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민 편지로 하루 마무리"…오바마에게 대통령이란?

오바마 대통령 회고록 '약속의 땅' 출간
"편지 덕에 대통령으로서 더 근본적 시각 가져"
  • 등록 2021-08-02 오전 11:01:18

    수정 2021-08-03 오전 7:07:45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저는 매일 수천 통의 편지와 이메일 중 10통을 읽었습니다. 그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도움을 바라거나 내가 뭔가 망치고 있는 것에 분노한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제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매일 밤 일반 시민이 쓴 편지를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미국 대통령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8년을 보냈지만, 편지를 읽는 것은 스스로 대통령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과정이었기에 어떤 업무보다 중요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바마가 말하는 대통령은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그는 “편지 읽기 덕에 대통령 선거운동과 대통령 임무를 통해 하려던 일에 대한 더 근본적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편지를 쓴 사람들은 상대방이 정말로 관심을 둔다고 느끼면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그것은 결국 관계·신뢰·공동체를 형성하는 접착제가 됐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웅진지식하우스)에 담긴 말이다. 오바마가 어떤 대통령이 되고자 했는지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오바마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돼 백악관에 입성하기까지 과정과 임기 첫 2년 반 동안의 고군분투를 책에 솔직하게 담아냈다.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선택과 사고과정을 내밀하게 반성하며 곱씹기도 한다. 오바마는 자신이 책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출판사와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 “전 세계 청년들이 바통을 넘겨받고 목소리를 높여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동참하도록 영감을 불어넣기 바란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8년간 재임하면서 대통령이라는 일에 대해 “이 권한을 갖고 미국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특권인지 느꼈다”고 털어놨다. 한 나라의 더 큰 단면을 볼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성과 하나됨을 체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중압감을 매일같이 느끼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독특한 고립 상황과 보안 문제, 업무 성격 때문에 갑자기 산책을 가거나 공원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 등의 일상적 생활도 할 수 없었다. 특히 가족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다. 딸이 약속에 가기 전 비밀 경호국 요원들이 친구들 집을 수색해야 했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가는 데도 도로를 차단해야 했다. 그는 “스스로 회의를 느끼거나 실망하기도, 가족이 긴장을 겪기도 했었다”면서도 “희망이 여전히 승리한다는 말은 나와 우리 가족 모두에게 해당했다”고 말한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핼러윈 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미셸 여사가 ‘레임덕’으로 분장한 아이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AFPBBNews)
오바마가 대통령으로서 국민 한사람 한사람을 진심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례도 있다. 그는 대통령 임기 당시 칠레의 국빈 만찬장에서 미국 전투기가 리비아에 격추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를 회상했다. 그는 “약 90분 동안 칠레 대통령과 영부인이 하는 얘기에 의례적으로 미소 짓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전장에 투입돼 부상당했거나 생포됐을지 모르는 젊은 군인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이 된다는 게 어떤 느낌이냐고 물어보면 국빈 만찬장에 하릴없이 않아 성공과 재앙이 종이 한 장 차이임을 곱씹는 시간”이라도 덧붙였다.

오바마는 전 세계가 경제 붕괴, 난민위기, 부족주의 같은 뿌리 깊은 문제와 더불어 코로나19 유행에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 “미국은 보편적 가치와 규칙, 규범을 토대로 국제 질서를 증진해야 할 도덕적·현실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냉전이 끝나고 세계는 과거보다 훨씬 번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과 불만으로 가득하다. 사람들이 민주주의, 자본주의 같은 제도에 신뢰를 잃으면서 갈등이 더욱 쉽게 표면으로 불거지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적 통합을 무작정 거부하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며 “통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파열에 정면으로 맞서며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소득 불평등, 인종 불의, 기후위기 등 모든 중대한 변화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을 뽑아만 놓고 뒷짐 진 채 그들이 임무를 해내리라 기대해서는 안된다”며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참여해야 하며 투표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두 번의 임기에서 봤듯 상하원에서 거대 다수당으로 출발을 해도 주도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과 닮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정부를 얻을 때까지 계속해서 참여하고 연대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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