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새누리당) = 각 지방정부를 상대로 간담회를 하면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보는 시각과 차이가 있습니다.
김성태 국회 예산결산특위 새누리당 간사 = 기재부는 계산기만 두들기면서 (당의 내년도 예산안 확대 요구를)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는 식이면 안 됩니다.
방문규 기재부 제2차관 = 당에서 제기한 여러 정책과제에 적극 공감합니다. 관련 예산을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3일 오전 8시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당정협의. 정부가 오는 11일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 마지막으로 새누리당과 조율했다. 시작부터 긴장감이 가득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각 지역구에 ‘선물’을 안겨주려는 당 의원들과 한정된 나라곳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방어적인 정부 관료들간 미묘한 신경전이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김성태 간사가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 “(예산당국이) 당의 목소리를 이렇게 무시하고 뭉개면 당 예산결산 책임자로서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약 11분간의 공개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당정, 일자리·사회적약자 지원 예산안 대폭 증액 합의
김성태 간사는 당정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예산안을 너무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면서 “어려워진 경제 여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일자리 부문이다. 여권 노동개혁의 핵심인 임금피크제 예산이 그 첫 번째로 꼽힌다. 당정은 올해 320억원에서 내년 201억원 더 증액하기로 했다. 민·관 합동의 청년창업 프로그램도 새로 시작된다. 당정은 관련 예산을 200억원 새로 넣기로 잠정 합의했다. 대기업과 정부가 각각 50%를 부담해 최대 3년간 3억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어르신 일자리 예산도 460억원 증액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5만개(33만7000개→38만7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다. 여권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의 숙원사업인 노동개혁을 예산으로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자리 뿐만 아니다.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예산도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종료 예정인 서민금융상품 ‘햇살론’의 지원기간을 5년 더 연장하고, 1750억원을 재정에서 출연하기로 한 것이다. 농업 관련 예산도 올해보다 더 늘리기로 했다.
안전 예산도 주목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보육시설 안전을 위한 어린이집 보조교사·대체교사를 지원하기 위해 660억원을 반영하기로 했다. 노후화된 연안여객선의 신규 건조에 필요한 펀드조성에도 100억원을 새로 넣는다. 병사 봉급을 15% 인상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새누리당의 전략사업도 증액 대상에 포함됐다. 시범사업 중인 도시재생사업 등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수준인 60억원을 반영했는데, 새누리당은 200억원가량을 요구하고 있다. 낙후 상수관로와 노후 정수장·하수처리장 정비도 상황은 비슷하다.
다만 이는 예산안의 다른 부문을 줄여서 증액한 게 아니다. 특히 당정은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같은 경제예산의 경우 줄이지 않는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해 SOC 예산을 다소 줄이려고 했었다. 이런 탓에 나라 빚 급증에 대한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도로 철도 터널 대교 하수도 등 SOC사업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정은 넉넉치 않으니 민간투자를 적극 유치하다는 것인데, 정부는 이에 신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자사업은 재원조달이 수월하지만 그 이용료가 비싸 국민 편익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새누리당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40% 이상으로 해도 문제가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현재 중기재정계획상 국가채무 비율은 30% 중반대로 관리되고 있다.
김성태 간사는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정부 입장만 너무 고려한 예산안을 편성하고 있어 상당히 답답하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 한 경제통 의원은 “자꾸 빚을 내 국가재정을 늘리면 나중에 돌아올 부작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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