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치웠는데”…여수 아이 시신, 뒤늦게 발견된 이유

  • 등록 2020-12-02 오전 10:01:17

    수정 2020-12-02 오전 10:01:58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전남 여수의 한 가정집 냉장고에서 아기 시신이 발견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조사 결과 이 집에서 다른 남매도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6일 이웃주민은 ‘냄새가 많이 난다’라며 어머니 A씨(43)의 집을 신고했다. 이어 10일 ‘집 안에 쓰레기가 있는 것 같다’ ‘우리 집으로 아동이 밥을 먹으러 온다. 결식이 의심된다’라며 다시 신고했다.

주민센터는 지난달 11일 A씨 집을 방문해 첫째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장병연 여수시 여성가족과 과장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상태도 양호했고, 엄마와의 관계에서 특별한 점을 발견 못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집 안을 보여주지 않았다.

사진=MBN 방송 캡처.
장 과장은 “13일 조사 관련해서 다시 한 번 나갔다. 이때도 큰애 말고 작은애가 있는데 (A씨에게) 어떤 애냐고 물어봤다. 작은 애는 지인의 아기라 자기가 돌보고 있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둘째 여자 아이는 A씨가 낳은 쌍둥이 중 한 명이다. A씨는 쌍둥이를 출생신고하지 않았다. 장 과장은 “주민센터에서 (A씨가 말한) 내용을 주민 전산으로 확인했다. 그랬더니 주민등록상에 엄마하고 아기만 있었다. 어머니 말처럼 다른 집 아기를 자기들이 맡고 있나보다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2일 장 과장은 A씨의 집을 다시 찾았다. 이번엔 집 내부까지 들어갔다. 상황은 심각했다. 그는 “입구부터 생활쓰레기가 쌓여 있어서 집 안을 제대로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과자 봉지, 빈 음료수병, 쓰레기 봉투 등 어떻게 표현할 수 없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건가. 자고, 먹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조차 없을 정도로 쓰레기가 여기저기 쌓여있었다”라고 말했다.

집 내부를 확인한 장 과장은 25일 A씨와 아이들을 분리시켰다. 또 집 내부도 청소했다. 나온 쓰레기만 5t정도라고.

장 과장이 사망한 쌍둥이 남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은 26일 주민 신고로 알게 됐다. 장 과장은 “동 주민센터에서 아동보호 전문기관으로 다시 연락을 했고, 기관에서 경찰서에 연락한 걸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남자 아이 시신은 27일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25일 집 청소할 당시 냉장고에는 시신이 없었다. 장 과장은 “저희들은 냉장고에 있는 것까지 치웠다”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청소 후 냉장고에 아이 시신을 넣었던 것.

쉼터로 구조된 큰 아이와 쌍둥이 여자 아이는 사망한 동생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까. 장 과장은 “냉동고에 죽었다는 건 몰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A씨는 저녁 6시에 식당으로 출근해 새벽 2~3시까지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 남은 아이들은 밖을 돌아다니 거나 이웃주민에게 밥을 얻어 먹었다. A씨는 혼인 이력이 없다. 미혼 상태에서 아이들을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이들 상태에 대해 장 과장은 “심리 상태가 좋은 건 아니다. 쉼터에서 이제 건강을 신경 쓰고 있고, 심리 지원 상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영양 상태는 크게 우려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시신 유기와 아동학대 혐의 수사가 끝나는 대로 A씨를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사망한 남자 아이에 대한 국과수 부검의의 1차 부검 결과 구타나 물리적인 힘을 가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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