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먼저 계절을 맞이하다, 보배의 섬 진도

  • 등록 2009-05-11 오후 4:54:00

    수정 2009-05-11 오후 4:54:00

[경향닷컴 제공] 진도는 생명의 땅이다. 5월 싱그러운 바닷바람에 진초록 보리밭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풀숲에는 유채꽃과 노란제비꽃 등 들꽃들이 햇볕 아래서 게으름부리듯 하늘거린다. 싱그러운 연두색 신록이 대지를 감쌀 무렵 채소들은 여러 겹의 푸른색으로 진도를 물들이고 있다.

진도대교 때문인지 진도가 섬(島)이라는 사실을 깜빡 잊는다. 차안에서는 바다냄새가 맡아지지 않으니 더더욱 잊기 십상이다. 나지막한 산과 구릉, 간척지가 차장 밖으로 휙휙 지나가면 남도 어느 땅을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진도는 섬이다. 조선시대에는 유배지의 섬이었고, 진도대교가 놓이기 전에는 서울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노래 가락에 기대어 땅을 일군 사람들

▲ 울돌목 녹진전망대에서 바라본 낮은 구릉과 들녘. 

 
“진도는 정이 붙는 섬이더라/진도는 정이 붙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섬이더라/진도는 정이 흐르는 흙이요, 물이요, 산이요, 들이요, 개울이요, 집들이요, 마을들이요, 농토들이요, 정이 출렁거리는 바다에 싸인 섬이더라/들리는 것이 육자배기요. 흥타령이요, 남도민요요, 바람이 판소리, 구름이 판소리(중략)…”

‘진도찬가(珍島讚歌)’라는 시를 쓴 시인 조병화의 진도 예찬이다. 진도에는 놀고 있는 땅이 없다. 땅 모양을 갖추고 있으면 사람들은 땅을 일구었다. 한 해 농사를 지어 삼 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름지다. 해산물뿐만 아니라 들녘에서도 먹을 것이 풍부하다 보니 고려시대 배중손이 이끄는 삼별초가 진도로 들어온 연유를 알겠다.

오늘날의 진도 모양새가 갖춰진 것은 일제시대부터 시작된 간척지 조성 때문이다. 지금은 대단위 평야지인 소포만, 군내 간척지 등 넓은 들녘 모두가 질펀한 서해바다 갯벌을 간척하여 조성한 땅이다. 향토사학자 박명석씨(63)는 “바다와 연계된 산과 산 사이를 방조제로 막아 논과 밭을 만들었다. 방조제 공사 이전에는 읍내까지 바닷물이 들어올 정도로 진도의 지대가 낮았다”고 말했다.

진도 사람들은 좋은 일 궂은 일 가리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촌동(村童)조차 민요 한 가락 정도는 너끈히 읊을 줄 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오메!”하는 소리를 추임새로 넣으면서 한판 신명나게 어우러진다. 노래와 삶은 따로따로가 아니다. 노래는 삶과 일의 한 부분이다. 노래 가락에 기대어 괴롭고 힘든 노동과 삶의 애환을 견뎌낸 것이다.

전통 남종화의 산실 소치 허련의 ‘운림산방’

‘진도에 가면 세 가지 자랑을 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첫째가 글씨, 둘째가 그림, 세 번째가 노래 가락이다. 그중 첫 번째 두 번째는 전통 남화의 대가 소치 허련(許鍊·1808∼1893)이 거처하던 운림산방(雲林山房)에서 비롯된다 하겠다. 의신면 첨찰산 아래 자리 잡은 운림산방은 그 이름처럼 산천이 수려하며 운무가 깃드는 그윽하고 유현한 곳이다.

▲ 영화 <스캔들 조선남여상열지사>의 배경이 된 운림산방.

‘소치’라는 아호는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내려 주었는데 이는 중국의 대화가인 대치 황공망과 빗댄 것이다. 추사는 소치를 두고 “압록강 동쪽에서는 소치를 따를 자가 없다”고 극찬했다. 시서화(詩書畵)로 당대를 휘어잡은 소치였지만, 1856년 스승 추사가 세상을 떠나자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운림산방을 짓고 여생을 보냈다.

소치가 말년을 보냈던 초가집은 새로 지은 건물들에 둘러싸여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세월의 깊이를 대신 말해주는 노송들이 정원을 지키며 서 있고, 연못에는 연꽃들이 꽃을 피워 올릴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 연못을 더욱 빛내고 있는 배롱나무는 고매함을 자랑하며 빈 몸으로 하늘을 바치고 있다.

운림산방과 쌍계사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첨찰산(485m)은 산행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5월부터 6월초까지 쌍계사 계곡을 중심으로 구실잣밤나무 꽃이 만발해 온 산이 금색물결을 이룰 때면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가 햇빛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숲 터널을 이룬다. 정상은 아는 사람들만 찾는 일출 감상 포인트. 쌍계사에서 출발해 1시간이면 충분하다. 정상에 서면 다도해 수많은 섬들 사이로 새빨간 해가 타오르듯이 떠오른다.

서럽도록 아름다운 노을, 세방낙조

▲ 자연이 빚은 예술품 세방낙조 전망대.


진도의 숱한 매력 가운데에 가장 눈을 홀리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세방마을 바닷가의 황홀한 낙조이다. 해질 무렵 섬과 섬 사이로 빨려 들어가는 일몰의 장관은 주위 하늘을 단풍보다 더 붉은 색깔로 물들인다. 중앙기상대가 ‘한반도 최남단 제일의 낙조 전망지’로 선정했을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 하리.

세방마을의 해안도로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시간에 따라 주홍, 선홍색 등 색깔을 달리한다. 해가 섬 사이로 조금씩 몸을 낮출수록 사람들의 탄성은 커져만 간다. 고운 노을을 흘린 해는 섬 뒤로 슬며시 감춘 듯싶더니 주저 없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아∼” 누구의 선창도 필요 없다. 이구동성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다본다.

찾아가는 길 역시 불편하지 않다. 십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울퉁불퉁한 흙먼지 길을 적잖게 달려야 했지만 지금은 왕복 2차선의 번듯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나 있다. 이 길 역시 ‘시닉드라이브코스(경관 좋은 도로)’로 빼놓을 수 없다. 도로 옆에 전망대가 있어 쉽게 ‘내 생애 최고의 낙조’를 볼 수 있다.

최근 뒷산 언덕에 제2전망대가 완성되면서 세방낙조 전망대를 찾는 사람들에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어디에 자리를 잡고 일몰을 기다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제1전망대의 경우 아기자기 모여 앉은 섬들과 태양이 어우러진 낙조의 전형을 즐길 수 있다. 제2전망대는 높아진 눈높이만큼 수평선과 태양이 맞닿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판 모세의 기적’ 신비의 바닷길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의 띠섬(모도) 사이 약 2.8㎞가 해마다 음력 2∼3월 보름쯤에 한차례씩 바닷길을 열어놓는다. 조수간만의 차이로 서서히 바다를 가르며 폭 30∼40m의 길이 드러나는데 그 현상을 보고 있으면 신비롭기 그지없다. 바닷길은 1시간여 동안 열렸다가 닫힌다.

이 바닷길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것은 1975년 진돗개를 구입하기 위해 진도를 방문한 주한 프랑스 대사 피에르 랑디씨가 이 현상을 목격하고 귀국 후 프랑스의 한 신문에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소개하면서 부터이다. 이후 국내 보도진이 몰려오고 일본 NHK-TV에 세계 10대 기적으로 소개되면서 매년 관광객으로 대 성황을 이루고 있다.

▲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신비의 바닷길. (진도군청 제공)

치등(육계도)은 새벽 6시, 오후 6시 두 번 드러나는데, 이를 ‘물이 갈라진다’ 또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라고 표현한다. 치등이 드러나는 자연의 신비한 현상에 사람들은 난장을 벌인다. 물이 갈라지면 사람들은 치등에 들어가 맘껏 놀고 또 조개, 소라, 낙지, 미역, 톳, 청각 등을 채취한다. 진도에서는 매년 음력 2월말에서 3월초에 ‘신비의 바닷길축제’를 연다. 영등할머니 제사와 용왕제가 지역 주민들에 의해 먼저 열리고, 치등에서는 굿판이 벌어진다.

관매도·조도, 그곳에 가면 모든 게 풍경사진

▲ SBS 드라마 <패션 70s>의 촬영지였던 관매도. (진도군청 제공)


진도 앞바다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다. 섬 하나를 지나면 또 다른 섬이 기다린다. 먼 곳에 있는 섬은 안개에 싸여 희뿌연 색을 띠고, 그보다 가까이 있는 섬들은 검은색, 배에 근접한 섬들은 검푸른 색이다. 깨알같이 많은 섬 중에서 관매도와 조도는 좀 더 특별하다.

진도 팽목항을 떠난 배가 1시간을 달려 관매도 선착장에 닿으면 맨 먼저 울창한 솔숲이 눈에 들어온다. 약 3㎞의 해수욕장 뒤편에 병풍처럼 둘려진 이 숲은 원래 방사림(防沙林)이었다. 숲에 대한 주민들의 남다른 정성 덕택에 이젠 50∼100년생의 아름드리 곰솔(해송)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해변의 송림 가운데는 국내 최대 규모다.

관매도해수욕장은 관매팔경의 제1경이다. 백사장의 경사가 느릿하고 파도도 잔잔한 편이다. 모래는 밀가루를 깔아 놓은 듯 부드럽고 편안하다. 파도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쉼 없이 백사장을 적신다. 나머지 7경은 유람선을 타고 섬 주위를 돌면서 구경할 수 있다. 옛날에 선녀가 내려와 방아를 찧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방아섬(남근바위), 옥황상제의 전설을 담고 있는 돌묘와 꽁돌, 높이 50m 바위벼랑 위에 놓인 하늘다리, 물이 들면 바닷물 위로 떨어지고, 물이 빠지면 자갈밭 위로 떨어지는 서들바굴 폭포 등이 눈길을 끈다.

조도군도의 어미섬인 조도도 천혜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다도해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조도 도리산(210m)과 하조도 돈대봉(230m) 및 등대, 한가롭고 자그마한 어촌들, 결 고운 모래사장과 송림이 어우러진 해수욕장들이 숨어 있다. 도리산 전망대는 차를 타고 편도나 다름없는 시멘트 길을 한참 올라가야 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관매도, 병풍도, 나배도, 대마도, 소마도 등 새떼 같은 섬들이 희뿌연 안개 속에 올망졸망 키 재기를 한다.

 
[도리산 전망대]   다도해를 한눈에 조망 도리산 전망대에 올라서면 하조도와 관매도, 병풍도, 나배도, 소마도, 관사도 등 새떼 같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 진도군청 >
[진도의 들판]   긴 겨울잠을 깨고 기지개를 켜는 들판 첨찰산 가는 길에 있는 진도기상대 부근에서 본 진도의 들판 모습. 익숙하고도 정겨운 한국적 풍경의 원형이다. 
[하조도 등대]   다도해 밤바다를 지켜온 ‘불침번’ 조도군대를 지나는 배들의 길잡이인 하조도 등대는 1909년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 100년 안팎의 등대 가운데 몇 안 되는 유인등대이다.
[세방낙조]   지는 해를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 해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 그 사이에 올망졸망 떠있는 섬들의 어우러진 경관이 이국적 정취를 자아낸다. < 진도군청 >
[이충무공전첩비]   이충무공의 넋을 담고 있는 비석 이충무공전첩비는 노산 이은상이 글을 짓고 진도 출신 서예가 소전 손재형 선생이 걸작의 글씨를 남겼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목포IC에서 빠져 영산강하구둑-영암방조제-금호방조제를 타면 77번 국도와 만난다. 우수영을 지나면 바로 진도대교이다. 남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순천IC에서 빠져 2번 국도로 강진까지 온 다음 18번 국도를 이용하면 진도에 닿는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에 진도를 4회 왕복한다.(5시간30분 소요) KTX를 이용할 경우 목포까지 간 다음 목포-진도간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연락처/
진도군 문화관광과 061-544-0151
진도군 시외버스터미널 061-544-2141
팽목항 061-544-5353, 061-542-5383∼5(조도, 관매도)
쉬미항 관광유람선 061-544-0075, 061-544-8500

맛집/
옥천횟집/(구) 경찰서 옆. 자연산 회정식(4인기준 140,000원), 전복비빔밥(25,000원)을 잘한다.
재진관/군청 앞 공공도서관 바로 옆에 있다. 간재미 회무침(25,000원), 간재미 찜·탕(25,000원)을 전문으로 한다. 061-544-2419
한우리/진도초등학교 앞. 생등심(200g·20,000원), 생갈비살(200g·20,000원), 육회비빔밥(6,000원)이 맛있다. 061-544-0670
문화횟집/읍사무소 옆에 있다. 자연산 회(70,000원)와 장어탕(24,000원)이 인기메뉴다. 061-544-6007

숙박/
별천지모텔/진도터널 지나면 왼편에 있다. 시설이 깨끗하다. 061-544-0069
로즈파크모텔/진도고등학교 초입에 있다. 061-544-7181
프린스여관/진도읍 실업고등학교 앞에 있다. 061-542-2251
더 많은 숙박정보는 진도군 문화관광 홈페이지(www.tour.jindo.go.kr) 또는 남도민박(www.namdominbak.go.kr)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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