을 법수치리의 아름다운 펜션과 계곡들도 못 보면 후회할 곳이라고 말한다.

“요즘도 늦은 휴가를 온 이들을 만나면 농담반 진담반으로 주머니에 있는 돈 좀 다 털고 가라고 말합니다. 수재민에게는 일회성인 아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양양군이 준비한 풍성한 가을잔치에 국민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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