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은 청청한 바람 일구고 물길엔 정겨운 사연 흐르고

경북 영주, 부석사·소수서원 그 이상의 발견
  • 등록 2009-05-20 오후 4:09:00

    수정 2009-05-20 오후 4:09:00

[경향닷컴 제공] 영주 부석사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부석사와 소수서원 말고 영주에 또 뭐가 있나요? 영주는 인근 안동과 함께 유교문화권의 대표적인 도시지만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영주시청 공무원은 “심지어 영주시가 어디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며 답답해했다.

영주는 여행하기 좋다. 볼거리, 먹거리, 쇼핑까지 3박자를 다 갖췄다. 소백산 철쭉, 부석사, 소수서원만 알고 있는 여행자라면 앞으로 죽령 옛길과 무섬마을 등도 여행코스에 집어넣으면 좋겠다.

▲ 무섬마을을 찾은 여행자들이 외나무 다리에 걸터앉아 쉬고 있다. 외나무 다리 너머로 무섬마을 고택이 보인다.

죽령 옛길은 국도 5호선과 붙어있다. 희방사역에서 출발하면 죽령고개까지 약 5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죽령 옛길은 2007년 12월 문화재청이 명승으로 지정했다. 초입에는 사과밭이 있다. 사과밭을 지나면 점점 숲이 두꺼워진다. 절반쯤 가면 울울창창한 낙엽송 숲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영주사람들이 마실가듯 산책하는 길이다.

소백산 도솔봉과 제2연화봉 사이에 있는 해발 689m의 죽령을 넘는 옛길은 삼국시대 고속도로 겸 군사도로였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158년 아달라왕때 죽죽이가 길을 만들었다고 나와있다. 문경에서 월악산으로 넘어가는 하늘재에 이어 신라가 두번째로 만든 길이다. 현재는 희방사에서 서울 쪽으로 가는 ‘상행선’ 2.5㎞구간만 남아있고, 서울서 내려오는 ‘하행선’은 없다.

처음에 길을 만든 것은 군사요충지였기 때문이다. 영남에서 기호지방으로 가는 길은 죽령, 문경새재, 추풍령 등 크게 3개 코스다.

▲ 죽령 옛길 중간 부분에 있는 낙엽송림. 숲이 울창하고 경사도 급하지 않아 걷기 좋은 길이다.
죽령이 맏형격이다. 신라 입장에선 서울로 가려면 죽령이 필요했고, 고구려 역시 중원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죽령을 반드시 차지해야 했다. 고구려는 장수왕때, 신라는 진흥왕때 죽령을 차지했다. 조선시대에는 무쇠다리 주막, 느티정 주막, 주점주막, 중앙주막 등 주막거리가 4개나 있었다고 한다.

“191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이용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일제 때 철도가 개설되고, 국도 5호선이 뚫리면서 죽령 옛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거죠.”

문화유산해설사 박근식씨는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일제 때 자연스럽게 없어졌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어쨌든 길은 걷기 좋다. 가파르지도 않았다. 초입만 벗어나면 숲도 좋다. 자연림과 인공림이 적당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경관이 가장 좋은 곳은 낙엽송림. 쭉쭉 뻗은 훤칠한 낙엽송들이 잘 생겼다. 막상 조성 배경을 듣고 나니 기분이 씁쓸하다. 원래는 소나무가 울창했다. 일본인들이 소나무를 마구 베어내고 대신 낙엽송을 심었단다. 주로 철도 침목 등으로 쓰기 위함이다. 현재 남아있는 낙엽송은 70년대쯤 조성한 것이란다.

이 길에는 옛 이야기가 많이 얽혀있다. 퇴계 형제가 서로 대를 쌓고 석별의 정을 나눴다는 얘기도 있고, 향가 모죽지랑가의 주인공 죽지랑에 대한 얘기도 있다. 오대산 상원사 동종에 얽힌 이야기도 재밌다. 문수동자를 만나 피부병이 나은 세조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종을 찾아 상원사로 옮기라고 명령했다. 전국을 수소문해서 찾은 종이 안동 남루의 동종. 이 종이 죽령 고개를 앞두고 꼼짝하지 않자 “고향이 그리운가보다”며 종 한 부분을 떼내어 안동에 묻고 나서야 움직였다는 스토리다.

죽령 옛길을 걷고난 뒤 막걸리를 한 사발 마시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죽령 고갯마루에는 죽령주막이 있는데 인삼막걸리와 나물전이 좋다. 철에 맞춰 캐낸 나물로 전을 부친다고 했다.

무섬마을은 하회마을과 같이 물도리동이다. 일단 마을 역사부터 들어보자. 1966년 반남 박씨가 먼저 들어와 정착했고, 이어 박씨와 혼인을 한 선성 김씨(예안 김씨)도 뿌리를 내렸다. 시인 조지훈도 이 마을 처녀에게 장가갔다. 조 시인은 마을의 경치에 반해 시 <별리>(別離)를 썼다. 일제 때에는 아도서숙(亞島書塾)을 열고 양반 천민 할 것 없이 계몽사상도 가르쳤다. 현재 24가구 40명밖에 살지 않는 작은 마을이지만 5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내성천이 오메가(Ω) 모양으로 마을을 돌아 흐르는데 가장 잘록한 부분이 150m에 불과해서 박정희 정권 때는 물길을 직선으로 뚫어 농지를 넓히려고 했다. 요즘으로 치면 운하를 만들려고 한 셈이다. 마을사람들은 결사 반대했다. 무섬마을 보존회 김한세 회장은 “기공식까지 했지만 결국은 마을사람들의 뜻을 꺾지 못했다”고 했다.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매년 가을부터 초여름까지 설치되는 외나무 다리다. 가을녘 내성천 물줄기가 여위면 농사지으러 다니는 다리, 학교갈 때 건너는 다리, 장보러 가는 다리 등 외나무 다리를 3군데 놓았단다. 막걸리 한 잔 걸치고 다리를 건너다 빠진 사람도 많고, 겨울철에는 아이들이 일부러 물에 빠진 뒤 학교수업을 빼먹기도 했다고 한다. 상여도 외나무 다리를 통해 건너갔단다. 외나무다리는 한여름 큰 물 지기 전 거둬낸다. 마을에 밭뙈기 하나 없는 것도 신기하다. 김한세 무섬마을 보존회장은 “마을 내에 밭뙈기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천석군은 6명이나 됐다. 강 건너 산아래까지가 다 이 마을 논밭이었다”고 했다.

영주는 입도 즐겁다. 몸에 좋다는 약선요리도 있고, 40년 넘게 청국장을 해온 집도 있으며, 서울에서 물어물어 찾아오는 묵집과 도넛 집도 있다. 부석사 주변은 산채집들이 몰려있다. 게다가 풍기는 인삼고을로 유명하며 펄프로 만든 인견도 유명하다. 영주는 요즘 참 좋다.

-길잡이-

*승용차는 중앙고속도로 풍기IC에서 빠져 희방사역으로 간다. 반대로 국도 5호선 죽령고개에 차를 세워두고 주막 앞에서 내려올 수도 있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을 이용한다. 희방사역에 서는 열차는 오전 8시와 오후 8시 두 차례뿐이다. 영주는 모두 8편 선다. 무섬마을은 풍기IC에서 영주 방향 36번 국도를 타고 직진, 가흥삼거리에서 5번 국도 안동 쪽으로 우회전한다. 적서농공단지로 빠져나가 수도리 전통마을 팻말을 따라 다리 건너 좌회전하면 된다.

*약선당(054-638-2728)은 풍기IC에서 가깝다. 약선정식과 인삼정식은 1만5000~2만5000원. 풍기역 앞 인천식당(054-636-3224)은 청국장 전문점. 청국장 6000원. 풍기읍내 정 도너츠(054-636-0067)는 한 상자(10개)에 6000원, 죽령고개 죽령주막(054-638-6151)의 인삼막걸리와 전은 6000~7000원. 소수서원 인근 순흥묵집(054-632-2028) 묵조밥은 5000원. 영주축협이 운영하는 한우프라자 소(054-631-8400)는 쇠고기를 사서 구워먹는 집으로 A+등급이 4만원 안팎이다.

*인삼은 700g 기준으로 판다. 잔뿌리는 1만5000원 정도 하는데 보리차처럼 달여 마시면 된다. 선물용 6년근 상품은 4만~6만5000원 정도. 풍기역앞 인삼상가 등 시내 곳곳에 인삼매장이 많다. 인견은 풍기와 영주시 곳곳에 판매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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