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모던 적절히 섞은 '발레 춘향' 해외서도 먹혔죠"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 인터뷰]
불의에 항거하고 사랑 지켜낸 춘향
차이콥스키 음악에 춤추는 발레리노
신비로운 장면에 감탄·시선고정
이달 18~20일 국립극장서 공연
  • 등록 2022-03-09 오후 8:24:44

    수정 2022-03-09 오후 9:41:32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잘못 섞으면 촌스러워지기 쉽죠. ‘발레 춘향’은 전통 속에 모던함을 적절히 조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췄어요. 그게 해외 무대에서도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만난 문훈숙(59) 단장이 꼽은 ‘발레 춘향’의 성공 비결이다. ‘발레 춘향’은 유니버설발레단이 ‘심청’에 이어 선보인 한국적 소재의 창작발레로 2007년 초연 이후 국내외 무대에서 여러 차례 공연하며 호평을 받았다. 3년 만의 재공연이자 2022년 시즌 개막작으로 오는 18~2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이 최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차이콥스키 음악 이용한 건 신의 한 수”

‘발레 춘향’의 탄생 배경에는 한국적인 창작발레가 필요하다는 문 단장의 철학이 있었다. 문 단장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활동 당시 ‘심청’의 주역으로 국내외 무대를 누볐다. 발레단장이 된 뒤에도 한국적 창작발레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 2007년 한국무용가 배정혜가 안무한 ‘춤, 춘향’에서 영감을 얻어 ‘발레 춘향’을 제작했다. 현재 공연 중인 ‘발레 춘향’은 2014년 유병헌 예술감독이 재안무를 맡아 대대적인 개정 작업을 거친 버전. 문 단장은 “유 예술감독의 제안으로 차이콥스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이용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고 말했다.

‘발레 춘향’이 보여주는 전통과 모던의 조화는 원작의 재해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춘향이 강단과 신념으로 불의해 항거하고 사랑을 지켜낸 진취적인 여성으로 그려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1막 후반부 이별 장면 속 화려한 여성 군무, 그리고 2막 장원급제와 어사출두 장면을 장식하는 역동적인 남성 군무는 ‘발레 춘향’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볼거리다. 문 단장은 “특히 2막의 남성 군무는 아름다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발레리노의 춤에 한복이 더해져 신비로운 장면을 연출한다”고 명장면으로 꼽았다.

개정 작업으로 완성도를 높인 ‘발레 춘향’은 2015년 오만 무스카트 로열오페라하우스, 2018년 콜롬비아 보고타 훌리오 마리오 산토도밍고 마요르 극장 등 해외 무대에 선보이며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2018년 ‘제6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무용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흥행성도 입증 받았다.

문 단장은 다음 한국적인 창작발레 소재로 ‘흥부전’을 고민 중이다. 문 단장은 “아직은 아이디어만 있는 정도라서 영감이 올 때를 기다리고 있다”며 “지난해 ‘트리플 빌’에서 선보인 소품 ‘코리안 이모션’처럼 전막 발레가 아니더라도 한국적인 소재의 창작발레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이 최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한국 발레 저력, 해외 알리기에도 힘써

문 단장은 현역 무용수 시절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과 함께 한국 발레의 저력을 해외 무대에 알렸다. 선화예술학교, 영국 로열발레학교,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를 거쳐 워싱턴발레단에 입단하며 전문 무용수로 활동을 시작했고, 1984년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멤버로 활동하며 발레단의 역사를 써왔다. 1995년 수석무용수 겸 단장으로 취임한 그는 2002년부터 현역에서 은퇴한 뒤 발레단 운영에 매진하며 창단 40주년을 앞둔 유니버설발레단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유니버설발레단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늘 객석을 지켜주는 관객이 큰 힘이 됐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공연들은 대부분 전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였다. 문 단장은 “이제 한국 발레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무용수들을 많이 배출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이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며 “민간 발레단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과 기업의 후원, 기부 등이 함께 간다면 한국 발레가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단장에게 발레는 운명이자 친구다. “처음 발레를 할 때는 원하든 원치 않든 가야만 하는 길이었기에 처음엔 힘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후회하지 않아요. 삶의 아름다움과 예술에 대한 감각을 알게 해준, 발레는 정말 많은 것을 저에게 준 벗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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