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세계시장에서 이름 잃은 韓 김과 김치

한국산 김, 일본어 `노리`로 세계시장에서 판매
정부가 `김치` 중국어 명칭 정했지만 민간 호응 아직
"식품 고유명사 고수 및 통일하는 것은 한식 세계화"
  • 등록 2021-04-23 오전 11:01:00

    수정 2021-04-25 오후 9:52:17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한국 식품이 세계화 과정에서 고유의 명칭을 잃고 있다. 김(Kim)과 김치(Kimchi)가 대표적인데 한국어 고유의 명칭을 두고 일본식 명칭을 쓰거나 통일되지 않은 명칭으로 세계화에 나서는 것은 국내 정서를 거스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에서 우리김 김치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3일 온라인상거래 사이트 아마존(미국)과 알리바바(중국)를 보면, 한국 김 제조사에서 김 제품에 노리(Nori) 제품명을 붙여서 판매하는 사례가 다수이다. 노리(Nori·のり)는 한국의 김을 달리 부르는 일본어이다.

김제조사 광천김의 미국법인 KIMNORI U.S.A는 온라인 상거래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조미김에 대해 `우리가 만든 가장 신선하고 최고의 영양분을 갖춘 구운 노리(roasted seaweed nori)`라고 설명한다. 상품 설명에서 김(kim)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광천김은 국내 김시장 점유율 5위(닐슨 집계)의 주요 김 제조사이다. 이밖에 굵직한 온라인상거래 사이트에서 `노리` 꼬리표를 붙여 판매하난 한국 군소업체의 김을 여럿 볼 수 있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광천김 미국법인 KIMNORI U.S.A.의 조미김 상품 설명 개요. 본문에는 김(Kim)이라는 표현은 없고 (노란색 형광 표시) 노리(Nori) 언급이 나온다.(사진=아마존캡쳐)
김과 노리 가운데 무엇을 쓰는 게 옳은지를 따지기는 무의미한 측면이 있다. 나라마다 식품을 일컫는 고유 명사는 따로 있으니 일방의 명칭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이 일본 식품 고유명사를 내걸어 제품을 판매하는 데에는 지적이 따른다. 식품명은 입에 붙어 널리 쓰이는 대로 고유 명사로 자리잡히곤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 19로 K푸드 열풍이 일자 김밥과 스시를 구분해 보려는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그간 국제 식품무대에서 김밥은 스시의 지류로 인식돼온 게 보편적이다. 이런 움직임 가운데서도 김을 스시의 재료인 노리로 판매하는 게 한국 기업이라는 점은 아쉽다는 것이다.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에서 김을 노리로 판매하는 한국 김 제조사.(사진=알리바바 캡쳐)
김치 표기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라면 1위 회사 농심의 중국법인은 현지에서 만든 김치라면에 `라바이차이`(辣白菜)라는 설명을 병기한다. 라바이차이를 직역하면 `매운 배추`라는 의미이다. 한국 정부는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치(辛奇·신기)로 정했지만, 민간에서는 엇박자가 난다. 농심 관계자는 “김치라면을 상징하는 배추김치를 표현하기에 최적의 단어는 라바이차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농심 중국법인이 제조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김치라면. 제품 표면에는 ‘라바이차이’(辣白菜)가 병기돼 있다. 직역하면 ‘매운 배추’이다. 한국 정부는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기(辛奇·신치)로 정했다.(사진=아마존)
전문가들은 한국 고유 식품의 명칭을 고수하고 통일하는 것이 한식이 세계화로 가는 거름이라고 조언한다. 내부에서도 명칭을 포기하고 혼용하는데, 외부에서 `식품 주권`을 하나 된 목소리로 내기란 궁색한 측면이 있다. 이 과정에서는 정부가 정하는 식품 명칭에는 업계의 의견도 수렴할 필요가 있다. 통일안(신치)이 김치의 식품 특성을 오롯하게 담아내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한류와 K푸드 열풍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인식이 올라온 상황”이라며 “우리 식품의 고유 명칭을 유지하는 것은 한식의 고유 브랜드를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명칭을 혼용하는 식품은 정부가 내부에서 의견을 통일하고서 외교적으로 대응하는 게 순서”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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