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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당근마켓 잡는 전자상거래법, 필요 없는 3가지 이유

사기 피해 시 직접 연락하면 위험… 경찰청과 공조중
소비자간 분쟁, 주소까지 알아야 할까?…과잉 규제
KISA가 이미 분쟁조정하는데…공정위의 나와바리 쟁탈전
윤관석 정무위원장, 이같은 문제점 해소한 법개정안 발의
  • 등록 2021-03-31 오전 11:00:31

    수정 2021-03-31 오전 11:57:2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판매자 연락 두절 등 분쟁 해결을 위해 필요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하려는 이유다.

공정위는 개인 사이의 거래(C2C)에서 문제가 생기면 당근마켓 같은 중개업체가 이용자 이름·주소·전화번호를 피해자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전자상거래법 29조)을 추진 중이다.

언뜻 보면 공정위 말이 맞는 것 같다.

전자상거래법 개정 후폭풍 당근마켓 사업모델 바뀐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아, 요즘 뉴스를 보면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샀는데 송금받고 잠적했다거나, 가짜를 진짜로 속여 판매했다거나 하는 얘기가 있는데, 이런 일을 막으려면 꼭 필요한 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잠적이나 가짜 상품 판매는 ‘분쟁’이 아니라, 범죄 행위인 ‘사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자상거래법이 규율하는 내용은 사기가 아니라 ‘분쟁’이다. ‘사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것은 경찰의 몫이고, 전자상거래법과는 무관하다.

사기 피해 시 직접 연락하면 위험… 경찰청과 이미 공조

지역기반 상거래 중개 플랫폼인 당근마켓은 올해 1월 기준 1400만 이용자가 사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중고나라처럼 잘 모르는 사람들과 물건을 사고팔기보다는 우리 동네 이웃들과 물건을 사고팔거나 함께 쓰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겨냥한 게 성공 요인이다.

당근마켓에는 6577개의 지역 커뮤니티가 있는데, GS리테일과 손잡고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의 신선식품이나 도시락의 마감 상품 소식을 알려 할인가에 살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또, 당근마켓을 통해 전국 GS리테일 점포의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리되면 동네 주민들은 편의점의 도시락을 싸게 살 수 있고, 집에서 가까운 일자리도 구할 수 있다. 회사와 국가 입장에서도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지역기반 커뮤니티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선입금을 유도한 후 물품을 보내지 않거나, 물품은 먼저 받고 금액을 지불하지 않는 행위 △가짜를 진품으로 속여 파는 행위 △오픈채팅방 등 외부 링크로 유도해 개인정보 등을 요구하는 행위 △가짜 안전결제 페이지로 유도해 결제를 유도하는 행위 △명의가 다른 제3자에게 입금액보다 많은 금액 입금을 유도해 현금으로 환불받거나 상품권 등의 온라인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 같은 ‘사기’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과 공조하고 있다. 채팅창이나 대상자의 프로필화면 등에 신고하기 기능을 배치했다. 또, 플랫폼 상에서 사기 이력이 있는 사람과 대화 시 주의 알람을 보내주는 자동화 서비스와 대리인증을 통한 사기방지를 위해 경고 문구 인증문자 포함 발송 등의 조치도 한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사기는 범죄행위로 반드시 경찰서 같은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피해자 개인이 범죄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조치하려 하면 추가 범행에 연루될 수 있어 직접 연락을 피해야 한다. 경찰서에서 범죄자와 피해자가 직접 연락을 주고받게 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취지”라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에서 가장 우려되는 사기 행위를 잡는데는 공정위의 전자상거래법은 아무 관련이 없는 셈이다.



소비자간 분쟁, 주소까지 알아야 할까?…과잉 규제

공정위 전자상거래법에 담기는 분쟁은 다음과 같은 경우를 의미한다.

△판매자의 글과 구매자가 원한 물건이 다소 상이한 경우 △물품의 상태에 대해 판매글에 상세히 적지 않은 경우 △판매자가 배송한 물품이 배송 과정에서 고장나거나 분실된 경우 (택배사 잘못시 판매자는 택배사로부터 보상 가능)등이다.

공정위는 이때 판매자와 구매자간 신속한 분쟁 해결이 안 되니, 전화번호뿐 아니라 이름과 주소까지 남기고 당근마켓이 피해자(구매자)에게 판매자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지금은 분쟁 해결이 불가능한 걸까. 그렇지 않다.

개인간 다툼이 생기면 당근마켓은 1차 조정 역할을 하고(쟁점 파악 등), 빠른 분쟁 상황 파악을 위해 채팅창 내 메시지에 단위별 신고하기 기능도 도입했다.

또, 분쟁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가 분쟁 해소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고, 이용 제재에도 불구하고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분쟁조정위원회(과기정통부가 관할하는 KISA의 전자문서·전자거래 분쟁조정위 사무국)에 접수하도록 권고한다. 그리고 이때 분쟁조정위가 환불하지 않는 판매자 정보를 요구하면 당근마켓은 휴대폰 번호, 게시글, 채팅방 정보 등을 제공한다.

전자거래 분쟁조정하는데…공정위의 나와바리 쟁탈전

이 같은 절차가 이미 존재함에도 공정위는 왜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개인의 이름과 주소까지 당근마켓이 모으고 이를 개인에게 직접 제공하라고 하는 걸까.

당근마켓의 편의성과 개인정보 최소화를 좋아했던 고객들은 당근마켓을 떠날지도 모른다. 이 법은 당근마켓(지역기반 커뮤니티)을 잡아먹을(위축시킬)법이 될 게 뻔하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관여하는 전자거래 분쟁조정위를 못 믿겠다는 건지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를 내세우며 다른 부처에서 하는 일들을 자기 규제권으로 끌고 오려 한다”면서 “정권 말기로 가면서 각 부처가 나와바리 전쟁을 벌이니 기업만 죽어난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은 “플랫폼을 규제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공정위는 IT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윤관석 정무위원장, 이 같은 문제점 해소한 법 발의

한편 윤관석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31일 업계와 소비자들의 우려를 반영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위원장이 대표발의한 법은 공정위가 지난 3월 7일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법(정부안)이 업계 의견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온라인플랫폼 업계와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법안 내용을 검토·수정한 안이다. 주요 조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체적으로는 △제29조 1항 개인간 전자상거래 거래에서 성명 전화번호 주소 중에 <주소> 삭제, 분쟁발생시 <소비자에게 그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삭제해 CtoC 거래에서 개인정보 보호장치 마련하는 것과 △제29조 3항 결제대금예치제도를 구비하고 있을 경우 개인판매자에게 알릴수 있도록 완화해 에스크로제도 안내를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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