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끙끙앓고 삭힐 뿐" 공무원 감정노동 수준 '위험'..대책 마련 시급

인사처, 국가공무원 감정노동실태 첫 조사
공무원 감정노동 수준…정상 범위 벗어난 ‘위험’
무리한 요구에 폭언·협박까지…대응 방안 ‘참기’
고위험군 치료 지원·법적보호 강화 등 대책 마련
  • 등록 2023-12-13 오후 12:00:00

    수정 2023-12-13 오후 2:30:22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공무원들의 감정노동이 위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한 요구와 폭언, 협박 등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단순히 참으면서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치료 지원과 법적 대응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감정노동에 대한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하고 13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9월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1만98명을 대상으로 감정노동평가도구를 참고해 공무원인사관리시스템 등을 활용해 진행됐다.

인사처는 공무원의 신체·정신적 건강 유지 및 행정능률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보호 방안 마련을 위해 이번 조사를 처음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신건강을 국가 중요 의제로 설정하고 예방부터 치료, 회복까지 국민 정신건강을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정책 대전환을 선언했다.

자료=인사혁신처 제공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들의 감정노동 수준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위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들은 감정규제, 감정 부조화, 조직 점검(모니터링), 보호체계 등 각 진단 영역 모두에서 위험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감정노동 원인으로는 장시간 응대와 무리한 요구로 인한 업무방해가 31.7%로 가장 높았다. 폭언·협박(29.3%), 보복성 행정 제보·신고(20.5%) 등이 뒤를 이었다. 감정노동의 영향으로는 직무스트레스 증가 및 자존감 하락이 33.5%로 가장 컸고, 업무 몰입·효율성 저해(27.1%), 직무 변경 의향 높아짐(17%), 이직 의향 높아짐(13.2%) 순이었다.

공무원들은 무리한 요구나 폭언 등에도 이렇다 할 대응도 못하고 있었다. 대응 방법으로는 개인적으로 참음이 46.2%로 가장 높았다. 2위인 주변 동료와의 상담(21.5%)와 두 배 이상 차이가 났고, 적극적인 대응이라 할 수 있는 법적 대응(5.2%), 직무 변경 요청(1.8%) 등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신체적인 혹은 심리적인 질병이 나타나도 공무원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신체·심리적 질병 대응에 아무 조치 않는다는 응답이 61.1%를 차지했다. 병가를 사용한다는 응답은 11.3%, 전문 심리 상담을 받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응답은 낮은 수준이었다.

공무원들은 정부의 감정노동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 인지하고 있기는 했다. 마음건강센터 심리 상담에 대한 인지도는 71.9%로 가장 높았고, 질병 휴직이나 병가는 45.9% 수준이었다. 다만 민원수당이나 책임보험, 재해보상 등에 대한 인지도는 낮았다.

공무원들은 감정노동 문제에 대해 기관에서 적극적인 보호를 해주길 원했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이나 제도에 기관의 적극 보호라고 응답한 비율이 65.4%로 가장 높았다. 인센티브 강화(35.0%), 법률상담 지원 확대(23.8%) 등이 뒤를 이었다.

인사처는 민원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민원수당 지급, 특별승진․승급제도 외에도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협업해 심리적 고위험군에 대한 치료 지원, 기관 차원의 법적보호 강화, 건강 검진비 지원 확대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승호 인사처장은 “최근 특이 민원 증가 등으로 공무원의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이라며 “공무원이 건강해야 정부의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공무원이 건강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혁신적으로 실효성 있는 지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자료=인사혁신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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