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인파산` 위험이 다가온다

개인파산신청, 선진국 대비 미미하나 `최근 급증`
비공식 또는 잠재파산자 최대 230만명 달해
저소득층 저축형성 지원 등 대책 시급
  • 등록 2005-12-29 오후 6:06:51

    수정 2005-12-29 오후 6:06:51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한숨 돌렸나 싶었던 가계부채 문제가 개인파산이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시시각각 우리 경제를 압박해 오고 있다.

파산 신청자는 날로 급증하고 있는데다 2002~2003년 급증한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로 비공식 파산이나 잠재파산 상태인 개인이 최대 2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파산 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우리 경제가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경제 사회적 불안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시급히 잠재 파산규모를 축소하고 개인파산 급증에 대비해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개인파산, 이제 `시작`일 뿐..비공식 또는 잠재 파산자 최대 230만명

빚 갚을 능력이 없다며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건수는 지난 2001년까지만 해도 672건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02년 1335건, 2003년 3856건으로 매년 두 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에는 1만2317건으로 폭증세를 보였다.



이어 올들어 7월까지는 1만6978건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고 이같은 추세를 이어갈 경우 연말까지는 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 내년에는 올해의 두배가 넘는 7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개인파산 신청은 매우 미미한 편이다. 인구 1만명당 파산신청건수가 우리나라는 0.8건인 반면 미국은 56건, 일본은 19건에 달한다.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미국이 우리의 300배, 일본이 63배, 영국이 10배다.



파산신청 건수가 적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파산하는 개인이 적기 때문이 아니라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파산신청 후보자들에 비하면 실제 파산신청 건수는 `새발의 피`에 가깝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비공식파산은 최대 112만명에 달하고 잠재파산자도 120만명까지 확대될 수 있다.

비공식파산은 실제로는 파산했지만 파산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이고, 잠재적 파산자는 파산신청을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나은 경우를 말한다. 결국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파산신청을 할 수 있는 후보자가 최대 230만명이나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연간 파산신청 건수의 거의 200배에 달한다.

유경원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과장은 "2001년말부터 2003년초까지 발생한 가계부채 급증이 잠재파산자 규모 확대의 중요한 원인"이라며 "이때 가계부채 증가율이 적정수준을 훨씬 상회해 신용불량자 수가 급증했고 이들의 채무불이행이 지속되면서 잠재파산 규모가 증가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엄습하는 위험.."파산 급증의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잠재 파산상태인 가계는 전체의 2~7%에 이른다. 또 순부채(자산을 초과하는 부채)가 1억5000만원 이상인 가계가 전체 가구의 7%를 차지한다. 이중 연소득보다 순부채가 10배 이상이면서 35~55세 미만인 가계는 전체 가계의 2% 정도를 차지한다.

또 2002~2004년에 파산신청을 한 3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파산자는 평균 6.6장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왔고, 부채수준은 평균 1억4527만원이며 1인당 채권자가 12.3명이나 됐다.

만약 심각한 경제침체 등이 다시 찾아오거나 금리 급등 등으로 부채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경우 개인 파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유 과장은 "다중채무자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회사들이 원리금 조정 등을 통해 채무자의 자발적인 채무재조정 기회를 제공하기 보다는, 채권선점 경쟁을 벌여 파신신청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비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파산 문제는 마치 시한폭탄처럼 우리 경제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이 돼가고 있다. 잠재파산자가 상당할 뿐 아니라 가계부채과 이자부담 수준이 높고 은행의 가계대출 의존도 역시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계가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자산을 훨씬 많이 갖고 있어 외부 충격에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비공식적인 통계지만 가계자산 중 부동산 등 실물자산 비중은 70~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가계대출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고 대부분 변동금리 대출이라 문제가 더 심각하다. 금리부담 급증 등으로 가계가 파산하면 금융기관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해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 과장은 "소비자금융이 발달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도 가처분소득대비 부채, 이자부담이 높고 파산신청 건수는 상대적으로 낮아 파산의 급증을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잠재파산 서둘러 줄이고, 파산전담기구 신설 검토해야

앞으로 닥칠지 모를 대규모 개인파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잠재파산 규모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저소득층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사회안전망을 서둘러 확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저축률이 낮아 자산형성이 되지 않고 파산위험이 높아짐을 고려할 때 장기적립식 금융상품이나 재산 불리기를 위한 목적형 투자에 대해 세제혜택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잠재파산이나 파산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소비자금융에 대한 교육을 통해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수준이 낮을 수록 파산신청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상환능력을 실질적으로 상실한 잠재 파산계층의 경우에는 개인파산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고 비용을 경감해 공적인 채무조정절차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파산의 경우 구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등의 높은 기회비용을 낮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파산전담 법원과 이를 지원할 파산관리청(가칭)의 신설도 검토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파산자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와 파산채무가 급증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경우는 개인파산으로 자산건전성이 악화되고 수익이 급변할 가능성에 대비해 위험관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 과장은 "특히 소액 신용대출 부실로 경영이 악화된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개인파산 급증이 지속되고 파산 채무규모가 확대되면서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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