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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②두산중공업의 또다른 부실 도화선 '수주 부진'

글로벌 전력 투자 화력·원자력 비중 줄어
두산중공업 수주잔고 줄어 미래 먹거리 비상
차입금도 단기 비중 늘어 빚의 질 저하
  • 등록 2020-05-10 오후 4:22:48

    수정 2020-05-11 오후 2:03:38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두산중공업(034020)의 부실엔 두산건설 지원에 따른 영업 외 손실 외에도 한 가지 원인이 더 있습니다. 바로 수주 부진입니다.

자회사 지원에 많은 비용이 들어도 기업이 본업에서 돈을 많이 벌면 감당할 수 있겠죠.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수주 부진, 매출 감소도 적자 부채질…글로벌시장 ‘화력·원전’서 ‘신재생’으로

두산중공업의 매출은 지난 2012년 7조8568억원에서 작년 3조7086억원으로 7년 만에 53% 감소했습니다. 매출이 반 토막 난 셈인데요.

이는 수주 감소 때문입니다. 두산중공업처럼 발전소를 짓고 발전 설비를 납품하는 회사는 공사 수주액이 기업 실적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데요. 회사의 미래 먹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보여주는 겁니다.

두산중공업의 수주 잔고는 2011년 약 23조원에서 계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14조2000억원으로 축소됐습니다. 신규 수주가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연간 신규 수주액이 같은 기간 9조5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까지 줄면서 먹거리 위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발전 시장이 변화해서인데요. 두산중공업의 주력 사업은 화력과 원자력 발전 분야죠.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전력 부문 투자액은 2010년 2260억 달러에서 2018년 3040억 달러로 35%가량 늘었습니다. 그런데 투자 비중이 달라졌어요. 지난 2010년 1880억 달러에 달했던 화력·원자력 투자액이 2018년엔 1740억 달러로 뒷걸음질했습니다. 전체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5.4%에서 36.4%로 내려갔는데요.

반면 신재생 에너지 투자액은 2010년 2260억 달러(전체 투자액의 54.6%)에서 2018년 3040억 달러(63.6%)까지 늘었습니다. 두산중공업의 수주 둔화에는 이런 외부 수주 환경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건데요. 회사가 강점을 가진 사업의 먹거리가 줄면서 성장을 위한 신시장 진출의 필요성이 커진 겁니다.

이 같은 변화 추세는 두산중공업도 잘 알고 있는데요. 지난 2018년 기업 설명회(IR) 자료를 보면 두산중공업은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IHS’의 자료를 인용해 세계 발전 시장의 석탄·원자력 발주액 비중이 2018년 전체의 35%에서 오는 2023년 31%, 2028년 28%로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신재생·서비스 등을 신사업 분야로 정하고 오는 2023년까지 신사업 수주 비중을 5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것도 이런 시장 변화에 발 맞추려 한 것입니다.

자회사 지분 매입에 10년간 2조 지출…현금 말라붙어

자회사 지원과 수주 부진으로 인한 악영향은 회사에 돈이 들어오고 나간 것을 기록한 재무제표 속 현금 흐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산중공업이 지난 2010~2019년 회사의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총 2조2641억원, 투자에 쓴 돈은 4조7145억원입니다.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재무 활동으로 회사에 유입된 현금은 2조3033억원이고요.

외관만 보면 회사가 본업에서 번 돈과 외부 차입금을 미래 먹거리를 위해 활발히 투자하고 있는 거로 보입니다. 하지만 속 사정은 좀 다릅니다.

자회사 지분을 취득하는 데 쓴 금액(순취득액)이 전체 투자 지출액의 41%인 1조9414억원에 달하기 때문인데요. 이는 사업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보다는 대부분 두산건설 지원에 투입한 돈으로 보입니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영업 활동에서조차 1705억원이 외부로 순유출될 만큼 회사 내부의 현금이 말라붙고 있는데요. 반대로 작년 재무 활동으로 현금 4448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채무 상환 부담도 크다보니 이번의 유동성 위기가 닥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부 차입금 3조원 육박…10년 전보다 3배 넘게 늘어



이런 이중고(자회사 지원+수주 부진) 때문에 회사의 재무 구조가 나빠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인데요.

일단 두산중공업의 전체 차입금이 2010년 2조215억원에서 지난해 4조8856억원으로 2배 넘게 불어났죠. 단순 총액 증가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빚의 질’이 나빠졌다는 점입니다.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유동성 차입금이 작년 말 기준 4조1890억원으로 만기 1년 이상인 회사채·장기 차입금(6966억원)보다 6배나 많아졌거든요. 2010년만 해도 이 배수는 2배 정도에 불과했으나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장기간 돈을 빌려주려는 투자자가 사라지며 단기 빚 상환 부담이 커진 겁니다.

이럴 때 손 내밀 수 있는 것은 정부밖에 없죠.

기업 신용평가 회사인 한국신용평가는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두산중공업에 빌려준 돈이 지난해 말 기준 1조4000억원, 올해 추가 지원 금액을 합치면 약 3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합니다. 2010년엔 국책은행 차입금이 8831억원으로 1조원에도 못 미쳤는데 갈수록 정부 자금 의존도가 커진 겁니다.

이제 두산중공업 위기를 얘기할 때 항상 따라붙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실제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다음 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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