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산불` 전쟁은 무엇을 불살랐을까?

故 차범석의 `산불`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올라
제작비 8억원 투입, 원작 의도에 충실
  • 등록 2011-06-09 오후 3:06:20

    수정 2011-06-09 오후 3:06:20

▲ 연극 `산불`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북한군이 38선 이북으로 퇴각한 무렵. 소백산맥 자락 두메마을. 정신을 놓은 노인만 사내일 뿐 마을에는여인들만 남았다. 전쟁통에 사내들이 죽어나가서다. 사내 없는 마을에서 여인들의 삶은 고되다. 믿고 의지할 남편과 아들, 아버지의 부재는 이들의 한이 되고 갈등의 원인이 됐다. 여기에 밤이면 나타나 식량을 강탈해가는 공비들까지 가세했다.

젊은 청상 점례(서은경 분)와 사월이(장영남 분)는 그 와중에 믿고 의지하는 이웃집 친구다. 시어머니 양 씨(강부자 분)와 어머니 최 씨(권복순 분)가 서로 으르렁 되어도 이들은 한밤에 만나 서로 신세를 한탄하고 마음을 나눈다. 하지만 빨치산 부대에서 도망친 규복(조민기 분)이 점례네 대밭으로 숨어들면서 파국의 불씨가 피어오른다.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선구자 차범석의 5주기를 맞아 그의 대표작 `산불`이 지난 5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랐다. 해오름극장은 3층 객석을 막고도 1200명이 앉을 수 있는 대극장이다. 이곳에서 3주 이상 연극이 상연되기는 지난 1973년 개관 후 처음이다.

제작을 맡은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8억원의 제작비를 댔다. 점례와 사월이네 두 채의 초가집이 무대의 양쪽을 채우고 그 사이 꽃이 피고 지는 언덕길이 생겼다. 점례의 집 뒤에는 200여 그루의 대나무를 세워 무성한 숲을 만들었다. 모처럼 연극 무대에서 리얼리티와 규모의 미학을 완성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막이 오름과 동시에 한국전쟁 당시 소백산맥에 고립된 산골마을의 시공간으로 쉽게 진입한다. 꼼꼼하게 고증한 의상은 무대 위의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을 도왔다.

`산불`은 빨치산이 죽는다는 이유만으로 70년대 군부독재 시절 반공연극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산불`의 근간은 전쟁의 광란을 버틴 평범한 여자들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임영웅 연출은 이번 `산불`에 대해 원작의 재해석보다 복원에 중점을 뒀다. 시대에 의해 왜곡된 원작자의 의도를 고스란히 살리겠다는 의도에서다. 한국전쟁 기념일이 있는 6월 한 달 간 넓은 대극장 무대에서 복원된 `산불`은 그 자체만으로도 극적인 의미가 있다.

강부자를 비롯해 권복순, 서은경, 장영남의 연기는 비록 마이크를 사용하나 강약 조절과 대사의 전달이 자연스럽다. 다소 과장된 캐릭터도 있지만 극의 흐름을 깰 정도는 아니다. 공을 들인 마지막 산불 장면 역시 화마의 복판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다만 막과 막 사이에 들어간 피아노 연주와 그에 맞춘 구음은 극의 분위기와 겉도는 느낌이다. 오는 26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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