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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펀드 그후]정경심이 찔러준 10억…대출인가 투자인가

'조국펀드 그후' 2회
재판부의 엇갈린 판결
  • 등록 2021-01-08 오전 11:00:00

    수정 2021-01-13 오후 9:18:53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친구가 치킨집을 차린다. 창업 자금 3억원 중 1억원을 내가 대기로 했다. 나는 이 1억원의 ‘성격’을 고를 수 있다. 친구에게 빌려주거나 아니면 투자할 수 있다.

똑같은 1억원이어도 그 의미는 확연히 다르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투자는 치킨집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친구의 치킨집이 주식회사라면 내가 가진 치킨집 주식만큼 치킨 장사로 번 돈을 나눠 가질 수 있다. 가게 운영에 관여하거나 보유 주식을 팔아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반면 대여(대출)는 장사가 잘되든 안 되는 참견하지 않고 정해진 원금과 이자를 받는 것이 차이다.

법은 투자를 손실 위험이 있는 거래로, 대여는 돈의 소유권을 넘겨주고 돌려받는 약속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둘을 엄밀히 구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조국 펀드’ 사태의 주요 쟁점 중 하나도 바로 이 모호함에서 비롯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남동생과 함께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 설립과 일부 운영 자금을 댔다. 그 대가로 코링크PE와 가짜 컨설팅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받았다.

정 교수가 코링크PE의 실소유주이며 불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은 그가 코링크PE에 건넨 돈을 ‘투자’로 보는 시각이다. 반대로 이 돈이 ‘대여’라면 실소유주 의혹과 회삿돈 횡령 혐의는 없던 일이 된다. 빌려준 돈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린다.

얼마 주고 얼마 받았어?

그래픽=김정훈 기자


정경심 교수와 그의 남동생은 코링크PE와 코링크PE 총괄대표인 조범동씨(조국 전 장관 5촌 조카)에게 총 10억원을 주고 12억1695만원을 돌려받았다.

먼저 2015년 조씨 개인에게 5억원을 건넸다. 정 교수가 4억5000만원, 남동생이 5000만원을 댔다. 조씨는 이 돈의 절반인 2억5000만원을 코링크PE 설립과 증자를 위한 주식 대금으로 사용했다.

정 교수와 남동생은 5억원 지급 대가로 5900만원을 받았다. 정 교수는 자기 몫의 수익인 5000만원을 남동생에게 돌려줬다. 남동생이 빠지고 정 교수 혼자 5억원을 부담한 셈이다.

그다음 2017년 5억원을 코링크PE 법인 계좌에 추가 입금했다. 정 교수가 3억원, 남동생이 2억원을 각각 부담했다. 이 돈은 모두 코링크PE의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

10억원의 대가는 연이자 10%였다.

자금 회수 방법은 특이했다. 정 교수 남동생은 코링크PE와 가짜 경영 컨설팅 계약을 맺고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1년 7개월 동안 1억5795만원을 받았다. 10억원의 10%를 12개월로 나눈 금액에 컨설팅 사업에 붙는 사업소득세 대납액을 포함해 월 861만원을 코링크PE 돈으로 지급했다.

정 교수와 남동생은 전체 납입액 10억원도 나중에 코링크PE 자금으로 회수했다.

문제는 2017년 코링크PE 법인에 5억원을 주고 정 교수 남동생이 이 회사 신주 5억원어치를 받아왔다는 점이다. 액면가 1만원짜리 주식을 그 200배인 주당 200만원으로 쳐서 250주를 넘겨받았다. 정 교수와 남동생이 적자 회사인 코링크PE 주식을 고액에 사들여 주주가 된 셈이다.

코링크PE 실소유주, 코링크PE 법인 자금 횡령 의혹이 불거진 배경이다.

판사님은 뭐래?

사진=방인권 기자
조범동씨 1심 재판부는 10억원 모두 대여(대출)라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겉으로는 이를 ‘투자’라고 불렀지만 거래의 실질적인 성격이 돈 빌려주고 원리금 지급받는 것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컨설팅 계약과 코링크PE 주식 보유도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와 남동생이 정말 코링크PE의 주주가 되길 원했다면 코링크PE 주식을 이처럼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치르고 인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주주로서 회사에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배당금을 많이 받으려면 주식을 싸게 사서 지분율을 높여야 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교수와 남동생은 코링크PE 주식을 실제 가치(2017년 말 주당 순자산 2만6700원)보다 약 75배 비싸게 샀다. 이를 통해 확보한 지분율도 0.99%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와 남동생이 코링크PE 사업에 관여하거나 주주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분 투자가 아니라는 근거로 제시했다.

조범동씨의 업무상 횡령은 인정했다. 조씨가 2015년 개인적으로 5억원을 빌려 자기가 갚아야 하는 이자를 코링크PE 돈으로 대납해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이야기다.

다만 정 교수와 남동생은 횡령의 공범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조씨가 코링크PE 주식 지급과 허위 컨설팅 계약이라는 구조를 먼저 제안했다는 근거에서다. 정 교수 등이 이자 수입이 생기면 금융 소득 종합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해 조씨에게 절세 방법을 요구하자 조씨가 이 같은 ‘꼼수’를 고안했다는 것이다.

반면 정경심 교수 사건의 1심 재판부는 달랐다. 10억원 모두 투자가 맞는다고 본 것이다.

그 근거로 담보가 없고 이자 지급 방식이 주먹구구라는 점을 들었다. 쉽게 말해 “20년 동안 몇 번 만나지도 않은 남편의 먼 친척에게 뭘 믿고 담보도 없이 거액을 빌려주느냐”는 것이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조씨에게 담보를 잡지 않고 큰돈을 선뜻 내준 것은 고수익을 기대한 투자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교수 재판부 역시 정 교수와 남동생의 코링크PE 회삿돈 횡령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투자 수익 회수에만 관심 있었을 뿐 컨설팅 수수료를 받는 것에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인지하거나 이를 주도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두 재판부가 10억원의 성격을 서로 다르게 판단했으나 양쪽 모두 정경심 교수가 코링크PE의 실소유주가 아니며 부당하게 회삿돈을 가로채지도 않았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이 정 교수의 1심 선고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검찰 수사의 출발이 된 사모펀드 관련 횡령 혐의가 무죄로 나온 건 다행”이라고 쓴 것도 이를 가리킨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이다.

검찰의 조 전 장관 기소 혐의에는 공직자윤리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 집행 방해죄가 있다. 검찰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남동생을 통해 코링크PE에 투자해 사실상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도 이를 조 전 장관 재산 신고 때 숨긴 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투자, 대여 논쟁이 조 전 장관 재판에서 다시 불붙을 수 있는 것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직자윤리법상 내 명의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나의 소유인 차명 재산도 신고 대상”이라며 “차명으로 보유한 비상장 주식도 보유액이 3000만원이 넘으면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거나 백지 신탁 또는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개인이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에도 담보를 잡는 등 둘 사이 구분이 애매한 것이 사실”이라며 “조국 펀드 사건에서 투자, 대여 판단보다 더 큰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따로 있다”고 했다. 정경심 교수의 1심에서 가장 무거운 법정형이 반영된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에 의한 주식 거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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