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과기대 설립으로 통일에 한발짝 더"-연변 과기대 김진경 총장

  • 등록 2001-07-30 오후 7:51:54

    수정 2001-07-30 오후 7:51:54

[edaily=연길 권소현기자] 어스름한 저녁, 학생 식당 앞에서 한 할아버지가 어깨를 툭 치며 "Good Evening"이라고 인사를 하면서 지나갔다. 이곳 과기대에 도착한지 사흘만에 친하게 인사할만큼 친분을 쌓은 사람이 없는데 하며 돌아봤더니 그 사람은 또 어떤 남학생의 엉덩이를 때리면서 인사하는 중이었다. "저분이 총장님입니다" 과기대 학생들의 귀띔이다. 인터뷰로 정식 인사를 나누면서 김 총장으로부터 건네받은 명함에는 "延邊大科學技術大學 總長"이라는직함 바로 아래 또다른 직함이 쓰여 있었다. 바로 "평양정보과학기술대학 설립 총장". 김 총장은 올 3월1일자로 평양 과기대 총장에 임명됐으며 지난 5월2일 평양에서 북한측의 교육성과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대표 김진경 총장)이 과기대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서에 서명했다. 평양시에 약 33만평의 부지를 허가받아 약 2만4000평의 건물을 짓기 위해 설계중이다. 오는 10월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건축에 나설 예정이다. 김 총장은 합의서를 보여주며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의 선진적 운영을 위해 해외의 전문인력(교수, 과학자, 기술전문인)의 초빙 및 인사권을 설립총장에게 위임한다"는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북한 당국이 체제 및 사상 붕괴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자신을 믿기 때문에 이같은 전권을 준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 김 총장 설명이다 . 김 총장이 북한으로부터 신뢰를 얻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88년 연길시로부터 연변 조선족 기술학교 설립 허가를 받아 93년 연변 과학기술대학으로 정식 학교를 세워 첫 신입생을 받아들인 이후 줄곧 이곳에서 총장을 맡으면서 북한에 옥수수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의료사업이나 고아원 설립 운동 등을 전개해왔다. "한번 북한에 갔다가 북한 지도부에 자유화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죄목으로 억류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기간이 바로 북한 당국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민족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 검증받았죠" 북한 당국은 연변 과기대를 사회주의 국가에서 성공한 사례로 보고 여러번 대표단을 파견해 시찰한 후 김 총장에게 대학 설립 운영을 제안했다고 한다. 김 총장은 97년부터 북한에 과기대 설립을 추진, 당초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에서 개교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나진선봉지역이 "자유무역지대"에서 제외되면서 김 총장은 인재가 집중돼 있고 외국 기업이 투자하기 용이한 평양지역으로 과기대 설립 지역을 변경했다. 이번 평양 과기대 설립은 남한의 통일부, 국정원 등 6개 부처와도 합의가 이뤄져 앞으로는 남한의 석학들도 북한에서 강의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김 총장은 이번주 주말(28일)에 KAIST 홍창선 원장, 포항공대 정성기 총장, KISTI 조영화 원장 등과 함께 방북할 예정이다. "평양의 명문대학이라는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대학은 인문학과 순수과학 중심입니다. 이번에 설립되는 평양 과기대는 IT와 BT(바이오테크놀로지) 및 시장경제를 가르칠 수 있는 MBA 과정 등 실질적인 전문교육을 실시할 계획입니다"라고 김 총장은 말한다. 그래서 평양과기대에 개설되는 학부는 정보과학부, 생명과학부, 공학부, 경영정보학부 등 4개 학부다. 영어는 기본 과목이다. 김 총장의 머리속에 있는 큰 밑그림에 비춰보면 평양 과기대 설립은 시작에 불과하다. 북한의 실리콘밸리 "지산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곳은 산학협동단지로 IT와 BT분야의 한국 기업이 북한 인력을 활용해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협동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남북한간 실질적인 인적, 기술적, 학문적 교류로 이어져 남북협력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나아가 통일로 이를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라며 "나아가 앞으로 다가올 태평양 중심시대에 남북이 공동으로 대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라며 김 총장은 먼 미래를 그린다. 약 400억원으로 예상되는 대학건립과 운영에 필요한 기금은 전액 부담키로 했기 때문에 김 총장은 요즘들어 부쩍 기금마련에 분주하다. 김 총장은 평양 과기대 설립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은 후에서야 연변 과기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연변 과기대는 조선족을 위한 중국 최초의 중외합작 대학으로 중국 정부로부터의 지원 없이 기부금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IT에 관한 김 총장의 관심은 연변 과기대를 중국 동북지역에서 최고의 정보기술 대학으로 키웠고 이제 중국의 중점 대학으로 인정받아 명실공히 명문 대학으로 발돋움했다. "동북 3성 중에서 최초로 교내에 광케이블을 깔아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했고 전산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 모든 학생이 기초적인 컴퓨터 활용능력을 갖출 수 있게 했습니다. 그래서 연변 과기대의 취업률은 100%인거죠" 김 총장은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 중 연변 과기대는 1차 그룹에 속한다며 북경대학이나 청화대학과 어깨를 겨룰 날이 멀지 않았다고 자랑한다. 정식으로 개교한지 10년이 채 안되는 대학이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김 총장은 교수들의 헌신성을 꼽는다."이곳 교수들은 13개국에서 모인 석학들로 중국어와 한국어, 영어 3개국어로 강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외국어 실력은 기본적으로 갖추게 됩니다. 또 교수들이 적은 봉급임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을 갖고 교육에 임하기 때문에 인성교육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라고 말한다. 김 총장도 "You never live twice"라며 어디에서든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내에 일개 소수민족에 불과한 조선족으로 살아가기는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이곳 조선족은 역사의 피해자들입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예들인 이들을 존경심을 가지고 대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경제적으로 가난하다고 해서 멸시와 핍박을 하죠. 한국 정부도 이들의 취업에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떼어줘야 하며 한국 국민들도 재중 교포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라고 역설한다. 김 총장은 앞으로 통일이 이뤄지면 두만강 유역의 연변 지방이 북쪽으로는 러시아, 남쪽으로는 북한을 접하고 황금의 삼각지로 떠오를 것이라며 이같은 동북아 지역의 큰 보고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워내겠다고 말한다. 2020년까지 연변 과기대를 중심으로 하이테크 밸리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이같은 꿈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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