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 맞짱 뜨는 "스타벅스"와 "100원 자판기"

"커피 아닌 문화 사는 것" - "흔한 프랜차이즈 문화일뿐"
  • 등록 2005-06-29 오후 3:37:02

    수정 2005-06-29 오후 3:37:02

[오마이뉴스 제공] 매장 안을 채우고 있는 20여개 테이블에 빈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실내엔 은은한 조명과 함께 긴장을 풀기에 넉넉한 재즈가 흐르고 진한 커피향이 오는 이를 맞이한다. 원목 테이블에 자리 잡은 한 남자는 노트북 컴퓨터를 펼쳐놓고 열심히 컴퓨터 작업에 한창이고 한 여자는 창가 테이블에 홀로 앉아 독서에 열중이다. 또 친구들과 함께 자리한 이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여념이 없다. 주문대에서는 손님들로부터 주문을 받고 거스름돈을 건내주고 주문받은 커피를 제조하는 손길로 쉴 새가 없다. 이제 막 들어온 사람들은 주문대 앞에서 뭘 마실까를 놓고 품평회가 한창이다. ▲ 고려대 안암캠퍼스 타이거프라자 2층에 있는 스타벅스 고려대점.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타이거플라자 2층에 위치한 스타벅스의 풍경이다. 개점 초기 대학 내 입점을 놓고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내부 풍경은 여느 매장과 다름없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주문 데스크 앞 늘어선 줄은 줄어들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반대 운동이 있었던 데다 방학까지 겹쳐 매장이 썰렁할 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논란 빚었던 스타벅스 고려대점 "승승장구" 이곳에서 손님들이 자주 찾는 "카페라떼"의 경우 한잔 가격은 3800원이다. 여기에 여러 옵션을 추가하거나 큰 컵으로 바꾸면 가격은 5000원 대를 넘나든다. 반면 대학 내에서 자판기 커피 가격은 100원, 매점에서 파는 커피류는 비싼 것도 1000원을 잘 넘지 않는다. 한끼 밥값도 3000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스타벅스 커피는 대학 내 일반적인 물가 수준과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스타벅스 고려대점은 전체 스타벅스 매장 중 잘나가는 곳 중 하나다. 스타벅스 코리아에 따르면 매출 기준으로 이곳은 124개 매장 중에서 중상그룹에 속하고 그 규모도 꾸준히 커지고 있는 "우량매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체재라고 할 수 있는 자판기 커피와 캔커피를 싼 가격에 즐길 수 있고 딱딱한 의자와 테이블 대신 시원한 나무그늘과 운치있는 벤치까지 갖춘 대학. 그런데도 스타벅스가 고대생들의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홀로 책을 읽고 있는 한 학생에게 다가가 물었다. "시원하고 맘 편히 책 읽고 쉬는데 이만한 공간도 없지 않나요? 몇 시간동안 기분 좋게 쉬다 가는데 커피 한잔 값으로 5000원을 내더라도 별로 아깝다는 생각은 안들어요." 맞은 편 테이블에서 전공 서적인 듯한 책을 펼쳐 놓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물었어도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도서관에서 공부할 수도 있지만 칙칙한 분위기의 열람실 보다는 커피향을 느낄 수 있는 이 곳이 분위기가 더 좋잖아요. 공부가 잘 안될 때 가끔 오는데 여기서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고 음악 들으면서 공부하면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찬론 "스타벅스에서는 문화를 사는 것... 다른 커피와 비교 안돼" 커피 맛을 예찬하는 이도 있었다. 자판기 커피와 시중에서 파는 커피류들과 어찌 커피 전문점의 맛을 비교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여기 커피 맛에 길들여지면 아무래도 다른 인스턴트 커피들 맛으로는 만족하지 못하죠. 집에서 아무리 만들어 봐도 여기서 사먹는 것만큼 맛이 나지 않아서 자주 찾는 편이예요. 아무래도 중독된 것 같아요.(웃음)" 이처럼 예찬론을 늘어놓는 이들은 스타벅스의 "공간마케팅"에 흠뻑 매료된 듯했다. 스타벅스라는 공간을 통해 커피 향과 맛(미각·후각), 재즈음악(청각), 조명 등 인테리어(시각), 원목 테이블과 의자(촉각)등 인체의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스타벅스 커피를 사는 것은 단순히 커피만 사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사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때문에 비싼 스타벅스 커피와 저렴한 여타의 커피들은 경제학적으로 더 이상 대체재 관계라고 할 수 없었다. 반론 "흔한 프랜차이즈 문화로 대학 채워지는 것 바람직하지 않아" 반면 스타벅스에 여전히 반기를 드는 이들도 여전했다. 타이거플라자 맞은 편 정경관 앞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던 정용국(25)씨는 스타벅스가 여전히 맘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시원한 등나무 그늘에 앉아 커피 한 잔 먹는 것이 더 낭만있고 경제적이지 않나요. 남들이 스타벅스가 더 좋다고 우기면 할 말 없지만 대학 안이 특색없이 흔한 프랜차이즈 가게들과 그런 문화로 채워지는 것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비싸잖아요." 함께 커피를 마시던 이아무개씨도 거들었다. "비싼 스타벅스 커피 안 마시면 30년간 550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여기서 뜨거운 자판기 커피 한잔 나눠 마시는 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할 수 있지요. 스타벅스 커피 사는 것만 문화를 사는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커피 한잔이 주는 기쁨이 내일의 목돈보다 나을까" 아니면 "오늘의 커피 한잔은 내일의 빚"이 될 뿐일까. 2005년 6월 28일 캠퍼스에는 두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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