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디 조영식 사장, "진단시약 한우물"

"기술력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기업가치도 결정"
  • 등록 2003-02-07 오후 2:16:08

    수정 2003-02-07 오후 2:16:08

[edaily 이진우기자] 대개 회사이름에는 그 회사의 이미지나 지향점이 담겨 있다. 그러나 한발 더 들어가면 오히려 그 이름을 지은 창업주의 성격과 경영철학을 더 뚜렷하게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이름을 지으면서 단 몇 분만에 아무렇게나 결정하는 창업주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세 개의 별이라는 이름의 삼성, 큰 집이라는 의미의 대우 등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업 이름에 주력업종의 성격을 담기 보다는 다소 막연한 기업의 지향점과 이념을 담고 있다. 다음, 인터파크, 터보테크 등 비교적 최근 설립된 벤처기업들도 이름만 봐서는 뭘 하는 회사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조영식사장이 지난 99년 설립해서 4년만에 코스닥에 입성시킨 에스디(66930)(SD)의 회사이름은 스탠다드 다이아그노시스(Standard Diagnosis)의 머릿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표준 진단법"이 된다. 주식회사 표준진단법. 아무리 넓혀봐도 "진단기술의 표본"을 넘지 않는다. 지독히도 기술 지향적이고 제품 중심적인 이름이다. 그 분야에서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성공하더라도 회사가 커지면 꼭 진단시약 말고 다른 사업도 벌일 수 있다는 욕심을 낼 법도 하지만 처음부터 "오직 한 우물"이라는 느낌이 뚝뚝 떨어지게 회사 이름을 지었다. 조영식 사장의 성격과 스타일 역시 회사 이름에서 배어나오는 느낌과 유사하다. 전 세계를 상대로 마케팅을 하고 제품을 팔고 있지만 그 뱃심의 근원은 기술력에 있다. "녹십자에 다닐 때 진단시약 만드는 일을 했었는데 저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면 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핵심기술은 전세계에서 두 회사만 갖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창업 초기부터 그 기술에만 집중했고 그걸 성공시키니까 제품은 쉽게 나오고 진짜 돈이 벌리더군요" 그 기술이 바로 진단시약의 핵심요소로 국내 최초로 개발한 골드 컨쥬게이트와 진단용 항원, 항체다. 국내에도 진단시약을 만드는 업체들이 많지만 핵심원료인 골드 컨쥬게이트나 항원, 항체는 수입해서 쓴다. 그러다보니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에스디가 올해 120억원의 매출로 55억원의 경상이익을 만들어 내겠다고 발표한 것도 기술을 바탕으로 한 마진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에스디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나는, 바꿔 말하면 조 사장이 기술력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는, 몇 가지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대개 "마케팅이 승부다"라고들 하는데 그 이전에 기술력이 더 중요합니다. 확실한 원천기술을 통해서 경쟁력을 갖춰야만 그게 진짜 경쟁력이죠. 사실 그동안 제품을 개발해내야 하는데 제품의 품질이 생각만큼 안 따라줄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영업을 해보겠다고 제일 잘나가는 회사에서 제일 잘나가던 사람을 뽑아다놨는데 내놓을 만한 물건을 못 만들고 있을 때였어요." 경영하면서 제일 힘들때가 언제였냐는 질문에 대한 조 사장의 대답은 이렇게 이어졌다. "2000년 7월 해외 전시회에 나갔다가 의외로 수십명의 바이어들에게 주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때만 해도 초창기라 제품의 퀄리티가 따라주지 못했어요. 바이어들은 물건 달라고 하지, 제대로 만들어지지는 않지, 정말 초조했습니다. 바이어들이 독촉하면 주문이 밀려서 그러니 좀 기다리라고 하고 돌아와서 밤새 제품을 연구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돈 문제로 괴로웠던 것보다는 제품이 못 따라올 때가 훨씬 더 힘들었어요. 두 번씩이나 주먹만한 원형탈모증상이 생기기도 했지요." 조사장은 경영자에게 제일 중요한 요소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이런 답을 했다. "아직 경영을 배워가는 과정이라 이렇다고 말하기 좀 어렵지만 일단 바이오분야는 다른 분야와는 다릅니다. 우선 전문성이 있어야 되고 원천기술이 꼭 있어야 합니다. 마케팅을 잘해보겠다는 생각만으로는 어렵지요." 조영식 사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13년간 녹십자에서 생산관리와 연구 분야에서 근무했다. 회사원 신분으로 생화학 분야의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런 조 사장에게 색다른 기회가 주어진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97년의 일이었다. "녹십자에서 연구 담당인 저에게 마케팅 분야를 맡아 달라고 제안했습니다. 제품을 만들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매출이 잘 오르지 않았던 것이 이유이었습니다. 한 달간 생각을 하다가 마케팅분야로 옮겼고 곧 IMF 위기가 닥쳤지만 영업은 굉장히 잘됐어요. 놀라울 정도였지요. 그러다가 영업조직 내에서 인간관계의 트러블이 생겼는데 극복이 쉽지 않더군요. 회사에서는 다시 연구소와 공장의 생산 책임을 맡아달라고 했지만 후임자를 승진시켜 놓고 왔는데 내가 다시 그 자리를 빼앗고 들어가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민하다가 회사를 그만뒀어요. 그 후 바이로메드라는 벤처기업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다가 창업을 했습니다." 개인사업으로 시작한 조 사장의 사업은 주변에 인재가 하나둘씩 모이면서 가속이 붙었다. 조 사장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걸 실감했다"며 "우선 사람을 잘 뽑았던 것 같다. 처음부터 연구원들도 운 좋게 좋은 사람들을 뽑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직원들 연봉을 그동안 매년 수십%씩 올려줬다고 한다. 올해도 많이 올려줄 예정이다. 이유를 물으니 처음에 너무 적게 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 사장은 "그래도 그동안 단 한사람의 직원도 놓치지 않았다"고 자랑한다. 40명이 채 안되는 에스디 직원들은 모두 창업 때부터 조 사장이 하나씩 둘씩 불러모은 가족들이다. 코스닥 등록 이후 조 사장은 더 바빠졌다. 기관투자가나 애널리스트를 만나서 회사를 설명하는 일도 조 사장 몫이기 때문이다. 2월 들어서는 애널리스트의 방문이 매일 이어진다. 그래도 요즘은 기분이 좋다고 한다. 회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코스닥 등록을 처음 추진하던 때만 해도 사업 전망을 놓고 애널리스트와 거의 싸우다시피 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요즘은 회사가 어느 정도 성과도 내고 있고 밖에서도 기술력도 인정해주고 있다"며 "이제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실체를 좀 더 정확하게 알리는 게 과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회사의 적정주가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조 사장은 의외로 쉽게 대답을 했다. "등록전에는 최소한 1만원은 가지 않겠냐고 기대했는데 등록 이튿날부터 연속 하한가 근처까지 내려가서 사실 굉장히 뜻밖이었습니다. 다만 회사의 사장이 생각하는 기업가치와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사장이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생각해도 일반 투자자들이 그 사실을 잘 모르면 그런 현상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일반투자자들에게 기업 내용을 알리는 데도 주력하겠지만 매일 매일의 주가 흐름에 일희일비하지는 않을 겁니다." 조 사장은 "표준진단기술"이라는 회사 이름을 지은 주인공답게 역시 앞으로도 기본을 착실히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코스닥 심사에 통과하자 여러 바이오 업체들로부터 인수 합병 제안이 쏟아졌습니다. 그만큼 한국의 바이오 업계가 불안하고 어렵다는 반증이죠. 그걸 보고 오히려 시류에 영합하기보다는 사업을 좀 더 차분하게 꾸려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앞으로도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내실 위주의 사업을 진행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익을 더 내고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면 기업가치는 저절로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조영식 사장이 에스디를 이름 그대로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바이오벤처의 표준(Standard)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조영식 사장 약력> 1984. 1 (주)녹십자 입사(진단시약 개발 및 생산책임자) 1994. 2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전공 : 생화학) 석사 취득 1998. 1 (주) 녹십자 진단시약 국내외사업부 마케팅 팀장 1998. 6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전공 : 생화학) 박사 취득 1998. 6 (주)바이로메드 연구소장 겸 부사장 1999. 2 (주)에스디 설립 산업자원부 연구과제 심사위원 보건복지부 연구과제 심사위원 2001. 12 경기중소기업 창업부문 대상수상(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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