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당나귀를 지고갈 순 없다

  • 등록 2002-01-02 오후 5:57:52

    수정 2002-01-02 오후 5:57:52

[edaily] 올해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굵직굵직한 정치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내외 경기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이 같은 정치일정은 올해 우리 경제운용의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진념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은 "정치 일정에 흔들림 없이 원칙과 정도에 따라 정책일관성을 유지해 나가겠다"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정책금융팀의 오상용 기자가 전합니다. 옛날 당나귀를 몰고 가던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들이 당나귀에 타고 아버지가 당나귀를 몰고 가자, 지나던 마을 주민들이 `아버지를 걷게 하고 아들 녀석이 당나귀에 타다니`하고 쓴소리를 합니다. 이 소리에 아버지와 아들이 위치를 바꿔 계속 길을 재촉합니다. 한참을 가자 이번엔 `어린 아들을 걷게 하고 애비는 편안하게 당나귀를 타고 가다니`하고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합니다. 이제 부자(父子)가 동시에 당나귀를 타고 갑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쯧쯧 저 말못하는 불쌍한 짐승을..` 하고 욕합니다. 결국 아버지와 아들은 당나귀를 장대에 매달아 어깨에 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줏대없이 주변의 이야기에 흔들리는 사람을 빗댄 우화입니다. 오늘(2일)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새해 업무가 시작된 첫날 재경부 식구들이 모인자리에서 이같은 우화를 들려주었습니다. 부총리의 이야기를 잠시 잠시 들어봅시다. "당나귀를 지고 갈 수는 없습니다. 두차례 큰 선거일정 속에서 정당과 이익집단의 입김에 좌우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재경부는 특정한 정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당나귀를 지고가는 부자(父子)`의 우화처럼 정치권과 이익집단의 입김에 좌우돼 우스꽝스러운 몰골을 하기보단 당당히 우리 갈 길을 가자`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진 부총리의 염려가 아니더라도 저 역시 올 한해 우리경제 운용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정치일정을 꼽습니다. 독자여러분은 어떠신지요. 뗄래야 뗄 수 없는 정치와 경제의 오묘한 관계는 선거철이 되면 진가를 발휘합니다. 집권여당으로서는 경제가 바닥인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수 없는 노릇이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경제는 띄우고 보자(혹은 충격은 피하자)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는 선거가 끝난 뒤 한참을 몸살을 앓게 되구요.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IMF행만은 안된다`고 고집했던 문민정부의 계산 속엔 `선거가 코앞인데...`라는 생각이 더 간절했을지도 모릅니다. 선거는 일단 이기기 위해 치른다는 것이 정당의 철칙이기에 올 한해도 병역비리, 권부핵심 친인척의 특혜 의혹, 게이트 등의 단골메뉴로 정치권은 복통을 앓을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이용호게이트와 연말의 예산안처리와 법인세 인하안을 두고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두 야당(한나라당·자민련)의 갈등은 전초전에 불과할 수도 있겠습니다. 가벼운(?) 전초전이었음에도 불구, 정작 은행법 개정안과 금융이용자보호법, 금융지주회사법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법 등 중요한 경제현안법 처리는 해를 넘기고 말았지요. "작년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시련이 많았습니다. 우선 정치에 있어서는 여권의 공동여당이 분리됐고 대통령은 여당의 총재직을 사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경위와 예결위 등의 상임위에서 현안법과 예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러분들이 엄청난 어려움을 겪은 한해였습니다." 진념 부총리가 이날 재경부 식구 앞에서 떠올렸던 작년 국회에서의 어려움은 요즘 유행어대로 `어려움 축에도 못들지`도 모릅니다. 97년 3월 초 취임했던 강경식 재경원 신임부총리의 취임사는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정권에는 임기가 있을지 몰라도 경제는 임기가 없으며, 경제를 바로잡는데 시기가 따로 없다.` 진념 부총리 역시 그동안 여러차례 간담회와 조찬 강연회, 그리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5년전의 그 "경제에는 임기가 없다"는 경구를 언급하며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올 한해 원칙과 정도를 지키며 정치일정에 흔들림 없는 경제운용을 펼치겠다는 진 부총리의 다짐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우선 다음달에 열릴 임시국회, 그리고 이어지는 지방선거를 눈여겨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부총리가 "늦어도 2월까지 해결이 될 것"이라고 한 하이닉스와 대우차 현대투신 등의 처리도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때 다시 진 부총리의 신년사를 펴 들고 되짚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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