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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우리 콘텐츠를 당장 적용해볼 만한 기기는 미국 아니면 중국 제품들이죠. 확장현실(XR) 쪽만 해도 중국이 너무 빨리 치고 올라오네요.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스마트폰 밖엔 없어요.”
국내 메타버스 콘텐츠 기업 대표가 한숨을 내쉬며 꺼낸 말이다. 글로벌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걸 실감한다고 했다. 예전처럼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무시하기엔 성장세가 무섭다고 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지만, 스마트기기 시장은 대다수가 중국 제품들이다. 하반기엔 스마트폰(모토로라·샤오미)부터 스마트워치(샤오미·어메이즈핏), AR글래스(엔리얼), VR헤드셋(피코)까지 전방위적으로 중국 업체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XR기기 시장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더 크다. 올 상반기 VR헤드셋 시장에선 부동의 1등 ‘오큘러스 퀘스트2’(메타)가 주춤한 사이, 중국 피코가 시장 2위(11%·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로 도약하면서 점유율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AR글래스 쪽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홀로렌즈2’ 이후 주춤한 사이 중국 엔리얼이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AR기기 시장에서 엔리얼의 점유율은 81%에 달한다.
여전히 중국 제품에 대해 한 수 아래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나날이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기자가 최근 중국 피코가 출시한 VR헤드셋 ‘피코4’를 사용해보니, 1년여 만에 기존의 문제점들을 기술적으로 보완한 것에 놀랐다.
한국의 현주소는 어떨까. 삼성전자와 스마트폰에만 의존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폴더블(접는)폰으로 스마트폰에서 혁신을 이뤘다곤 하나, 메타버스 시장이 개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 AR·VR기기를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하드웨어 분야 대기업이 사실상 삼성전자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다.
AR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 대표는 “삼성전자도 내부적으로 자체 XR기기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상용화를 마치고 한두 단계 발전시킨 중국 제품을 기술로 압도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미국과 중국에 끼인 우리나라가 스마트기기에 대한 방향성을 생각해봐야 할 타이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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