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통신자료 조회 논란이 남긴 것 3가지

①기자 가족 ‘고발 사주’ 의혹 무관한 의원도 조회
②대검 대변인폰 포렌식 이어 검사장 ‘황제조사’ CCTV 기자 수사
③조회당해도 몰라..통신사에 본인 요청하면 며칠뒤 확인
본인 통지, 수사기관 자료 삭제기준, 사후 감독 넣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해야
  • 등록 2021-12-31 오후 1:12:23

    수정 2021-12-31 오후 2:30:1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수처의 통신조회 관련 일련의 사태에 대해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욱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정치인과 언론인, 시민단체 회원, 일부이지만 이들의 가족까지 통신자료(통신가입자정보)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연일 논란입니다.

윤석열·김건희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부, 국민의힘 의원 86명, 일본 아사히신문을 포함한 20여 개 언론사 소속 기자 120여명에 대해 통신자료를 가져간 겁니다.

‘통신자료’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가 보유한 고객의 인적사항입니다.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와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 및 해지일 같은 것이죠.

공수처는 왜 가져갔을까요? 수사 중인 소위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 때문이라는 게 공수처설명입니다.

이를테면,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김웅 의원(국민의힘)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그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확보한 공수처가 그와 통화한 전화번호가 누구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통신사에 협조를 요청했고 통신사는 응했다는 것이죠.

김웅 의원과 통화한 상대방 전화번호, 통화일시 및 시간, 카카오톡 인터넷 로그 기록 등을 통신영장으로 확보했는데, 이것만으로는 상대 전화번호의 주인을 알 수 없어 통신자료 확보에 나섰다는 얘깁니다.

이런 통신수사 방법은 갑자기 이슈화된 것은 아닙니다. 국정원, 경찰, 검찰, 공수처 같은 기관에서 예전부터 있었던 일이죠.

하지만 왜 지금 난리가 난 걸까요? ①기자의 가족이나 ‘고발 사주’ 의혹과 무관한 의원들까지 조회하는 등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 ②일부 기자는 통신사실확인자료까지 가져간 점(언론 탄압 논란)③무분별한 통신자료 수집에 대해 국회가 수년째 손 놓고 있다는 점(본인 통지나 사회적 감시를 강화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잠자고 있다는 점)때문에 그렇습니다.

①피의자와 통화 안 한 가족도 조회

이번에 드러난 민간인에 대한 공수처의 통신자료(가입자정보) 조회는 검찰 관계자들과 통화한 적 없는 시민들(기자의 가족)과 ‘고발 사주’ 의혹과 무관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어제 법사위에서 “사건 관계인에 대한 통화 내역을 조회한 뒤 해당 전화번호가 누군지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은 사찰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범위가 지나치게 넓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위법은 아니지만 성찰하겠다”고 잘못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②이성윤 검사장 ‘황제조사’ CCTV 기자도 수사

공수처는 이성윤 검사장의 황제조사 CCTV를 확보해 보도한 기자의 경우 통신사실확인자료까지 영장을 받아 가져간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어제 이유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수사 중”이라며 답변을 피했지요. 하지만, 언론사 기자는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아닐뿐더러, 이런 일이 관행화된다면 공수처가 정부에 비판 보도를 하는 기자들의 취재원을 색출해 언론 자유를 탄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대검찰청 감찰부가 전·현직 대검 대변인의 ‘언론 대응용’ 공용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참관인 없이 포렌식을 진행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죠.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한다는 명목이었는데,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면서 언론 취재를 감시·검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이 일로 대검찰청 출입기자단은 검찰총장을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③국민들, 조회 당해도 몰라…통신사 요청해야 며칠 뒤 확인

수사기관들이 무분별하게 통신자료(가입자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전기통신사업법 제 83조 때문입니다.

동법 제83조 3항에 ‘요청에 따를 수 있다’는 애매한 조항이 있기 때문이죠.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청하면 따를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영장이 없으면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본인이 통신사에 ‘통신자료제공확인서’를 요청하지 않으면 평생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SK텔레콤 T월드를 통해 올 한해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요청했더니 3일 만인 지난 25일 이메일로 오더군요.

신청이 불편하진 않았지만 2~3일 이상 시간이 걸리고, 본인이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의 조회 여부를 알 수 없는 구조입니다.

SK텔레콤이 12월 25일 보낸 기자의 통신자료 제공사실확인서 메일 중 일부


통신자료를 조회 당해 검찰이나 경찰, 공수처로 내 이름과 주민번호, 전화번호, 주소 등이 넘어갔다면 언제 삭제되는지 불명확한 점도 문제입니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어제 법사위에서 “함부로 삭제할 수 없다”며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죠.

이처럼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제도는 수사기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조회당한 사람에 대한 통지나 수사기관이 확보한 통신자료 삭제 기준 제정, 국회의 사후 감독권이 보장되는 쪽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이 속히 개정돼야 합니다.

20대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이런 법안들을 냈지만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도 허은아 의원(국민의힘)이 사후 본인 통지를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깜깜무소식이죠.

180석이나 가졌지만 통신 이용자의 헌법적 가치 보호에는 무심한 여당이나, 국민을 위해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는 공수처장 탄핵을 외치는 야당이나 화가납니다. 정쟁보다는 서둘러 제도적인 보완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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