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은퇴’ 서정진, 셀트리온 소방수·스타트업 창업으로 제 2막 시작

지난 26일 셀트리온 주주총회에서 마지막 인사
창업 19년 만에 국내 1위 제약·바이오사로
장·차남 사내이사로 선임…소유와 경영 분리
‘2030년까지 10위권 제약사 발돋움’ 과제 남겨
  • 등록 2021-03-28 오후 4:21:44

    수정 2021-03-28 오후 9:18:23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셀트리온 회장이었던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제는 한 사람의 주주로 돌아간다. 경영진을 격려하고 질책하는 위치에 있겠다. 마지막 부탁은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서정진 셀트리온(068270) 명예회장이 공식 은퇴했다. 그는 지난 2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 30회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 회사는 내 개인회사가 아니라 주주 회사이자 임직원 회사다.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정년되면 은퇴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셈이다.

업계의 시선은 서 명예회장이 떠난 후 ‘셀트리온 2기’와 그의 삶 ‘제 2막’에 쏠린다. 서 명예회장은 자신의 뒤를 이어 사내이사에 오른 아들들과 그룹 경영진들에게 10년 안에 세계 10위권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자신은 무보수로 백의종군하며 경영진을 지원하는 한편, 스타트업을 창업하며 새출발을 한다는 계획이다.

자본금 5000만원에서 매출 2조 기업으로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사진=셀트리온)
서 명예회장에게는 ‘자수성가’, ‘바이오신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45세 나이에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한 벤처를 19년 만에 매출 2조원을 올리는 기업으로 키웠다. 셀트리온 역사는 2001년 그가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서 시작됐다. 백신분야 석학들을 만나 바이오산업에 대한 고견을 들으면서 바이오 공부를 시작했다. 이 때의 경험은 2002년 셀트리온 창립, 2005년 인천 송도공장 건설,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으로부터의 위탁생산(CMO) 수주로 이어졌다. 2009년 다시 도전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불모지였던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눈을 돌린 것이다. 2012년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개발에 이어 허쥬마, 트룩시마 등 주력제품 3종을 잇따라 시장에 내놓으며 회사를 국내 1위 제약사에 올려놨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 1조8491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2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투자처를 찾기 힘들었던 탓에 사채를 끌어 운영비용을 댔다. 공매도 공격과 분식회계 논란 등으로 ‘사기꾼’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서 명예회장은 성과로 증명했다. 그는 “샐러리맨, 중소·중견·대기업 그룹 총수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의 삶을 모두 살아보면서 기업을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계속 고민했다”면서 “국민과 기업가, 기업 간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나를 버리는 게 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렉키로나주, 3사 합병, 그리고 세계 10위 제약사

서 명예회장은 마지막 과제인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출시까지 완료했다. 렉키로나주는 지난 2월 국내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아 의료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에는 유럽의 관문도 넘었다. 유럽식약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렉키로나주가 코로나 감염초기 중증 악화 가능성을 낮추고 입원 비율을 줄인다고 판단, 정식 품목허가 전 사용을 권고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도 렉키로나 허가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서 명예회장은 “(렉키로나주 수출에 대해)현재 7개국과 이야기 하고 있다”면서 “가격은 경쟁사 제품의 85%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명예회장은 연내 셀트리온 그룹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도 언급했다.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합병해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한편, 전문경영인 체제를 더욱 더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서 명예회장은 “3사가 합병하면 바이오 개발·생산, 케미칼 개발·생산, 판매망구축까지 갖춘 종합 제약사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회사와 주주들에게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 명예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를 내려놓으며 ‘셀트리온 2기’가 시작됐다. 아버지 뒤를 이어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셀트리온 사내이사에,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사내이사에 올랐다. 이들은 각 회사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경영은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부회장)와 김형기 대표이사(부회장)이 전담한다.

그는 후배들에게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 진입’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셀트리온 주력제품들은 해외 시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고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한 제품도 5개다. 2030년까지 매년 1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내놓는 것이 목표다. 서 명예회장은 “지난해 전 세계 30만개 제약회사 중 (3사 영업이익 합계 기준)35위를 했다”면서 “2030년까지 10위권까지는 가자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코로나 항체치료제는 제외하고 기존 제품을 통해 영업이익 2조원, 세계 25위까지는 올려보자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서 명예회장도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간다. 셀트리온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한편 ‘청년’으로 돌아가 스타트업을 일구겠다는 방침이다. 서 회장은 앞서 “정신연령은 젊은이들과 같다”며 “스타트업 기업인으로 다시 돌아가 피 검사 사업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바 있다. 그는 이번 주총에서도 “제가 빠지면 큰일 난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수반의 절차로 이해해달라”면서 “경영에 부족한 점이 생기면 소방수 역할 하기 위해 저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셀트리온이 오너 리스크가 없어지고, 더 투명해지고,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키우는 회사가 됐으면 한다”면서 “우리 국민들이 셀트리온을 국민 기업으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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