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근의 국제금융단상)고통을 나누자는데

  • 등록 2003-05-28 오후 3:05:48

    수정 2003-05-28 오후 3:05:48

[edaily] 여의도 공원의 나뭇잎들은 아직도 여리고 영산홍과 철쭉 등 봄꽃의 자취가 아직도 선명한데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여름이 후끈 담겨있습니다. 아스팔트 바닥이 내뿜는 열기도, 뿌연 먼지 속을 뚫고 내리 쪼이는 강한 햇볕도 한여름이어선지 사람들의 곧추선 신경들이 점점 민감해져 갑니다.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외 경제처럼 말입니다. 요즘 국제경제의 화두는 단연 환율전쟁입니다. 서로 자기네 나라의 통화를 낮추려는 의도에서 누가 더 힘이 센가를 겨루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집니다. 유로화는 이미 항복한 듯 보이기도 하고, 엔화는 열심히 견뎌냅니다. 엄청난 전비를 쏟아 부은 결과라고나 할까요? 올들어 벌써 5개월 동안 500억 달러의 환율 전비를 사용했답니다. 이러한 환율전쟁에 관한 해석과 진단이 구구한 가운데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스티븐 로치(Stephan Roach)의 새로운 시각이 상당한 함축성과 시사성이 있어 요약합니다. 그는 최근에 발표한 일련의 논저에서 지속적으로 세계적인 균형조정(Global Rebalancing)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러한 균형조정과정에서 피치못하게 환율전쟁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사실 제 개인적인 시각과 해석은 그의 주장이 국제경제적인 시각과 명분에서는 올바르다 해도 우리나라에 붙잡힌 제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캐치프레이즈에 불과합니다. 우선 내가 살아야 하는 처절한 현실 때문입니다. <요약> 1. 미국은 오랫동안 세계경제 성장에 관하여 미국의 경제성장을 견인차로 하여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왔으나 더 이상은 그 역할 수행이 곤란하다. - 미국의 세계경제성장 기여율은 1995년 이후 실제 GDP비중의 두배 수준인 60% 이상을 유지해왔다. - 과도한 미국내 소비증가는 저축을 희생하였으며(90년대 GDP의 5% 수준에서 2002년 1.3% 수준으로 감소) 이를 메꾸기 위한 자본유치를 위하여 고금리, 강달러 정책을 사용한 결과 전세계 외환보유고의 75%가 달러표시 자산으로 구성될 정도로 과도한 상황이 벌어졌으며,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악화되었고 이는 저축부족분과 함께 더 많은 외국자본의 유치를 필요로 하였다. - 문제는 이런 추세가 앞으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 심각하다.(GDP의 5.2%에 이르는 무역적자, 악화일로의 저축률, 강달러의 한계 노정) - 왜 미국만 홀로 세계경제 성장에 대한 책무를 지어야 하는가!! 함께 나누어 지자!! 2. 새로운 균형을 이루기 위해 미국 이외의 여타 국가들의 소비를 늘리고 저축을 줄여야 하는데 자발적으로는 안되니 반강제적인 수단인 환율조정-미달러화의 정상화 즉, 약세를 유도해야 한다. - 미국은 나름대로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으나 역부족이었으며(주택금융지원에 의한 주택건설수요 창출, 개인부채에 기인한 개인소비, 감세정책 등) 쌍둥이적자는 해소되지 않고 경기는 침체하고 있다. 3. 그러나 여타국가들의 자국내 수요를 진작시킬 의사도 없으며 고통을 분담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 상태로 이는 일종의 저항(resistance)이다. - 유럽 : 유럽연합의 경직적인 경제정책으로 신축적인 경기방어가 이루어지지 않으며(성장및 안정안에 의한 재정적자 3%한도, 인플레이션 한도 등), EMU의 정치성향 강세에 따른 경제의 종속화, 개혁에 대한 강한 거부감, 경직적인 노동시장으로 인하여 세계적인 불균형 해소에 참여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 일본 : 나름대로 자국내 수요를 진작하고 경기침체를 방어하려 했으나 모든 수단이 실패하였으며 경기진작을 위한 옵션이 남아 있지 못하다. 금융개혁을 포함한 강력한 구조조정만이 최후의 방책이나 실업증가에 대한 우려와 여전히 풍성한 해외자산으로부터의 자본유입으로 역시 균형조정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성스러운 균형조정을 위한 전쟁인) 달러의 약세에 반대해 올들어 5개월간 500억불에 해당하는 달러를 매입하며 저항했다. (유럽은 어느 정도 수긍했는데 비해) 4. 달러의 약세는 균형조정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이며 환율이란 상대적 가격으로 일본, 유럽의 약세 통화에 의존해왔던 관행이 사라지면 자연히 내수진작을 위한 진정한 경제정책이 실행될 것이다. 미국 중심적인 현재의 국제경제구조는 불안정만 초래하여 고통만 지속될 것이며 이의 해결을 위한 비례적 고통분담론(status quo)만이 살 길이나, 갈 길은 요원하다. 한마디로 미국의 약달러 정책은 이제 정당하며 이에 대해 저항(유럽의 소극적 저항과 일본의 적극적 저항)은 국제적 책무를 저버리는 (사악한)행위라는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아마도 행간의 의미로 볼 때 우리나라도 일본의 한축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차라리 이럴 땐 중국이나 홍콩처럼 달러에 페그되어 약세의 단꿀맛을 맛보는 게 낫다 싶습니다. 와중에 일본 경제의 모습은 처절합니다. 3월말 일본 금융기관들의 실적이 엉망으로 발표되고, 특히 주식투자에서의 손실(전체 손실4.6조엔 중에서 3조엔)은 앞으로 우리나라 (은행)금융기관들에게 주는 시사점이 큽니다. 미즈호그룹의 손실이 눈에 확 띕니다(2.4조엔). SARS의 영향인지 4월달 소매매출이 연속 2개월 감소(-2.7%)해 소비위축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유럽 역시 이젠 더 견디기 힘든지 금리인하를 심각히 고려하고 있습니다. 여러 경로에서 6월5일의 ECB회의에서 25 내지 50bp 정도의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난리군요. 인플레 우려도 2% 이내로 낮고 특히 독일(0.7% 인플레)이 심각한 디플레이션 위협을 받고 있으며 내년 성장예상이 2% 미만으로 비관적입니다. 유로화 강세 여파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폭의 감소(3월 1350억 유로에서 4월 460억 유로)도 금리인하를 통한 유로화 약세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역시 환율전쟁이란 것이지요. 중국 자본시장이 조금 문을 열고 있습니다. UBS 워버그(Warburg)와 노무라(Nomura) 증권에 A 증시에의 참여권한을 부여했답니다. 주식투자자금의 유치라는 명목인데 어째 섬뜩합니다. 국제시장에서 달러를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같은 느낌도 들고, 언젠가 부실기업, 은행들 정리할 때 왕창 씌워 먹으려는 태도가 아닌가도 싶고... 조심스러우면서도 국제시장에서 합법적으로 남의 돈 뜯어먹는 재주는 보고 배워야할 자세입니다. 최근 쌓여가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단기자금을 보노라면 일부러 굶고 있는 하이에나같습니다. 좀더 큰 먹이감이 나타날 때까지 (저금리를 감수하고) 이를 악물고 참고 있는 맹수와 같습니다. 이들 자금들에게 먹이가 될만한 것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부동자금화로 불안정성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즉, 이들은 오히려 경제의 불안정을 기다리는 자금일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때 한 번 덥석 채먹으려는... 따라서 이들 자금이 고수익을 기대한다면 분명 고위험도 감수할 터, 정상적인 경제활동에서 위험이 높으며 성공시 수익도 높을만한 경제 분야를 열어주는 것이 정부의 할 일입니다. 로또나 슬로트머신, 경마장이나 주상복합 타운으로 몰리지 않으면서도 위험과 수익이 공존하는 장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과거의 벤처와 IT가 그역할을 하고 구조조정(CRC)이나 벌처펀드에서 그 역할을 했듯이 정크채권 등 투기적 자본이 침을 삼킬 여건의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는 단순히 정부의 재정지출을 풀고 세금을 줄여서 SOC투자와 소비를 늘리려는 정책과는 다른 방향입니다. 물론 환율전쟁에서 패배해 원화가 강세로 가는 불운도 없어야 하겠습니다. (산업은행 금융공학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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