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편의성 강화, 넓어진 공간, 착한 가격…작은 車의 재발견

부활하는 경차② 캐스퍼·레이 흥행대박 견인
1인가구증가·차박 열풍·반도체난…경차, 10년만에 인기회복
첨단 안전·편의사양 장착…'싼 맛에 타는 차' 편견 깨져
IMF·금융위기 때 반등한 경차…"고유가·경기불황 경차에 유리"
  • 등록 2022-02-20 오후 10:00:00

    수정 2022-02-21 오전 8:23:00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경차(경형차)가 재조명 받고 있다. 1·2인 가구의 증가와 첨단 안전·편의사양 장착, 좌석 폴딩(등받이를 앞으로 접는 것) 등 상품성 개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복합적인 요소가 맞물린 영향이다. 특히 경기 불황 때마다 경차 판매가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고유가 지속과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장기화 등 경차를 둘러싼 주변 여건이 판매 증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12년 정점 후 내리막…캐스퍼·레이 등에 업고 반등

경차는 1990년대 저렴한 가격과 세제혜택 등을 무기로 사회초년생과 서민의 발로 활약하며 2010년대 중반까지 전성시대를 이어갔다. 경차의 전성시대를 이끈 것은 기존 기아(000270) 모닝과 한국지엠 스파크(옛 마티즈) 두 모델뿐이었던 시장에 새로운 모델 레이가 출시되면서다. 레이는 2011년 11월 닛산 큐브로 대표되는 이른바 ‘박스카’ 열풍에 기아가 야심 차게 출시한 모델로 이듬해 4만 3891대가 팔렸다.

하지만 이후 새로운 경차 모델이 출시되지 않은데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등장하면서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소형 SUV 판매량은 2016년 11만 621대에서 2020년 28만 5945대로 폭증한 반면 경차 판매량은 2016년 17만 3559대에서 2020년 9만 8742대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상품성을 개선한 새 모델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작년 9월 19년 만에 내놓은 경차 캐스퍼가 사전계약에서 2만대 가까이 팔렸다. 완성차업계에서는 깜찍한 디자인과 더불어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갖추면서 캐스퍼가 ‘경차는 싼 맛에 타는 깡통차’라는 편견을 깼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캐스퍼는 세계 최초로 운전석 시트가 앞으로 완전히 접히는 풀 폴딩(등받이를 앞으로 접는 것) 시트를 적용해 실내 공간을 확장했다. 캐스퍼는 1·2열 전 좌석에 폴딩· 슬라이딩(시트를 앞·뒤로 움직이는 것)·리클라이닝 (등받이를 앞·뒤로 기울이는 것) 기능을 적용했다. 전방충돌 방지 보조와 차로 이탈방지 보조 등 첨단 안전기술도 대거 적용했다. 작년 9월 첫 출시된 캐스퍼는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 1만대를 넘어서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특히 MZ(밀레니얼+Z)세대와 여성에게 인기가 높았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9월~올해 1월 캐스퍼 판매량(법인 제외) 중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가 전체 판매량 9886대의 39%(3864대)를 차지했다. 특히 20대와 30대 여성 소비자 비율은 각각 70.1%, 58.0%로 남성보다 높았다.

캐스퍼와 함께 경차시장을 이끄는 레이도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차박’(자동차와 숙박을 합친 용어) 열풍이 불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레이는 박스카 형태로 넓은 실내 공간과 슬라이딩 도어를 갖췄다. 레이의 전고(높이)는 1700mm로 다른 경차 평균보다 215mm 더 높다. 전장(길이)과 전폭(너비)은 같지만 높이를 더해 경차의 공간감을 극대화한 것이다. 레이는 작년 7월 출시한 부분 변경 모델에 안전 벨트 착용 여부를 확인해주는 시트 벨트 리마인더(SBR)를 전 좌석에 기본 적용하고 기존 선택 사양인 뒷좌석 하단 수납공간(플로어 언더트레이) 등의 편의사양을 기본 적용했다. 레이는 작년에 처음으로 연간 3만5956대가 판매되며 경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출시되는 경차들은 기존 경차들과 차원이 다른 차량으로 보면 된다”며 “첨단 안전사양 장착으로 경차의 최대 단점인 안전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최소화했고 다양한 편의사양을 장착해 상품성을 극대화했다. 차급이 높은 소형이나 준중형차량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전 세계서 경차 선호…완성車, 경차 다양한 모델 선봬

특히 업계에서는 올해 경차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변 여건이 경차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1인·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경차에 유리한 조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15년 520만3440가구에서 2020년 664만3534가구로 5년 만에 2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2인 가구 역시 499만3818가구에서 586만4525가구로 17.4% 늘었다. 합리적인 소비 성향을 지닌 20·30대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여기에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와 고유가 지속으로 인한 경기 불황이 경차 판매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경차는 외환위기(IMF 사태)를 겪은 1998년 승용차 모델 중 가장 높은 점유율(27.6%)을 기록했다. 또 경차 판매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부터 폭증해 2012년 20만대를 넘기며 판매 정점을 찍기도 했다. 경차의 판매량이 경기 불황 때마다 증가한 것이다. 업계는 이런 사실에 주목해 경차 모델을 다양화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는 각각 구조를 1인승으로 바꾸고 짐을 더 실을 수 있도록 한 캐스퍼와 레이 밴 모델을 선보였다. 캠핑족과 더불어 단종된 다마스·라보 등 자영업자 수요를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다마스와 라보는 1991년 8월 국내 출시 이후 작년 8월까지 누적 합산 판매량 30만3650대를 기록한 모델들이다. 오는 2023년에는 한국지엠이 경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출시할 예정으로 경차의 라인업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신차가 없던 경차 시장에 상품성을 갖춘 새 모델이 나온데다 공간 활용, 경제성 등이 부각되면서 경차를 바라보는 인식이 기존과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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