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개혁 총회 연설에서 “우리 대부분은 그것이 좋든 싫든 5개 상임이사국(P5)의 특권을 폐지하거나 조금이라도 변경하는 것이 극도로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다”며 “우리는 (안보리 개혁에 대한) 실질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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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움직이자 불 붙는 안보리 개혁 논의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힘을 받은 안보리 개혁 목소리는 5개 상임이사국이 사실상 ‘절대권력’을 쥐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들 중 한 곳이라도 거부하면 어떠한 안건이든 안보리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를 규탄하려 해도 러시아가 반대하면 불가능하다. 러시아가 핵을 사용한다고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황 대사는 “상임이사국 확대는 유엔 헌장 제23조에 특정 국가명을 추가하는 것을 뜻한다”며 “하지만 일단 이름을 넣으면 그것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그 경직성은 제23조에 표기된 중국과 러시아의 명칭만 봐도 알 수 있다. 두 나라는 현재 공식 헌장에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과 ‘소비에트연방’(소련·Union of Soviet Socialist Republics)으로 각각 기재돼 있다. 나라 이름이 바뀐지 오래 지났지만 수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황 대사는 “헌장에 표시된 나라 이름조차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며 “국제 현실을 감안해 상임이사국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향후 수십년 주요 강대국들의 흥망성쇠를 예측할 수 있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단순히 상임이사국 수만 늘리는 것은 또 다른 경직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상임이사국 확대는 장기적으로 안보리의 융통성과 지속 가능성, 대표성을 저해할 것”이라며 “영구적인 멤버를 늘리는 개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상임이사국이 보유한) 거부권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제한할지를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임이사국 확대하면 융통성 떨어져”
황 대사는 그러면서 상임이사국을 확대하는 대신 정기적인 투표를 통해 비상임이사국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현재 비상임이사국은 10개국이다. 이를 더 확대해 상임이사국이 가진 절대적인 힘을 견제하는 게 보다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매번 선거 때마다 당시의 (국제 정세의) 현실을 반영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은 (투표 방식과 비상임이사국 임기 등) 선거의 구체적인 방식에 있어서는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사는 “더이상 지체하지 않는 안보리의 확대와 개혁을 보고 싶다”고 강조하며 연설을 끝냈다.
현재 유엔에서는 한국 외에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이 상임이사국을 늘리지 말고 비상임이사국을 확대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장쥔 대사는 “국제적인 지위를 높이려는 일부 국가들의 사익을 채우는데 개혁을 악용하면 안 된다”며 명확하게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