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립금리 상향 논란, 韓 영향은[최정희의 이게머니]

뉴욕 연은, 8월초 단기·장기 중립금리 상향 전망
장기 중립금리, 추정 모델 따라 제각각
파월, 잭슨홀서 '중립금리 상향' 언급 여부 주목
美 중립금리 상향시 고금리 장기화 전망
韓도 내외금리차 확대·고환율에 고금리 지속 우려
  • 등록 2023-08-23 오전 10:30:00

    수정 2023-08-23 오전 10:30:00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제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미국 중립금리 상승이 떠오르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 회의에서 중립금리 상향 가능성을 언급할 지 주목된다. 잭슨홀 회의 주제가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인 만큼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로 인해 중립금리도 달라졌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8월초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미국의 1년짜리 단기 중립금리와 5년 장기 중립금리가 상승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중립금리는 경기 과열 또는 침체가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금리를 뜻한다. 중앙은행 정책금리의 기준선이다. 중립금리는 추정 방식에 따라 수치의 차이가 워낙 커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결정권자들이 어떤 것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금리에 대한 의견이 달라질 수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중립금리 상승 가능성은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한다. 우리나라 역시 고금리 장기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뉴욕 연은 “美 장기 중립금리 50bp 오른 1.8%”

뉴욕 연은은 8월초 중립금리를 추정한 보고서를 내놨다. VAR 모델로 추정한 실질 중립금리는 0.75%로 2019년보다 10~20bp(1bp=0.01%포인트) 낮아졌지만 DSGE모델에 따르면 실질 중립금리는 그 당시보다 50bp 상승한 1.8%로 집계됐다.

5월 뉴욕 연은이 LW모델과 HLW모델을 사용해 작년말과 올해 1분기 장기 중립금리를 각각 1.14%, 0.58%로 추정한 것과도 차이가 벌어진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1.37%, 0.95%)보다 낮아진 것이다.

중립금리는 추정하는 모델에 따라 격차가 큰 편이지만 뉴욕 연은이 DSGE모델에 초점을 맞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뉴욕 연은은 DSGE모델에 따라 단기 중립금리를 추정한 결과 연말 2.5%로 지난 1년간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5%포인트 넘게 인상했음에도 미국 경제가 연착륙되고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것도 설명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은 3분기 미 성장률을 연율 5% 넘게 상향 조정했다.

중립금리는 ‘실질’을 기준으로 따지기 때문에 여기에 물가목표치,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더해 ‘명목 중립금리’를 추정한다. 단기 명목 중립금리는 실질 중립금리 2.5%에 1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 2.5%를 더해 대략 5%를 넘는다는 얘기다. 뉴욕 연은에 따르면 단기 중립금리는 현재의 통화정책이 얼마나 긴축적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장기 중립금리는 최종 금리 수준을 평가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출처: 뉴욕 연방준비은행
반론도 있다. DSGE모델은 단기 중립금리 상승이 장기에도 영향을 미쳐 장, 단기 중립금리가 모두 올라갔는데 단기 중립금리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인 채권 금리 스프레드 축소는 얼마든지 확대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단기 중립금리는 다시 내려갈 수 있고, 이에 장기 중립금리 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더구나 중립금리를 추정하는 여러 모델 중 DSGE모델만 중립금리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했는데 이에 연준이 무게를 둘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뉴욕 연은이 잭슨홀 회의를 앞두고 고금리 환경에서도 경제가 무너지지 않은 근거로 ‘DSGE모델을 통한 중립금리’를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뉴욕 연은은 사실상 연준의 사무국 역할을 하는 데다 뉴욕 연은 총재는 지역 연은 총재 중 유일하게 상시 투표권을 갖고 있다.

연준 인사들도 중립금리 상향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미국 경제가 5.25%의 금리로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그것은 중립금리가 우리 생각보다 높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이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잭슨홀 회의에서 중립금리 상향 가능성을 언급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월 의장이 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중립금리 상향 논쟁은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는 시사한다.

韓 중립금리 상향 여부 불확실한데 美때문에 고금리 장기화

미국은 중립금리 상향 가능성이 논쟁 거리로 떠올랐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 명목 중립금리는 대략 2~3%였고 추정 방법에 따라 1%대, 4%대를 언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가가 과거 저물가 시대로 돌아가기 힘든 데다 여성,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중립금리가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 잠재성장률이 높아지면 중립금리도 상승할 수 있으나 잠재성장률은 코로나19 이후 추정됐던 2%에서 크게 변화가 없을 것으로 평가됐다.

늘어난 노동 공급자들의 근로시간이 적어 주 36시간 이상의 전일제 취업자가 줄어들었고 그 결과 총 근로시간은 추세선 회복 정도에 그쳤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있는 데다 중국 경기의 장기 침체 우려 등이 우리나라 경제에 악재가 되고 있는 반면 탈세계화, 지적학적 시대에 미국 경기 활황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긍정 영향도 과거 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중립금리를 계속해서 추정하고 있지만 (올랐는지, 떨어졌는지) 특정 방향을 확신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립금리 상승을 근거로 고금리를 장기적으로 유지한다면 우리나라 통화정책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말처럼 우리나라 역시 울며 겨자먹기로 고금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좋아진 펀더멘털을 근거로 한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내외 금리차 확대 등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우리 수준에 맞게 금리를 가져가야 하는데 미국 중립금리가 높아지고 그로 인해 금리 수준이 높아진다면 우리나라도 내외 금리차, 환율로 인해 높은 금리를 유지하게 되고 이는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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