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식의 주식보기)기관투자가들의 속사정

  • 등록 2003-08-08 오후 3:10:48

    수정 2003-08-08 오후 3:10:48

[edaily] 한국인들은 한국주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주식을 사서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투자해서 재산을 모았다는 얘기는 우리 주변에 흔히 들을 수 있지만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는 얘기는 듣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 증시는 우리 투자자들에 의해서 보다 미국시장과 외국인들의 매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양상이 고착되고 있다. <외국인 누적 순매수 추이와 종합주가지수? 선진국들의 사례를 볼 때, 증시의 건전한 발전은 기관투자가들의 참여정도와 상당한 관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기관투자가들은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좋은 투자성과를 높이기 위해 많은 전문가들을 고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 고평가 주식과 저평가 주식을 구분해 내려고 부단하게 노력한다. 그래서 뛰어난 경영성과를 기록하는 우량 기업들은 높은 주가로 보상을 받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주가하락과 인수 합병등의 과정을 거치게 되고 무능한 경영자들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시장규율 기능이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선진국의 기관 투자가들은 투자기간이 장기적이다. 연기금 등 운용자금의 원천들이 대체로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 자금들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펀드매니저들도 대체로 단기적 투자성과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평가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의 주식들을 계속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기업 경영자들이 마음 편하게,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또 한편으로 기관은 투자기간이 장기이므로 주가가 저평가 국면에 들었다고 판단될 경우 과감하게 주식을 매수할 수 있고 고평가 국면이라 판단되면 차익을 실현하는 거래를 수행할 수 있다. 그 결과 기관들이 주축을 이루는 시장은 우리처럼 상한가, 하한가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도 오히려 우리보다 안정적인 시세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셋째, 기관의 특성상 어떤 종목에 투자했을 때 그 규모가 상당한 수준일 때가 많다. 그래서 몇몇 기관들이 담합하여 의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하거나 어느 한 기관의 지분만으로도 회사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개미군단이라 지칭되는 개인들에 비해 기관 주주의 발언에 대해서는 소홀히 대할 수가 없게 된다. 자연스럽게 기업경영이 투명해지고, 경영자들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이 이처럼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우리 증시에서 기관의 역할이 미흡한 것은 불행한 일이다. 미국증시에서 기관의 보유비중이 대략 70%인데 비해 우리 증시에서 기관의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한 것을 보면 우리 증시에서 기관의 참여가 얼마나 미흡한지를 알 수 있다. 더구나 이런 추세는 올들어서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8월 6일 현재까지 국내 기관들은 개인들과 함께 거래소 주식을 약 6조원 정도 순매도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기관들이 증시를 주도하지 못하는 이유 이처럼 국내 기관들이 증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또는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요 기관별로 그 형편을 한번 살펴보자. 먼저 투신사부터. 투신사는 대표적 기관투자가 임에도 불구하고 기관노릇을 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투신사의 상품구조가 장기적인 투자기간을 상정하여 안정적인 자산운용 전략을 세워 운용하기에는 너무 단기이기 때문이다. MMF가 수탁고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주식형, 채권형의 평균만기는 6개월이다. 그러다 보니, 펀드매니저가 볼 때 주가가 떨어져 가격 메리트가 상당하다고 생각해도 고객들이 돈을 빼내가면 주식을 살 수가 없다. 그 반면에 외국인들과 같은 세력들이 막대한 유동성을 동원하여 주식을 매수하고 그때문에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을 때, 펀드매니저들은 주가수준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주식비중을 줄였으면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투신사 고객들은 주가가 과열권에 들어 ‘누구누구가 주식투자로 얼마를 벌었다’고 하더라는 소문들이 주변에 무성할 때서야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식형 잔고는 주가가 과열기에 급증하는 것이 다반사다. 펀드매니저들은 자금이 유입되면 향후 주가전망이 비관적이더라도 약관을 지키기 위해 주식을 매수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우리나라 투신사들은 기관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자금유입과 환매 패턴에 따라 주식매매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처해 있기 때문에 기관다운 행동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은행은 어떤가. IMF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은 은행들은 매우 보수적인 자산관리 행태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함께 주식투자 비중 축소를 들 수 있다. 은행에 못지않게 재산관리 성향이 보수화된 개인들이 수익보다 안전을 우선시 하는 쪽으로 여유재산을 운용하는 덕에 국내금융자산의 50%에 달하는 2200조가 은행권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많은 자금이 유입됐지만 은행의 주식투자 비중은 5%미만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은행 자체의 노력도 작용했지만 BIS비율 등을 통한 정책당국의 규제도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주요 기관인 보험사들은 영업 특성상 주식을 사기 어려운 기관이다. 보험회사는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를 받는 대신 피보험자가 약관상 사고를 당했을 때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기관이다. 보험사들은 수입보험료와 이를 운용하여 발생하는 투자수익금으로 이들 보상의무에 충당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 채무는 현시점에서 금액과 상환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 그만큼 보험사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은 채무이므로 그에 대비하는 자금원천인 투자자산의 운용전략도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증권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증권사의 수익구조는 그 동안 다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탁수수료 수입비중이 60~7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증시 활황기에는 막대한 이익을 올리다가도 장이 침체될 때에는 어김없이 거액의 손실을 기록하는 천수답 체질을 초래했다. 이런 구조에서 증권사들이 자체 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하게 되면 이익변동성을 더 키우게 될 위험성이 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증권사들이 위험자산의 보유비중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증권시장에서의 거래를 주수입원으로 삼는 기업인 만큼, 무작정 주식투자를 기피하기 보다는 주가 하락기에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과열기엔 매물을 제공함으로써 시장 안정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자체 이익증대에 나서는 노력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기금의 형편을 살펴보자. 연기금은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현재,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3대 연금만이 예외적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제한적으로 직접 투자를 할 수 있을 뿐, 나머지 기금들은 연기금풀을 통한 간접적 경로를 제외하고는 직접적인 주식투자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래서 펀드매니저들이 주식비중을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가 없다. 이것은 현대 투자이론으로 볼 때 잘못된 제도이다. 투자성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모든 투자가능한 자산을 대상으로 위험대비 수익률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이 이뤄지기도 전에 미리 특정자산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한다거나 한도를 부과하는 것은 모든 자산을 대상으로 투자했을 때에 비해 저조한 투자수익률이 나오는 것은 거의 필연적이다. 그렇지만, 우리 연기금들은 현실적으로 이런 제약조건 하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말 현재, 자산규모가 98조인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잔고는 고작 7.3조로 편입비율은 7.5% 대이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3대연금을 합산해서 볼 때에도, 주식투자 잔액은 7.6조원으로 전체 운용자산 107조원의 7.1%정도에 불과하다. 미국 공공 연기금의 주식 투자비중이 60~70%대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저조한 참여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채권에만 투자해야 하는 제약조건은 기금 본래의 목적 달성에도 장애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전망 주가는 궁극적으로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 아무리 기업실적이 양호하더라도 팔자는 세력이 사자는 세력을 압도하면 주가는 오를 수가 없다. 그래서 주가 안정은 양호한 기업실적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수급구조가 존재할 때 가능하다. 증시의 큰 손인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넉넉하게 공급되고, 그들이 전문가적 판단에 따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소신있게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제도는 안정적인 수급구조에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러나 우리 기관투자가들은 나름대로의 이유 때문에 증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다. 기관의 낮은 참여율은 시세 변동성을 크게 한다. 변동성이 큰 시장은 인식된 위험을 크게 하여 위험회피 성향을 보이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을 시장에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 은행, 증권, 보험들이야 각자 자율적인 경영판단에 따라 주식투자를 자제한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문제삼을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투신과 연기금 들은 각각 단기중심의 상품구조, 법적환경 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강제된 결과로 보여지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60개 연기금들의 주식투자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 마련된 것은 법적 장애물을 제거하여 연기금의 투자대안을 넓혀 주는 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투신의 경우 향후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되면 상품구조의 과도한 단기화 문제를 해소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법적. 제도적 환경개선과 함께 투자 전문가들의 투자성과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좀더 합리적인 시각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는 잠잠하다가 주가가 하락할 때는 기관투자가를 싸잡아 비난하는 풍토는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펀드매니저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손익보다는 그들이 얼마나 전문가적인 규범(Prudent Investor Rule, Prudent Expert Rule)을 준수하였는지, 적절한 벤치마크에 비해 얼마나 초과수익을 달성했는지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직 우리시장에는 이런 합리적인 관행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 펀드매니저들이 완전한 자기 소신으로 자산배분을 하고 종목을 선정하는 것이 아직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러므로, 우리 주식투자자들은 당분간은 우리 증시가 국내기관에 의해 주도될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전히 외국인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미국증시를 정확하게 예측하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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