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E=mc²

  • 등록 2005-05-03 오후 4:27:35

    수정 2005-05-03 오후 4:27:35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미국의 경고가 나온 직후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까지 발사,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마침 뉴욕 유엔 본부에서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가 개막됐습니다.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본격화된 2차 북핵 위기는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명수 뉴욕 특파원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는 `시간의 역사`라는 책을 썼습니다. 호킹 박사는 물리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는 전제 하에 수학 방정식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최첨단 물리학의 세계를 풀어나갔습니다. 그러나 호킹 박사도 쓸 수 밖에 없었던 방정식이 하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방정식, E=mc²입니다. "에너지(E)는 질량(m)에 빛의 속도(c)를 제곱한 것과 같다"는 이 방정식은 물질과 우주, 세계를 해석하는 새로운 법칙입니다. 아인슈타인 이전까지 에너지와 질량, 빛은 한자리에서 거론할 수 없는 `전혀 다른 것`, `대립하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이 방정식 속에서 이들은 `하나의 관계`를 맺게 됩니다. 더구나 이 방정식은 원자력, 원자폭탄, 원자력 발전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느닷없이 E=mc²얘기를 꺼낸 것은 북한 핵 문제로 소란한 요즘, 유엔에서 NPT 평가회의가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NPT 당사국들의 주장과 대립, 갈등이 E=mc²이라는 방정식의 고민과 묘하게 일치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NPT는 1970년 발효됐습니다. 조약에 가입한 나라들은 ▲핵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면서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집니다.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들은 ▲핵 군축을 해야할 책임도 부과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확산 의무와 평화적 이용이라는 권리의 충돌입니다. "핵폭탄을 절대 만들지 않겠다"는 서약과 "원자력 발전 등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사용할 권리"는 외형적으로는 거의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핵 발전을 위해서 우라늄을 농축하고, 발전 후 핵 연료를 재처리하는 과정이 핵 폭탄을 만드는 과정과 기술적으로는 사실상 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핵 발전을 위해서 원전을 가동한다"고 했지만, 결국 핵 폭탄 제조로 넘어갔습니다. 어디까지가 평화적 이용이고, 어디까지가 군사적 이용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죠. NPT의 약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 이란의 예를 들며 핵 농축, 재처리 기술의 이전을 엄격하게 제한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제 3세계 여러 나라들은 "평화적 이용은 권리인데, 이를 막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극력 반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NPT를 파괴하는 장본인이라는 비난까지 나왔습니다. 이번 NPT 회의는 개막 당일까지도 의제를 설정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등 핵보유국가들과 핵을 보유하지 않은 비동맹 국가들간의 기 싸움으로 무엇을 논의할 것인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회담을 시작한 것이죠. NPT 체제가 근본부터 흔들린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대립은 기본적으로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평화적으로 이용한다고 해놓고 핵폭탄을 만든 사례`를 들며 "거짓말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 노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그 반대 쪽은 "미국도 군축을 게을리하지 않느냐"며 삿대질을 하고 있는 것이죠. 북한 핵 문제의 본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북한은 미국을 못믿겠다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니까요. 신뢰의 상실이 NPT 체제의 약화를 불러왔고, 북핵 문제도 꼬이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전혀 다른 것을 하나로 묶고, 일정한 관계를 형성하려면 `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입니다.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E=mc²이라는 방정식으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물리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이 에너지(E)와 질량(m)을 연결시키는 고리로 빛(c)을 생각해 낸 것에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전혀 다른 가치(전문용어로는 `dimension`이라고 한답니다)를 빛이라는 상수(constant)로 묶은 것이죠. 상수는 변하지 않는 물리량을 의미합니다. 이 방정식에서 빛의 속도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 숫자입니다. 실제로 빛의 속도는 대략 초속 30만킬로미터로 언제 어디서나 일정합니다. 대립하는 두 개의 가치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처럼 항상성을 가진 그 무엇이 필요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같은 기조로 얘기하는 것, 내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거나 같은 말을 하는 것, 그것이 곧 신뢰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 핵 문제를 다루거나, 바라볼 때, 상황에 따라, 때에 따라, 혹은 상대방에 따라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봐야겠습니다. 이해 당사자들이 평형 감각을 유지하지 못하고, 서로를 비난할 때 중심을 잡고, 같은 논조로 조용조용 협상을 이끌어가는 것, 그것이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균형자의 역할`이 될 것입니다. 균형은 힘으로 잡는 것이 아닙니다. 빛의 속도처럼 언제나 일정하게, 빛과 같은 일관성과 항상성이 균형과 통합의 핵심입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사람 맞아?…가까이 보니
  • 상큼한 'V 라인'
  • "폐 끼쳐 죄송"
  • 아슬아슬 의상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