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 학생연구자 인건비 상향…“그래도 안 오른다, 계상률 때문”

인건비 지급 핵심은 교수 독점 권한인 ‘계상률’적용
"인건비 최소값 제한 없다...대학원생은 협상력도 없어"
학생 연구원 30% 이상 지난 1년간 ‘월급 120만원 미만’
  • 등록 2022-08-30 오전 10:42:31

    수정 2022-08-30 오전 10:42:31

[이데일리 안수연 인턴기자] 정부가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에서 학생연구자의 인건비 계상 기준 금액을 과정별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 등에도 변함이 없던 계상 기준금액을 상향해 학생연구자 연구 몰입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대학원생들은 이 같은 정책이 학생연구자 인건비 인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연구책임자인 교수가 전적으로 가지고 있는 ‘계상률’ 적용 권한으로 인건비를 낮게 책정하는 것은 법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안전한 대학 조성과 대학 공공성 확대를 위한 입법활동 촉구 대학원생노조 국회 앞 농성 돌입 기자회견’(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과학기술통신부는 이 같은 개정안은 담은 2022년도 국가연구행정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2008년부터 변동 없이 유지되던 학생인건비 계상 기준 금액을 박사 월 250만원에서 월 300만원으로 50만원 인상하고, 석사 월 180만원에서 월 220만원으로 40만원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학생인건비에 대한 연구 현장의 개선 요구는 꾸준히 있어 왔다. 지난 17년 과기부에서 실시한 학생연구원 3,808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학생연구자들의 개선요구 1순위는‘인건비 상향’이었다. 대학마다 연구 수주 규모, 등록금, 학생연구원의 실생활비 등의 차이가 큼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으로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

이에 과학기술통신부는 지난 17년 학생인건비 계상 기준 금액, 학사 100만원, 석사 180만원, 박사 250만원을 상한에서 하한으로 개정했다. 학생인건비 계상기준이 낮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당시의 학생인건비 계상기준을 하한선으로 정하고 별도의 상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연구기관의 장이 재량으로 정하도록 했다.

정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계상 기준 금액 상향이라는 말은 상한(위쪽의 한계)의 최저를 2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는 이미 국가 과제를 수행한 학생연구자에 대한 계상 기준금액을 250만원 이상으로 대학교가 자유롭게 설정한다고 명시한다. 연세대학교는 교내 학생연구자 인건비 계상 기준 금액이 이미 300만원 이다.

학생인건비 지급 여부와 액수 지도교수 혼자 결정

학생 연구원 30% 이상 월급 120만원 미만

계상 기준 금액은 계상률이 100%일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계상률 적용 권한은 연구책임자인 지도교수가 결정하고 학생연구원들의 인건비 협상력은 사실상 0%다. 기준금액이 300만원으로 상향돼도 지도교수가 계상률을 80%로 낮춰서 적용하면 임금은 여전히 240만원이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실시한 국가연구개발사업 학생인건비 지급액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연구자 3,545명 중 31%가 월 60만원~120만원 미만의 금액을 인건비로 수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원 등록금 납부 재원을 연구과제 인건비에 의존하는 학생연구자들이 많았고 이들은 기타 소득 창출 시간 부족 등으로 생활비 부족의 문제도 겪고 있었다. 연구과제 수행 중 겪는 애로사항에서 가장 많은 답변을 차지 한 것은 ‘나의 기여도 대비 부족한 금전적 보상’(52.1%) 응답이 1위 였다. 다음으로는 ‘불필요하고 과도한 행정 업무(43.1%), ‘불충분한 휴식 시간(34.3%)’ 등의 응답이 뒤따랐다.

이데일리 스냅타임이 만난 대학원생들은 소수의 수도권 대학을 제외한 대다수 지방대학교 등에선 석, 박사 학생연구원이 계상 기준 금액의 계상률 50% 못 미치는 인건비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최소값이 없어 계상률 50%이상의 인건비를 받아본 적이 없는 대부분의 대학교에 계상 기준 금액 상향이 무슨 소용이냐는 지적이 따랐다. 지방대학교라서 석박사 과정의 학생 연구원들의 업무량이 적은 것도 아니다. 수도권 대학에 비해 지방대학교 연구실에선 한국인 석, 박사 학생연구원이 턱 없이 부족하다. 상대적으로 개발도상국 유학생들이 많아 소수의 한국인 학생연구원이 국가과제를 100% 떠맡아야 한다는 것.

서울의 한 대학원에서 석, 박 통합 과정 중인 A(25)씨는 “연구 개발 사업을 따는 것부터 학생을 모집하는 것 까지 모두 학교의 경쟁이기 때문에 상위 포식자가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학생연구원 모집부터 경쟁에서 밀리는 연구실은 연구비가 상대적으로 적어 대학원생 월급을 많이 못 준다고 들었다. 계상 기준금액이 250만원이든, 300만원이든 교수가 계상률을 50%만 적용해주면 최저 임금도 못받는다.”고 설명했다.

앞선 설문조사 결과 학생연구자 3,545명 중 75.8%가 학생연구자 지원규정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국내 대학원 석,박사 통합 과정중인 H(26)씨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종류가 크게 국가과제, 민간과제로 나뉜다. 교수들은 국가과제에만 적용되는 계상 기준금액 250만원을 학생연구자 인건비 전체에 적용되는 것처럼 속인다. 국가과제 민간과제 비율이 평균적으로 5:5라면 학생들은 국가과제에 대한 임금만 받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취재원들은 소량의 민간과제 인건비까지 지급하는 ‘극소수’의 교수도 있어 이미 3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는 학생연구원도 있다고 말한다. 이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 7일, 하루 12시간 이상으로 주 90시간을 훌쩍 넘는다. 이들은 차라리 대학원생들에게 최저임금과 같은 개념이 적용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복지 정책이라고도 언급했다.

고질적인 대학원의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현 정부의 공정위 위원장 후보였던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성희롱 발언,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이 서울대 행정대학원 조교들에게 연구실 청소를 시키고, 학생들이 연구실에서 나갈 때 자신의 보는 앞에서 연구실 단톡방을 나가고, 본인과의 대화 내용을 삭제하게 시킨 것 등의 문제는 몇십 년 뒤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대학원에 석박 통합 과정에 재학중인 J씨(27)는 “대학원생에게 교수는 스승, 월급 주는 사장, 내 진로를 결정하는 추천자 등 모든 권한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대학원 연구실은 작은 북한이다. 김정은 밑에 있는 일개 북한 주민들이 감히 부조리, 노동시간, 임금에 대해서 논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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