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양안(兩岸)의 봄날

경제적 교류 크게 확대
대만, 글로벌 경제 위기 영향으로 對 중국 의존도 높아져
대만 독립 문제 놓고 양국 대립은 여전..경계 요구돼


  • 등록 2009-05-07 오후 2:55:00

    수정 2009-05-07 오후 2:55:00

[이데일리 양이랑기자] 중국과 대만(양안·兩岸) 관계가 호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친(親) 중국 성향의 마잉주 대만 총통 취임 이후 해빙 무드에 접어든 양안 관계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돈독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서구 선진국으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만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서 양국 관계는 도육 긴밀해지고 있다.
 
양안 관계가 크게 진전됨에 따라 대만 증시는 최근 급등, 8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대만 증시는 이번 달 들어서만 17% 올랐다. 본토 효과 때문이다.
 
다만 수십년간 쌓여온 양국의 반목이 단시간 내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제적 교류는 확대되고 있지만, 대만에서는 반(反) 중국 정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 무르익는 양안 관계

지난달 28일 중국 정부는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가입을 승인했다. 대만은 지난 1997년 이후 12번의 좌절 끝에 유엔(UN) 산하 WHO에 옵저버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40년만에 유엔 총회에 참석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또 2일 뒤인 30일 중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은 대만 3위 통신업체 파이스톤의 지분 12%를 매입하기로 했다. 사상 처음으로 중국 국유기업의 대만 상장업체 투자가 이뤄지며, 중국의 대(對) 대만 투자 물꼬가 트였다. 당일 대만 증시는 중국으로부터의 투자 확대 전망에 일일 가격 제한폭까지 급등하는 등 18년래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최근 대만 증권거래소의 쉬브치 이사장은 "중국과 대만이 양국 간 증시 거래를 허용할 전망"이라며 "양국 증시에서 각각 최대 30개의 종목을 상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양국이 각국 증시에 대한 직접 투자를 금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진전이다.

이 밖에 중국과 대만은 양국간 주간 항공편을 두 배로 늘리기로 합의한 데 이어, 은행들에 대한 투자 제한도 완화했다.

◇ 글로벌 경제 위기로 관계 돈독해져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경제 위기 영향으로 양안 관계에서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기업들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컴퓨터를 비롯한 첨단기술 제품을 제조,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에게 판매해왔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인해 서구 선진국 시장이 기울면서 지난해 6월~12월 대만의 수출은 절반 가까이 축소,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실상 중국은 대만의 최대 수출국이었다. 다만 중국으로 수출되는 제품 대다수가 서구권으로 재수출되기 위한 최종재에 불과, 공식적인 통계에서 중국이 얼마나 많은 대만 제품을 사들였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최근 들어서는 공식적인 수치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만 경제성에 따르면 올 초부터 대만 총 수출의 35%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대만 스마트 휴대폰 제조업체인 HTC의 피터 초우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시장 전망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폰을 만드는 이 회사는 중국의 3세대(3G) 이동통신 도입을 기회로 여기고 있다. 초우 CEO는 "올해 중국 시장은 매우 중요하다"며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만 최대 재벌 중 하나인 파이스톤 그룹은 "대만은 중국 시장을 향할 수밖에 없다"며 "대만의 전통적인 산업군은 이제 정부 산업 정책의 수혜를 받지 않고 있으며, 중국 투자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양안 관계의 발전은 결국 중국에도 도움이 된다. 대만 소재 골드만삭스의 창챠린 애널리스트는 "대만은 중국으로의 자본과 전문기술 유입에 있어 핵심 통로"라고 말했다.

◇ 親중국 마잉주 총통 취임 후 `해빙 무드`

지난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한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남하,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에 대만은 계속 골칫거리였다. 그러나 지난해 친중국 성향의 마잉주 총통이 취임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마 총통 취임 이후 60년동안 막혀있던 인적 및 경제 교류가 재개됐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과 대만은 통상(通商)·통항(通航)·통우(通郵)의 삼통시대를 열고, 10년 이상 중단했던 양자 대화도 다시 시작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걸을 수 없다면 기어서라도 가겠다"며 대만 방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양안 관계의 변화를 기업들도 몸소 체감하고 있다.
 
1년 전만해도 대만 사업가들은 사업 차 상하이를 방문할 때 홍콩을 경유해야 했다. 직항은 비행 시간이 82분이 소요되지만, 홍콩을 경유할 경우 비행 시간은 5시간으로 늘어난다.
 
물류 운송 시간도 크게 단축됐음은 물론이다. 대만의 기륭 항구를 출발한 선박은 상하이로 가는 데 3000달러의 통행료를 지불하고 일본의 이시가키 섬을 경유하는 등 41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반나절만에 당도할수 있게 됐다.

◇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어
 
그러나 수십년에 걸쳤던 반목이 단번에 와해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 정부는 대만의 독립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계하고 있으며, 대만 정부 또한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양안 관계 개선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대만의 여행 관련 산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큰 성공이 목격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자국민들이 `민주적인` 대만을 방문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 주요 언론들은 중국의 부유한 소비자들의 대만 방문이 잇따를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지난달의 경우 일일 방문자는 3000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밖에 대만 은행의 중국 투자, 자유무역에 기반한 양국 간의 교역 등은 아직 남은 숙제다. 마 총통은 중국과 좀더 광범위한 무역 협정을 추구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국민당 내에서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것도 양안 관계의 해빙 무드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 3월 발간된 미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대 대만 해협 근처에 미사일을 추가 배치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단념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마 총통은 자국 방어와 관련, 미국이 주저하지 않고 지원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대만 내에서 반(反) 중국 정서가 여전한 것도 문제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고위 정부 관계자가 대만 타이페이를 방문했을 때 대규모 반대 시위가 발생, 이 관계자는 8시간 이상 호텔에 갇혀 있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만이 중국에 패한 것은 대만인에게는 국가적인 수치로 기억된다. 국제 야구 경기에서 대만이 중국에 진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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