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일수록, 나이 어릴수록 '금리 올리면 빚 더 줄인다'

한은, 가계대출 금리 민감도 분석
대출 금리 1%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증가폭 26.8조 축소
코로나 이후 빚투 열풍…"금리 인상 민감도 높아져"
고소득자 금리 2.75→5%로 뛸때 가계부채 증가폭 675만원 줄어, 저소득자 111만원
"고소득자 부동산 투자 많고, 저소득자는 생계형 대출 많아"
  • 등록 2022-09-30 오후 12:00:00

    수정 2022-09-30 오후 12: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최저점(연 0.5%) 대비 3%포인트 이상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부채가 얼마나 줄어들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빚투(빚을 내 투자) 열풍이 불면서 금리 상승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폭이 둔화되거나 감소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소득이 많을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대출 금리 인상 민감도가 더 컸다.

30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가계대출의 금리 민감도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제하의 조사통계월보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증가폭이 26조8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1%포인트 내릴 때 대출 증가폭이 13조8000억원 확대되는 것과 비교해 금리 상승기 가계대출의 민감도가 더 컸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빚투 열풍이 불면서 금리 상승이 가계부채 증가폭 둔화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가 오르면 자산 가격 상승 기대가 약해지고 그로 인해 빚을 내 무리하게 자산을 취득할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코로나19 이전 기간엔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1년 후 가계대출 증가율은 0.4%포인트 정도 감소된다. 반면 2010년부터 2021년 3분기까지 즉, 코로나19이후 기간을 포함할 경우 이 효과는 0.6%포인트로 커진다.

한은이 패널 분석을 통해 2012년 1분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대출금리가 2.75%에서 5%로 변할 경우 이 기간 가계대출 증감폭은 300만원 증가에서 100만원 감소로 400만원이나 축소되지만 2020년 코로나19 이전만 떼어 놓고 보면 가계대출 증가폭은 200만원 축소된다.

출처: 한국은행
고소득자일수록, 연령이 낮을수록 금리 상승에 민감했다. 고소득자는 금리가 2.75%였을 때 가계대출이 480만원 증가했으나 4.75%가 되면 85만원 감소하고 5%가 되면 195만원이나 줄어든다. 금리가 2.25% 뛸 때 가계부채 증가폭이 675만원 줄어드는 셈이다. 반면 저소득자는 이 기간 증가폭이 111만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저소득자는 생계형 대출이 많아 금리가 변동되더라도 대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반면 고소득자는 신용도가 좋아 대출 접근성이 높은 데다 부동산, 사업 자금 등 거액 자금 대출 비중이 높은 탓이다.

20~30대는 금리가 2.75%에서 5%로 높아질 때 가계대출 증가폭이 546만원 축소됐고 40대 역시 604만원 축소됐다. 반면 60~70대는 280만원 축소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천수 한은 금융안정국 안정총괄팀 과장은 “연령별로 금리 민감도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이 빚투 등에 조금 더 민감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비취약차주일수록 금리에 더 민감했다.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분위별로 쪼갰을 때 부채비율이 높은 8~10분위는 762만원 가량 대출 증가폭을 줄였다. 다만 금리가 5%일 때도 510만원 빚이 늘어나는 등 빚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빚을 낸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취약차주의 경우 금리가 2.25%포인트 오르면 빚 증가폭이 92만원 축소됐으나 비취약차주는 457만원이나 줄었다. 취약차주는 생계형이나 신용 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가 올라도 빚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정 과장은 “금리 상승의 가계대출 억제 효과가 금융불균형이 축적된 상황에서 보다 뚜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및 금융불균형 완화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약계층은 금리 상승으로 채무상환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고 이들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도 저하될 수 있다”며 “취약부문의 신용위험 증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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