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증권)⑦전문화로 살아남기

"틈새를 노려라"
온라인 부문 특화, 리서치 강화 등
  • 등록 2004-09-21 오후 1:00:31

    수정 2004-09-21 오후 1:00:31

[edaily 양미영기자] "전문화라는 말 자체가 민망하죠" "특정 부문에 집중한다기 보다는 틈새 시장을 노린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전문화 전략에 대한 하나 같은 평가다. 천편일률적인 증권회사들이 우후죽순 난립해 있는 산업구조에서 중소형사들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결국 전문화만이 살 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특화할만한 영역 자체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개업무만 특화시킨 전환 증권사들의 경우 여전히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M/S(시장점유율)가 1%도 채 못되는 증권사가 20개를 넘는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청산할 것이 아니라면 전문화라는 이름을 빌려서라도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맥킨지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20여개사의 퇴출이 불가피하다고 밝히면서도 3~4개의 대형증권사와 함께 10~12개 정도의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틈새시장을 노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천수답적인 산업구조에서도 나름대로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노력이 눈에 띈다. 온라인 영업이나 자기매매, 리서치 부문을 특화시키거나 법인영업만으로 고객을 한정시키는 등 가능성있는 고유영역을 살 찌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 온라인부문 특화..정글 속에서 살아남기 증권사들의 주요 업무 영역은 위탁매매와 상품판매, 인수 관련 IB(Investment Banking) 업무, 자산관리 등으로 나열된다. 그러나 IB업무는 대부분 외국계 은행이 독식하고 있고 나머지 영역은 종합증권사들이 시차를 두고 대부분 공통적으로 영위하는 부문이다.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그나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부문은 단연 온라인 증권사들이다. 그러나 한국의 온라인증권사는 선진국과는 다르다. 선진국의 경우 메릴린치나 노무라 등 자산관리와 IB 등을 영위하는 전통적인 증권사들과 찰스스왑이나 이트레이드증권, 일본의 마쯔이 등의 인터넷 증권사는 확연히 구분된다. 키움닷컴증권 윤홍원 부장은 "실질적으로 온라인 증권사라고 규정짓기에는 모호한 점이 있다"며 "삼성증권 역시 온라인을 통한 위탁매매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온라인 증권사로 딱히 구분짓기는 모호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산업 기반 자체가 열악하다는 것. 그러나 키움닷컴, 이트레이드, 리딩, 모아, 최근 동부증권에 합병된 겟모아증권으로 집약되는 인터넷 증권사들의 경우 대개 지점수가 현저히 작거나 무점포로 운영되며, 온라인 쪽에 대한 시장집중도가 높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종합자산관리에 일찌감치 성공한 후 온라인 시장까지 급격하게 파고들어간 케이스다. 특히 키움닷컴증권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7%를 넘어서며 온라인증권사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한 동시에 전문화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개 온라인 시장의 경쟁력은 가격 파괴에 대한 오해에서 시작된다. 물론 온라인 증권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이후로 가격경쟁은 도를 넘어설 정도로 치열한 상태다. 당시 이트레이드를 필두로 시작된 수수료 파괴는 미래에셋과 세종증권 키움닷컴증권으로 이어졌고, 이를 계기로 현재의 저가 수수료 체계가 자리잡았다. 물론 이들이 생겨나기 전에도 이미 위탁매매의 온라인 비중은 절반 이상에 달했다. 신규 진입사들의 경우 온라인 위탁만을 목적으로 신규설비 투자를 하면서 효율적인 비용 구조를 통한 특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온라인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연유는 무엇일까. 윤홍원 팀장은 "수수료 파괴를 통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에 진입한 것은 맞다"며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키움닷컴증권의 경우 설립 초년에 상당한 적자를 냈지만 이듬해 곧바로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브랜드나 밸류에이션 면에서는 여타 온라인증권사들보다 불리한 여건이었다. 키움닷컴증권은 시장에서 눈총을 받았던 데이트레이더들을 타겟으로 삼았다. 90년 후반부터 시작된 코스닥 열풍으로 데이트레이더들은 확실한 수익원으로 떠올랐고, 이들을 겨냥한 전략은 결국 성공을 거뒀다. 저가 수수료에 더해 적은 예탁금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젊고 공격적인 고객들을 공략했다. 장기 투자가들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 `15일간 33번 수수료 무료`라는 마케팅 전략이나 `영웅문`이라는 HTS의 이름 부여도 같은 선상의 전략이었다. 데이트레이더들의 인기로 "키움에 고수가 많다"는 입소문까지 퍼지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달성했다. 그리고 시장환경이 완전히 바뀐 최근에는 `스펙트럼 증거금 제도`를 통해 종목별 증거금률을 차등적용해 오히려 우량주 위주의 매매전략을 유도하고 있다. 위험종목에는 100%의 증거금율을 적용하는 대신 이른바 우량주인 블루칩들에 대해서는 증거금률을 파격적으로 낮추거나 아예 없앴다. 미래에셋의 경우 `박현주 펀드`로 이미 상품판매에 정평이 난데 이어 온라인 시장까지 석권하며 급부상한 사례다. 일단 키움닷컴이나 미래에셋의 경우 스스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나름대로 진입장벽을 구축한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일부 대형사 관계자들이 `당시 키움을 너무 무시했다`는 푸념을 한다는 업계 관계자의 설명도 곱씹어 볼만 하다. 다만 제살깎기 식의 과도한 수수료 경쟁으로 온라인 시장의 신규진입은 쉽지 않은 상태다. ◇ 한우물 파기..법인영업 리서치 등 경쟁부문 특화 소형사들의 경우 대형증권사들과 직접 대적할 수 없다. 특히 M&A 등 전문적인 영역은 엄두도 못낸다. 그러나 일부 소형사들의 경우 규모는 작지만 충성도 높은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노하우를 확보한 상태다. 한누리증권의 경우 이미 법인영업 중심의 영업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누리증권 관계자는 "특히 기업금융을 영위하는 투자금융팀이 강하다"며 "소수의 인재들이 국내 회사채나 해외증권 발행, 기업공개나 기업등록 주선업무 부문에서 뛰어다니는 틈새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서치의 경우 세일즈 개념으로 법인들의 요청에 따라 맞춤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며 "철저한 비밀유지도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몸집이 가볍다보니 불황을 견뎌내기 수월해 5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는 IB 업무 쪽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만큼 이를 특화해 법인영업 중심의 독보적인 소형증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한누리증권의 경우 총 인원이 92명에 불과하고 60명 남짓의 투자전문가로 구성됐다. 이에 대해 증권연구원 신보성 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지금까지 브로커리지 위주의 위탁매매에 집중했다면 최근들어서는 딜링이나 채권, 주식 인수(underwritimg) 쪽으로도 비중을 확대해가는 양상"이라며 "일단 전환 노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누리증권 외에도 신영증권 등 일부 소형 증권사들은 리서치 부문에서 나름대로 강점을 나타내며 소수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리서치 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인 리서치 시장에서 고객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직접 캐다 주는 구조다. 오히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위탁매매를 해야하는 증권사들의 경우 노리기 힘든 부분이다. 그러나 이 역시 한계는 존재한다. 온라인증권 시장과 마찬가지로 리서치 역시 국내 증권산업 구조상 특화시키기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나마 돈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리서치 시장"이라며 "외국의 경우 리서치 관련 정보가 차별화돼 있고 수익성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구조적으로 힘든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리서치가 차별화되기 전에 HTS가 너무 보편화되면서 정보의 차별성을 희석시킨 영향이 크다"며 "증권사간 리서치 역량이 크게 달라지지 못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중소형 증권사들은 슬림화를 통한 특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미 슬림화는 진행형에 있다. 무점포 구조의 온라인 증권사들과 더불어 중소형 증권사들은 슬림화에 주력 중이다. 이 가운데 SK증권의 경우 3년전부터 `패밀리 점포`라는 소형 지점을 만들어 침체장에서 나름대로 빛을 발했다. 이른바 객장을 제공하는 지점대신 소규모의 출장소를 전략적으로 배치한 결과다. SK증권 관계자는 "작은 시장에서 몸을 가볍게 가자는 취지였는데 요즘처럼 적자가 나는 시장에서 패밀리지점이 오히려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수익을 크게 내는 것은 아니지만 장이 안 좋을 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결국 소형사들의 경우 비용을 줄이고 소수의 큰 고객을 밀착관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증권시장 생리상 큰 장에서는 동고동락이 가능하다"며 "결국 침체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결국 전문화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 자기매매도 특화다?..대안 여부 `분분` 최근 중소형증권사들이 고육지책으로 내건 전략 중의 하나는 자기매매다. 말그대로 회사내의 현금자산을 굴려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소형사 가운데에서는 자기자본 규모가 넉넉한 곳이 상당수 존재하면서 나름대로 전문화 코드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유화증권의 경우 자기매매 딜링을 통해 흑자기조가 유지되는 대표적인 증권사다. 유화증권 김영근 팀장은 "실제로 진정한 의미의 전문화를 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를 전제로 한다면 유화증권의 경우 채권이나 주식 등을 통한 자기자금 운용 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화증권의 경우 3200억원 가량의 자기자본의 상당부분을 운용 쪽에 투여하고 있다. 채권 부문의 안정적인 투자로 이자수익이 40% 가까이 되고, 자산운용과 위탁이 각각 30%수준에 불과해 증권사 수익구조로는 최상이라는 평가다. 신영증권 역시 소수고객 위주의 위탁영업에 더해 자기자본이 9000억원에 달해 고유자산을 통한 자기매매로 수익을 내고 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점유율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고, 직원들에게 따로 약정을 할당하지 않는다"며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신뢰쌓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개 파생상품 등 위험이 큰 운용방법을 택하고 있지만 8000억원 가까이를 채권에 투자하고 단기매매에 대한 비중은 극히 낮다"며 "주식 역시 가치주 위주로 낮은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의 경우 전통적인 종합증권사를 부각시켜 신규수익원 발굴보다는 고객관리나 자산관련 영업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 자금이 결국 `idle money`, 즉 무가치한 자금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증권사업 초기에 산업자본 진출을 막기 위한 정부규제로 증권사들은 개인 소유가 대부분이었고, 80년대 후반부터 주식시장이 엄청난 호황을 겪으며 대규모 유상증자 등을 통해 몸집만 불려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굳이 경쟁할 필요없이 현상유지만 하면서 생존하겠다는 전략에 불과하다"며 "결국 라이센스만 들고 자기자금을 굴린다면 부띠끄와 다를게 없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김영근 팀장 역시 유화증권의 수익구조는 이상적이지만 위탁부문이 약하다는 것 자체는 증권사로 큰 난점임을 인정했다. ◇ 전반적 환경 바꿔야..헤지수단도 절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증권과 위탁 수수료 경쟁을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현 중소형 증권사의 뼈아픈 현실이다. 펀더멘털적인 요소에 앞서 증권사들의 수익구조가 먼저 꼬여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 강전 증권조사팀장은 "위탁매매업에 지나치게 집중된 구조에서는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불안정한 수익성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환사 이외의 대형사 중소형사 온라인사 모두 수수료 비중이 70~90%수준에 달하고 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안은 없는데 재무구조가 우량하다보니 은행과는 다르게 정부 입김조차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라며 "증권사들의 명예로운 퇴출방법도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중소형증권사들의 전문화 노력은 의미가 있지만 결국 동일한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 불과하다"며 "현 시장상황처럼 거래량이 현저히 줄 경우 헤지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전문화를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가 병행되야 하며, 고정자산을 유동자산화해 현금이 흐르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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