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은 지난 3일 김맹섭 연구소장을 북경한미약품 연구센터 소장으로 발령했다. 중국 현지의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연구소장의 자리를 옮기는 것이 아닌 열악해지고 있는 국내 제약산업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감시로 제약사들은 실적부진이 장기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미약품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6.9%나 감소하며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
여기에 올해 큰 폭의 약가인하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제약사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처지다. 실제로 제약사들은 정부의 새 약가인하제도가 예고되자 "수익성 악화로 R&D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울상이다.
신약 파이프라인의 확대로 연구개발 투자는 증액시켜야 하는데 국내 환경이 좋지 않자 한미약품이 꺼낸 카드가 '중국'이다.
국내에서 진행하는 신약 연구개발은 그대로 진행하되 북경한미가 보유한 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연구개발 확대에 따라 올해 시설을 확충하고 인재 채용도 더욱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북경한미약품 연구센터에서 연구개발이 이뤄지면 국내에서보다 적은 비용으로 고급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험동물 등을 이용하는데 소요되는 비용도 절감된다. 같은 연구과제라도 국내에서 투입되는 비용의 20% 정도만으로도 중국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금지된 원숭이를 활용한 임상연구도 가능해지는 등 중국 정부의 폭넓은 지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미약품은 이번에 권세창 부소장을 연구소장으로 임명했다. 권 소장은 한미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중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바이오신약 플랫폼 기술 중 하나인 랩스커버리(LAPSCOVERY) 연구를 이끌어 온 바이오 분야 전문가이다. 또 부소장에는 합성신약 전문가인 서귀현 연구위원을 기용하면서 현재 진행중인 신약개발 활동에도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위기극복을 위해 비상경영을 선포한다"고도 했다. 현재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지만 여건에 맞는 맞춤형 연구개발을 통해 위기도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중국에서의 연구개발 활동을 강화한다는 것이 국내 연구개발을 축소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국내에서는 지속적으로 신약개발을 진행하되 북경한미와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신약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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